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살찌우는 ‘PB라면’ 제조사에겐 계륵?
유통업체 살찌우는 ‘PB라면’ 제조사에겐 계륵?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5.11.0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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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도가 GS25에 납품하고 있는 ‘오모리김치찌개라면’(왼쪽)과 삼양식품이 세븐일레븐에 납품하고 있는 ‘교동반점 짬뽕’. 사진=GS25・세븐일레븐 제공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4위인 팔도가 자체상표부착(PB) 라면 제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시장 1위인 농심은 PB 제조에 전혀 나서지 않고 자체 브랜드(NB)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시장 점유율을 잘 보여주는 현상이란 평가다.

PB라면 열 올리는 팔도

현재 팔도가 PB라면을 공급하는 경로는 14개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와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 농협, 암웨이, 11번가 등 다양한 유통 경로를 통해 PB라면을 공급하고 있다. 제품도 다양해 총 41종에 달한다. 올해에만 내놓은 신제품도 8종에 이르는 등 제품수와 경로가 더욱 늘어나리란 관측이다.

최근 선보인 PB라면은 지난 8월 편의점 CU의 ‘CU 불타는짜장’부터 지난 6월 이마트와 첫 손을 잡은 ‘이마트 손짜장’, ‘이마트 손짬뽕’ 등이다. 그간 이마트의 PB라면은 주로 삼양식품이 관여해왔다. 삼양식품은 ‘하바네로’ 시리즈와 ‘이마트볶음짜장’ 등 5종의 이마트 PB라면을 제조하고 있다.

팔도는 이마트까지 PB라면을 공급하면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PB라면을 모두 공급하게 됐다. 지난 5월에는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 ‘그녀라면’을 출시했다. 그녀라면은 국물용과 볶음용 소스 두 개가 들어 있어 라면 하나로 두 개의 요리가 가능하다는 색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팔도는 지난 2006년 편의점 GS25와 함께한 ‘틈새라면’의 성공 이후로 PB라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당시 틈새라면은 GS25에서 농심의 신라면보다 더 많이 팔릴 만큼 좋은 반응을 보였다. 후속 시리즈까지 인기를 끌면서 현재 GS25의 대표 PB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PB라면이 팔도의 고민을 보여주는 단적인 현상이란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AC닐슨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팔도의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10.4%다. 1위는 57%의 점유율인 농심이며 오뚜기(16%)와 삼양식품(13.2%)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PB로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팔도와 제조업체가 필요했던 유통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며 “다만 NB에 비해 마진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 이익률 상승에 큰 도움이 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률 제고 급선무

오뚜기와 삼양라면도 유통업체와 손잡고 PB라면을 내놓고 있지만 마진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제품 생산 폭을 늘리지 않고 있다. 오뚜기는 현재 홈플러스 4개, CU 5개, 세븐일레븐 1개, 놀부NBG 1개 등 10여 개의 PB라면을 선보이고 있다. 삼양식품도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CU, 세븐일레븐까지 10여 개 수준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유통업체와의 전략적 차원에서 PB를 출시하고 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도 안 된다”며 “요청에 따라 생산을 검토하고 있으나 비중을 크게 늘리진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업계 1위인 농심은 PB제품 출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PB제품의 별도 생산라인 마련도 여의치 않을뿐더러 굳이 PB제품 제조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농심 관계자는 “PB 출시 계획은 전혀 없다”며 “PB는 낮은 수익도 문제지만 트렌드에 따라 제품 수명이 오래가지 못하는 특징이 있어 장기적 안목을 가지기 어렵다”고 밝혔다.

팔도 관계자는 “PB 매출 비중은 약 10% 수준”이라며 “PB 생산이 NB보다 이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매출을 늘리고 공장 라인의 효율화, 제품의 시장성 탐색, 유통업체와의 관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팔도는 지난 2006년 GS25의 틈새라면을 시작으로 ‘공화춘’시리즈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데 이어 지난해 12월 출시한 ‘오모리 김치찌개라면’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삼양식품은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교동반점 짬뽕’이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40만 개를 달성하는 등 세븐일레븐 컵라면 매출 1위에 오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PB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다 앞으로 편의점 매장수가 지금보다 2배 이상은 늘어날 것”이라며 “PB라면 비중이 더 커질 수 있겠지만 제조업체의 마진 개선과 기존 NB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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