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무서운 성장세, 식음료업계 ‘긴장’
편의점의 무서운 성장세, 식음료업계 ‘긴장’
  • 신지훈 기자
  • 승인 2015.12.26 15: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의점 ‘식사 해결 공간’ 변신… 외식업계, 고객이탈 대응 방안 시급

편의점의 무서운 기세가 외식업계까지 뻗치고 있다. 도시락, PB제품, 커피 등 편의점의 취급제품 다수가 인기를 끌면서 기존 외식업계 소비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편의점의 성장이 외식업계에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올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 등 주요 유통 채널이 성장 한계를 보이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편의점의 ‘나홀로 성장’은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유통, 소비패턴 등을 그대로 답습하는 국내시장의 여건상 일본 편의점시장만큼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관련 기관들의 분석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 많은 직장인들이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최근 저렴한 가격과 편리함을 내세운 편의점 도시락 수요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사진=세븐일레븐 제공


세븐일레븐, 상반기 도시락 판매 신장률 87.6%

편의점이 고객 편의를 위해 24시간 문을 여는 잡화점에서 ‘식사와 디저트를 한 번에 해결하는 곳’으로의 변화를 꾀하면서 외식업계에 불똥이 튀었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 끼 식사로 편의점 제품을 즐겨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에 손님을 뺏긴 외식업소들은 한창 붐벼야할 식사시간이 한산해졌다고 토로한다.

소비자가 식사 해결을 위해 주로 찾는 편의점 메뉴는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간편식) 제품들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주요 편의점의 HMR 성장률은 3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븐일레븐은 34.7%, GS25는 33.9%의 성장률을 보이며 전체 제품군 중 간편식이 최대 신장률을 보였다. 주류와 과자, 음료 등 타 제품 성장률이 14~19% 비해 2배 이상 성장한 수치로 HMR이 편의점의 성장을 이끌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HMR은 각종 도시락과 냉장·냉동식품, 삼각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즉석죽 등 다양한 종류의 즉석간편식 제품을 뜻한다. 그 중에서도 ‘도시락’의 신장률이 단연 눈길을 끈다. 

주요 편의점 업체를 살펴보면 세븐일레븐은 올해 상반기 도시락 판매 신장률이 87.6%, CU의 도시락 판매 신장률은 41.0%로 나타났다. CU의 경우 지난해 도시락 판매 증가율 10.2%에 비해 30% 정도 증가한 수치다. GS25의 도시락 매출 증가율은 38.9%로 조사됐다.
 

▲ 편의점 업체들이 도시락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세븐일레븐의 ‘혜리 11찬 도시락’과 CU의 ‘백종원 한판 도시락’.


도시락이 편의점의 효자품목으로 떠오르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집중적인 투자도 진행 중이다. 최근 CU와 GS25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개그맨 신동엽을 모델로 한 도시락 출시로 기세를 몰아간다는 계획이다.  

편의점 도시락을 자주 애용한다는 직장인 이 모씨는 “저렴한 가격과 편리함 때문에 도시락을 애용한다”며 “메뉴를 고민하고 식당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업체들의 경쟁으로 도시락 품질 또한 높아져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편의점에 도시락이 입고되는 10시~11시 사이에 구입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구매경쟁도 치열하다. 이 시간을 넘기면 도시락을 구매할 수 없을 정도다.

편의점 인근의 외식업소들은 편의점 도시락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들이 가격경쟁력과 매장접근성, 활발한 홍보에 나서면서 고객이 한 두명 씩 빠져나가는 게 보인다는 입장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이용 고객 중 가장 많은 연령층은 30대 남성으로 전체 33.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30대 직장인의 비율이 높은 만큼 직장인 대상 업소들의 불만도 높다.

서울 송파구 오피스단지 부근에서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영업주는 “주위에 편의점 3곳에서 도시락을 팔고 있다”며 “메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점심시간 12시부터 1시까지 일반적으로 3회 정도 테이블 회전률을 보였던 과거와 달리 편의점이 도시락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지난 상반기부터 2회전도 힘들다”고 말했다.
 

▲ 편의점업계가 커피전문점과 같은 품질과 1천 원대 가격의 자체 커피브랜드를 선보였다. 왼쪽부터 GS25의 ‘Cafe25’, 세븐일레븐의 ‘세븐카페’ CU의 ‘카페 겟(Cafe GET)’.


