외식산업의 롱테일 현상과 주당 근로시간 제한
외식산업의 롱테일 현상과 주당 근로시간 제한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10.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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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작은 원인에 의해 큰 결과가 초래되는 현상, 즉 20%의 원인에 의해 80%의 결과가 나타난다는 이른바 파레토의 법칙(Pareto’s Law)은 사회의 곳곳에서 관찰된다. 예를 들면 국가전체 부(富)의 80%를 부유한 20%의 소수가 소유하고 있다거나, 백화점 매출액의 80%가 20%의 충성고객에 의해 달성되는 현상들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량생산과 대량마케팅이 통하는 대중소비시대에 쉽게 발견될 수 있었다. 일부 대기업들이 몇몇 소수 제품을 앞세워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며 전체 시장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해 시장을 지배했다.

이와 달리 이름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제품들이 개별 판매량은 작지만 이들의 매출액을 합산하면 전체 매출액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서적 판매기업인 아마존(www.amazon.com)의 매출액은 소수의 베스트셀러 몇 권에 의존하지 않고 소량으로 판매되는 수많은 비인기 도서의 판매량이 합산돼 달성되는 현상이 발견됐다. 이를 수요곡선으로 그리면 베스트셀러를 필두로 비인기 도서들이 뒤를 이어 꼬리를 이루는데, 이를 롱테일(Long Tail) 현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롱테일 현상은 국내 외식산업에서도 발견된다. 통계청의 2014년 발표 자료를 분석해보면 연매출액 5억 미만의 외식사업체가 61만3956개소로 전체 사업체의 97%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연간 매출액은 외식산업 전체 매출액의 70%가 넘는다.

더욱이 연매출액 5억원 미만 사업체의 업체당 연평균 매출액은 9100만 원으로 월평균 750만 원에 불과한 저조한 숫자가 나타난다. 한편 연매출액 5억 이상의 업체는 2만1786개소이며, 이중 100억 이상의 기업은 겨우 110개에 불과하다.

이로써 국내 외식산업은 대기업 등 규모가 큰 외식기업보다는 수많은 중소 외식사업자에 의해 경영되고 있으며 이들에 의해 대부분의 매출액이 달성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매출규모가 큰 극소수 대기업을 머리로 하고 나머지 중소규모의 업체들이 긴 꼬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왜 초래됐을까? 소비자 측면에서 외식상품은 이용이 빈번하며 개인의 선호속성과 기호가 다양해 특정의 브랜드가 시장을 독과점(獨寡占)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사업자 측면에서는 타 산업에 비해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아 소규모 개인사업자의 참여가 쉬웠을 것이다. 또한 그동안 대기업의 외식사업 진출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규제해 소규모 외식사업체를 보호해 온 정부 정책에 기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국회에는 외식사업의 주당 근로시간 특례업종 제외를 포함한 노동개혁법안이 발의돼 외식산업계가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자리창출이 목적이라지만, 주당 근무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면 지금보다 인력을 두 배 가까이 더 채용하게 돼 이에 따른 급여와 복리후생비, 보험료 등의 부담이 늘어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단축시켜 급여를 줄임으로써 근무의욕저하, 노사갈등, 품질저하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문제들을 감당하기 힘든 중소외식업체들의 영세성이다. 

외식사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근무시간 내내 업무의 강도가 일정하지 않다. 주로 식사시간 등 특정 시간대에 업무가 집중되기 때문에 근무시간을 주 52시간 이상으로 융통성 있게 배정할 수 있다. 오히려 업무량이 많지 않은 소규모 업체에서는 근무자 교대로 인해 업무품질의 일관성 유지가 저해될 수 있다.

국내 외식산업은 경제의 저성장 속에서 은퇴한 베이비부머와 청년실업자들의 창업 대기수요가 늘고 있어서 당분간 롱테일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주당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법안이 이미 가늘어진 외식산업의 꼬리를 더 훌쭉하고 길게 늘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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