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문화에 대한 WHO의 회초리
육식문화에 대한 WHO의 회초리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11.0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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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 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지난달 프랑스 리옹(Lyon)에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0개국 22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적색육과 육가공품의 발암성에 대해 지난 수십 년간 발표된 연구결과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육가공품은 발암물질로 1군, 적색육은 발암가능물질 2A군이라는 결론지었다.

이 내용이 지난달 26일 의학전문지인 란세트지(The Lancet Oncology)에 발표되자 세계가 들끓었다. 특히 육류를 주식으로 하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충격적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우리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되라는 말이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그러나 동물성 식품을 과다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지 않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동안 과도한 육류 섭취가 여러 가지 암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와 역학조사 내용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육류 소비증가에 따라 대장암과 유방암의 발병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WHO는 2002년에도 과도한 육류소비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바 있다. 미국인을 위한 식사지침에도 육류를 적게 섭취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권고와 지침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육류소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기구인 WHO가 육류를 발암물질로 규정해 극약처방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제암연구소는 900종 이상의 물질을 발암성의 유무에 따라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뚜렷이 발암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물질을 1군(Group 1)으로 분류하고 여기에는 담배, 술, 포름알데히드, 비소, 카드뮴, 태양광선, 오염된 공기, 톱밥 등이 포함된다. 이번에 햄, 소시지, 베이컨, 육포, 통닭 등 가공육제품을 여기에 포함시킨 것이다.

발암성일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2군으로 분류하고 그 경중에 따라 A와 B로 다시 구분한다. 아크릴아마이드, 튀김, DDT, 우레탄, 이발사・미용실 근무 등이 2A군인데 이번에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적색육이 여기에 포함됐다. 2B군은 휘발유매연, 커피, 알로에베라 등이며 2B군 이상에 속하는 물질이 400종이 넘는다.

제3군은 발암물질이라고 분류할 수 없는 물질로 500여 종이 수록돼 있다. 제4군은 발암성이 아닐 가능성이 있는 물질인데 나일론 합성에서 만들어지는 카프로락탐 하나만이 등재돼 있다,

국제암연구소의 발암성 물질 정의와 분류를 보면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위해요소를 규정한 것이다. 식품의 안전관리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원칙은 위해요소(hazard)와 위험 또는 위해도(risk)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위해요소는 태양광선, 도심의 공기, 담배연기 등 우리주변에 늘 존재하고 음식물 속에도 항상 들어 있다. 분석기술이 발달해 식품성분을 백만분의 1g(ppm) 이하까지 검출할 수 있게 되면서 위해요소가 들어있지 않은 음식이 없음을 알게 됐다. 위해요소에 겁을 내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다. 문제는 위해요소를 얼마나 많이 섭취하느냐에 달려있다.

위해평가란 위해요소를 얼마만큼 먹어야 위험한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육류식품의 발암성에 관한 발표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위해요소에 대해 세계보건기구가 공식적으로 경종을 울린 것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양은 25억t으로 70억 인구가 매일 1kg씩 나눠먹을 수 있는 양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이 이것을 사료로 사용해 전환효율이 낮은 고기나 우유로 만들어 먹기 때문에 8억 명 이상이 굶주리고 있다. 동물성식품을 포식해 비만과 고혈압, 심장질환 등 각종 성인병에 걸려 고생하는 비합리적인 세계의 부유층에게 국제기구가 회초리를 들고 나선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밥상 구성이 쌀과 콩을 기본으로 하는 건강 식단이다. 걱정되는 것은 쌀과 콩의 영양기능성을 망각하고 서양식 육식문화에 빠져들고 있는 우리의 젊은 세대다. WHO처럼 누군가가 회초리를 들고 나서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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