개인 커피전문점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편의점업계가 커피시장 선점을 위해 자체 브랜드를 선보이며 커피 판매 확장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의 ‘세븐카페’, GS25의 ‘Cafe25’, CU의 ‘카페 겟(Cafe GET)’은 커피전문점과 같은 품질과 1천 원대의 가격을 책정,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테이크아웃 등 소규모 커피전문점 관계자들은 매출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이밖에 세븐일레븐의 PB 생수 ‘깊은 산 속 옹달샘물’, CU의 ‘임실 치즈’, ‘속초 홍게’, ‘청양고추’, ‘통영 굴과 매생이’ 등의 컵라면, GS25의 아이스컵, 함박웃음 맑은 샘물, 야쿠르트그랜드 등 다양한 PB제품들이 각 사별로 가장 많이 팔린 제품 목록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PB상품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도시락 기획 단계부터 혼자만의 식사를 원하는 소비자에 맞춰 출시를 계획했기 때문에 외식업체와 편의점 도시락 수요층은 엄연히 다르다”며 “편의점에서 팔리는 주된 상품이 담배, 음료, 과자 등에서 간편식, 베이커리, 디저트 등 바쁜 현대인들이 간단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제품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 매출·영업이익·매장수 전부 ‘호황’

편의점업계는 올해 이례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BGF리테일(CU)·GS리테일(GS25)·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등 이른바 ‘국내 편의점 빅3’의 3분기 누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약 40%의 평균 성장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BGF리테일(CU)의 올해 3분기 누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2004억 원과 1481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8.3%, 57.8% 증가했다. GS리테일(GS25)의 3분기 누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3조4098억 원, 1535억 원을 기록, 31.2%, 78.5% 늘었다.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역시 3분기 누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조5121억 원과 477억 원으로 26.4%, 54.4%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매장수도 크게 늘었다. CU는 지난해 8408개에서 올해 9343개로 935개가 늘었다. GS25는 같은 기간 8290개에서 9233개로 943개, 세븐일레븐은 7231개에서 7901개로 670개가 각각 증가했다. <표 참고>

업계에 따르면 올해만 전국에 2400여 개의 편의점이 새로 문을 열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8월 9천호점을 돌파한 CU는 내년 초 국내 편의점업계 최초로 1만개 점포 오픈을 앞두고 있다.

업계는 1인 가구 및 여성인력 증가,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편의점의 역할 확대를 성장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1∼2인 가구의 비중은 52.7%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9%였던 1인 가구 비중은 지난해 26%로 높아졌다.

가족단위 소비층과 달리 소용량·소포장·근거리 중심의 소비패턴을 선호하는 1인 가구의 증가로 편의점 산업의 성장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편의점업계가 소비 패턴 변화를 읽고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늘린 것도 성장에 한몫했다. 세븐일레븐의 PB 상품 판매 비중은 2011년 27%에서 올 상반기 35%를 넘어섰다. CU와 GS25 등도 라면, 커피, 유제품 등 PB제품의 취급을 늘리고 있다.

전국 곳곳에 자리 잡은 점포들의 네트워크도 성장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다수의 매장을 통해 어플리케이션, 쿠폰, 배달서비스 등 고객 편의 비즈니스 사업 구축 등이 본사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쉽게 진행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시장, 일본 편의점 1/4 수준 ‘성장 가능성 높아’

편의점의 성장세에 따라 앞으로 식사대용 제품 출시가 지금보다 더 빠르고 다양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외식업계는 편의점 제품의 수요층이 계속 늘어나 고객 이탈로 이어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령화사회로의 진입, 가구층의 분포변화로 국내 편의점시장이 일본 업계의 추세를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유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편의점 한 끼 식사 인구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일본 편의점 업계는 1990년대 고성장 이후 2000년대 1% 저성장을 겪었지만 다양한 PB제품 출시로 승승장구 하며 백화점 매출을 일찍이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편의점 점포의 개수는 일본보다 많고 양적으로 포화상태지만 국내 편의점 매출은 일본의 1/4 수준”이라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일본 편의점 매출은 지난해 10조1718억 엔(약 94조8700억 원)으로 전년보다 3.7%, 총 매장 수는 5만6000개로 5.3%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편의점 도시락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외식업계도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사항을 취합해 외식업계의 장점을 홍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1인 메뉴와 1인석 배치를 통해 1인 가구 유입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신선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주문 즉시 조리하는 업소 음식과 달리 편의점 도시락은 오랜 시간 냉장 보관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식업소 영업주는 “편의점 여건 상 제품을 전자레인지에 바로 데워 먹어야 하는데 많은 소비자가 용기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이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내비쳤다”며 “외식업소의 음식은 따뜻하고 안전할 뿐만 아니라 영양면에서도 월등하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