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와 도시민의 win-win 실현하는 로컬푸드 직매장
농가와 도시민의 win-win 실현하는 로컬푸드 직매장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5.12.2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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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그만둔 농민도 다시 밭으로… 소비자 몰리며 농가소득 몇 배 증가
▲ 농림축산식품부의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인 로컬푸드 직매장은 농민에게는 높은 수취가격을, 소비자에게는 저렴하면서 품질 좋은 식재료 구매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은 전북 완주군의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신선한 농산물을 고르는 도시 소비자들. 사진=식품외식경제 DB

농축산물의 산지가격과 시중 소비자가격은 천양지차다. 산지에서 구입할 경우 더욱 신선한데도 시중 가격이 곱절 가깝게 비싸다. 농축산물 소비자 가격에는 약 50%의 유통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유통비는 산지중매인부터 도매상, 중간도매상, 일반 마트 등 소매상을 거치면서 턱없이 부풀려진다.

물류비와 창고비 등 유통비용도 만만치 않다. 신선식품의 경우 물류와 보관에도 별도의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부담은 더 커진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외식업체나 개인 소비자 등은 비싼 값을 치르고 농축산물을 구매하지만 정작 농민이 차지하는 몫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난 여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가 수박의 꼭지를 잘라 유통하면 운송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나선 것도 유통비를 조금이라도 줄여 농민소득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농민 입장에서는 피땀 흘려 가꾼 자식 같은 농산물을 헐값에 넘기는 것보다 서글픈 일이 없다.

직매장 첫거래 수익금 보니 입이 ‘쩍’

경기도 고양시에서 양상추, 가지 등 10여 채소를 재배하는 조성업(58), 박윤자(50) 씨 부부는 요즘 더없이 즐겁다. 지난해 5월 농식품부 지원으로 일산농협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설하면서부터다.

당초 조 씨 부부는 직매장이 잘 될지 반신반의했다. 그동안 거래해 왔던 산지중매인 등을 바꾸기 쉽지 않았고 애지중지 키운 농산물이 새로 문을 연 도시의 매장에서 잘 팔릴지 장담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민을 뒤로 하고 일산농협 직매장에 농산물을 납품한 뒤 처음 통장에 찍힌 판매대금을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동안 1년 내내 쉬지 않고 일해도 1600만 원 남짓의 소득을 올렸을 뿐이었지만 첫 판매 금액으로 연간 예상 소득을 환산해보니 3천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최소 2배, 많게는 3배 이상의 소득을 올리게 된 셈이다,

여기다 그동안 거래처에는 소량의 농산물을 납품할 수 없어 재배하는 품종도 10여 가지에 불과했으나 소비자와 직접 판매하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졌다. 조 씨 부부는 종전 10여 가지 품목만 재배하다가 이제 60여 가지로 늘렸고 그만큼 소득이 많아졌다.

조 씨 부부 뿐만 아니라 인근 다른 농민들도 이러한 성공사례를 쓰고 있다. 일산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 농산물을 출하하는 275 농가 중 65세 이상의 농가가 48 농가로 17%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연로한 탓에 원거리로 내다팔기 어려워 농사를 그만 둔 어르신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지난해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기면서 유통의 부담이 적어지자 다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거기다 높은 소득까지 올리게 됐으니 고령화되고 있는 농촌 살리기의 해법으로 꼽을 수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소득 증가

로컬푸드 직매장은 소량의 품목도 취급할 수 있고 화려한 포장을 하지 않더라도 판매가 가능해 농가의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 수수료도 10~15% 수준으로 저렴해 도매시장이나 다른 곳으로 출하할 때보다 소득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복잡한 유통단계가 줄어든 대신 그만큼 신선하고 더 싼 농산물을 믿고 구매할 수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이 추구하는 유통구조 효율화를 실현하는 셈이다. 매일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농산물을 출하하는 농업인은 정기적으로 통장에 들어오는 판매대금을 보며 직매장만큼 좋은 노후연금은 없을 것이라고 자랑한다.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인근 농민들이 재배한 농산물인 만큼 다른 시장이나 대형마트보다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일산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농민과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래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유통구조 개선으로 생산자도 소비자도 만족하는 직거래가 농가소득 보장과 서민생활 안정에 기여한다는 검증은 이미 마쳤다. 로컬푸드 직매장의 판매 단가는 일반 유통업체보다 평균 20.6%나 낮고 농가수취율은 19.5% 높다. 이를 통해 총 유통비용 40.1%를 절감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직매장 매출 1300억

로컬푸드 직매장은 농식품부가 농산물 유통구조의 불합리성을 해결하기 위해 추진한 유통구조개선대책의 산물이다. 기존 도매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 농산물을 판매하는 대신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유통경로를 활용해 농가 수취가격은 높여주고 소비자의 구매가격은 낮춰주는 효과를 얻어냈다.

특히 직매장을 통해 자신이 가꾼 농산물을 팔고 있는 농업인들은 소득향상은 물론 소비자의 밥상을 책임진다는 자부심까지 느끼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12년 불과 3곳으로 시작한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난 6월 말 기준 80곳으로 불어났다.

올해 10월까지 로컬푸드 직매장의 매출 규모는 1374억 원에 달한다. 농식품부는 전국 각 직매장도 관광지형, 품목특화형, 도농상생형, 이동형 등으로 특화해 문화와 이벤트가 있는 장터로 육성하고 있다. 이같은 로컬푸드 직매장은 단순한 판매에 그치는게 아니라 지역의 가공식품 생산과 농가레스토랑, 식생활교육 등 연관산업 활성화로 이어져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전북 동김제농협 직매장의 경우 직매장과 농가레스토랑, 체험교육장, 다문화 로컬카페 등의 시설을 갖춰 도시민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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