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해야 할 일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해야 할 일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12.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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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 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우리는 지난 반세기동안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많은 것을 등한히 하며 살았다. ‘잘 살아보세’ 하면서 개미처럼 밤낮없이 일하다 보니 자식들이 학교에 가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습관에 젖어 있는지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배고팠던 시절을 보상이라도 하듯 자식들을 잘 먹이다 보니 음식 아까운줄 모르고 마구 버리는 낭비의 세대가 돼버렸다. 이제 이 모든 것을 바로 잡아가야 한다. 지금 이일을 하지 않으면 우리사회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으로 선진국의 문 앞에서 좌절하게 될 것이다.

식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공급되는 식량의 1/3을 버린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공급되는 식량 에너지가 1인당 하루 3천kcal 수준인데 실제 섭취한 에너지는 2천kcal 정도밖에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환경부가 발표한 국내 1일 음식쓰레기 발생량은 1만4천t인데 이것은 10t 트럭 1400대 분량이다. 이것을 처리하는 비용은 연간 8천억 원이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20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의 70%가 가정과 소형 음식점에서 버린 것이며 절반 이상이 유통과 조리과정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이 엄청난 음식 낭비가 식품안전을 위한 관리규정 때문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온 국민이 식품을 구입할 때 가장 먼저 보는 유통기한이 식량낭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식품위생 감시인들이 식당이나 식품제조 업소에 들어가 유통기한이 지난 원료가 있으면 큰일이 난 것처럼 행정처분을 하는 광경을 방송에서 자주 보게 된다. 이를 본 국민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못 먹는 것으로 알고 버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유통기한은 식품제조 후 권장된 저장조건에서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는 기한의 70%로 정하고 있다. 10일간 최상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으면 제조일 이후 7일을 유통기한으로 하고 나머지 3일은 소비자가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여유기간을 준 것이다.

따라서 식품위생 관리인들이 접객업소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가 있으면 식품법 위반이라고 입건하는 것은 잘못된 관리 행위이다.

식품은 최상의 품질유지기한(best before date, 상미기한)이 지난 후에도 부패 변질돼 못 먹게 되기까지는 상당기간 저장할 수 있다. 이것을 소비기한(used by date)이라고 한다.

소비자보호원의 발표에 의하면 유통기한이 제조일 이후 5~7일인 우유의 경우 집의 냉장고에서 제대로 보관하면 제조 후 30일까지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유통기한이 9개월인 냉동만두는 유통기한 만료 후 25일, 냉장 빵류는 20일이 지나도 안전하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주요 국가 중에서 유통기한을 적용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한국밖에 없다. 일본, 유럽연합(EU), 호주 등은 불필요한 식량낭비를 줄이기 위해 품질유지기한과 소비기한을 표시한다.

식량사정이 우리보다 훨씬 양호한 선진국들이 식량낭비를 막기 위해 유통기한 표시를 소비기한으로 바꾸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일부 반대론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개선에 손을 놓고 있다. 30%인 식량낭비를 1% 줄이면 식량자급률을 1% 올릴 수 있는데도 말이다.

가난하고 모든 면에서 부실했던 우리나라가 반세기 동안 급성장하면서 제도의 정비와 운용에서 정부 주도적 역할이 컸다.

그러나 이제는 자율적이고 효율적인 제도운영이 필요하다. 현행 유통기한 표시제도를 상미기한과 소비기한을 병기하도록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유통기한에 대한 국민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식량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유통기한 표시제도는 하루 속히 고쳐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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