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에 주머니 털리는 서민의 애환
증세에 주머니 털리는 서민의 애환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5.12.11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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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 소주값이 올랐다. 소주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는 3년 만에 소주 출고 가격을 5.62% 인상했다. 이에 따라 ‘참이슬’의 출고 가격은 병당 961.7원에서 1015.7원으로 올라 1천 원 시대를 맞았다.

주류 업계에서는 통상 출고가가 50원 오를 경우 도매주류상에서는 약 200원, 소매점에서는 1천 원 정도가 오른다고 본다. 벌써 일부 식당에서 4천 원에서 많게는 5천 원을 받고 있다.

정부는 올 초 담뱃값 인상과 마찬가지로 국민 건강 증진이란 거창한 이유를 들이대며 소주값 인상에 눈감고 있다. 알코올 중독자 155만 명에 음주로 인한 피해액이 연간 24조 원이라는 통계가 과연 인상 이유로 적합할지 궁금할 노릇이다.

이번 소주 가격 인상은 업체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고 있다. 과거 여러 차례 주세 인상을 시도했다가 여론의 반대에 밀려 주류 가격 인상을 보류했던 정부이기에 별다른 제재 없이 뒷짐만 지는 모습은 증세 의혹을 부채질할 뿐이다.

잘 알다시피 소주 출고가는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참이슬의 경우 인상 전 출고가 962원 중 510원이 주세로 걷혔지만 가격 인상 후에는 538원이 주세로 걷히게 된다.

이를 지난해 소주에서 걷힌 주세 1조522억 원에 단순 대입하면 소주값 인상으로 526억 원의 추가 수입이 따라붙는다. 여기에 교육세, 부가가치세 증가분까지 더한다면 소주값 인상은 세수 보탬에 짭짤한 역할을 하고 있다.

주류 가격은 물가 상승이나 민심 등을 감안해 어느 정도 정부가 통제권을 발휘할 수 있다. 올 초 각종 포털사이트와 SNS에서는 담뱃값 인상 후 증세 2탄으로 술값 인상이라는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들의 말이 그대로 맞아떨어졌으니 씁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이번 소주값 인상은 시기가 매우 적절하지 않다. 술자리가 이어지는 연말을 맞아 소비자들로선 1천 원 이상 오른 소주값을 보고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많다.

소비자들이 소주값 인상을 담뱃값과 마찬가지로 증세라 믿어버리면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면 그렇지 않아도 움츠러든 내수 경기가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이러한 시기에 현명한 외식업체 사장님이라면 소주값 인상을 마케팅 도구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언제 인상할까 눈치를 보는 것보다 연말연시를 맞아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그런 발상 말이다.

또한 연말을 맞아 나눔 행사에 한창 바쁜 식품업계도 연말에만 반짝하기보다 서민의 애환을 꾸준히 달래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찬사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이미 다 알고 있으리라.

경기불황이 고착화된 대한민국이다. 경기불황과 함께 안 좋은 소식들이 매년 끊이질 않고 있으니 소주맛이 쓰디쓰기만 하다.

내년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이 많아 질 수는 없을까? 그래도 새해를 기다리는 마음이 있기에 많은 이들이 소주 한 잔을 가볍게 털어 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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