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데자뷰’
외식업계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데자뷰’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6.01.0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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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기 접어든 한국 경제… 외환위기 당시보다 심각한 불황 조짐

‘강남의 대형 한식당 K음식점은 계속 이어진 불황에다 12월 초 손님 상당수가 발길을 끊은데 영향을 받아 32명의 종업원을 25명으로 줄였다. 이 업소는 현재의 불안한 경제상태가 지속될 경우 추가로 감축하는 쪽으로 이미 내부방침을 정해 놓은 상태다.’<식품외식경제 제63호·1997년 12월 22일자 1면>

‘IMF(국제통화기금) 한파는 국내 외식업계를 극심한 불황의 늪으로 빠트리고 있다. 연중 최대의 호황을 누려야 할 12월 한달간 대부분의 외식업체들은 연말 특수는커녕 전월 대비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70~80%까지 매출이 하락, 최악의 매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식품외식경제 제65호·1998년 1월 5일자 1면>


올해 기준 18~19년 전 본지의 1면에 보도했던 기사들이다.

청천벽력 같았던 국가 부도 위기에 따른 IMF 구제금융 시대가 막 시작되면서 국내 외식업계는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았다. 당시 서울의 명동, 종로, 강남역, 잠실 신천 새마을시장 등 외식업의 황금상권에서도 외식업체의 폐업이 속출했고 오피스타운 밀집 지역인 강남 삼성동 일대의 업소들도 매출이 70%까지 떨어져 점포를 내놓아도 문의조차 없었다.

이런 와중에 환율은 다락같이 올라 식재료 등의 원가를 끌어올려 외식업 경영환경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러한 외식업계의 어려움은 시중은행과 종합투자금융사 퇴출, 잇따른 중견기업 도산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더욱 심화됐다. 외식업계는 1990년대 패밀리레스토랑 열풍에 따라 1994년 문을 열었던 ‘LA팜스’가 1998년 1월 문을 닫으면서 중대형 외식업체 폐업의 신호탄을 쏘았다.

당시는 멀쩡한 기업에서도 임금 체불 사태가 벌어져 직장인들이 지갑을 열지 못해 외식업계의 불황에 부채질했다. 1990년대 후반 직장생활을 했거나 개인사업체 등을 경영했던 국민들은 당시 엄혹했던 상황을 생생히 기억한다. 금융업계의 구조조정으로 현금 유동성이 막히면서 많은 기업들이 제 날짜에 임직원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체불사태가 빚어졌다. 각 기업의 구조조정에 따라 아예 직장에서 내몰린 실업자 문제는 더 심각했다.

국민들의 씀씀이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곧바로 외식소비 감소로 이어졌다. 현금 유동성이 떨어질 경우 기업, 단체는 가장 먼저 광고·홍보 예산을 최소화하고 개인은 외식비를 줄이게 된다. 결국 외식업계가 IMF 구제금융의 역풍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다.

IMF 구제금융 사태가 벌어진지 20년 가까이 지난 2016년, 일선 외식업계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외환위기 당시보다 현재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중견 외식업체들이 이미 종사자 수를 줄이는 구조조정에 나섰고 매년 같은 비율을 보이던 창업과 폐업의 균형도 무너졌다. 지난해 10월까지 폐업한 외식업체는 18만여 개에 달한 반면, 창업한 업체는 13만여 개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음식점이 더 많아졌다.

영업 중인 외식업체의 매출도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메르스 사태로 전국 외식업체의 매출이 30%에서 70%까지 떨어진 뒤 8월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으나 전년 대비 실적이 크게 감소한 상태다.

특히 지난 연말 외식업계 최대의 성수기도 예년에 비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과 지속적인 임대료 및 식재비 인상 등 비용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기다 싱글가구 증가 및 노령화 등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편의점 도시락 등 간편식이 크게 늘면서 외식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다 외식 트렌드가 바뀌면서 외식업계는 엎친데 덮친 위기를 겪게 된 셈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IMF 구제금융 사태와 같이 국가적 이슈가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

IMF 구제금융 사태 당시에는 국가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최근 상황은 각각 개인이 당면한 문제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서울의 A외식기업 관계자는 “지난 2014년부터 외식시장의 어려움이 본격화되기 시작했지만 IMF 사태 당시와 같은 특별한 이슈가 없어 업계는 잠재적 위기의식만 가져왔다”며 “업계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데도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외식산업의 기초체력까지 약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B외식기업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외식산업 인프라와 트렌드가 크게 발전했지만 최근 체감경기는 1990년대 말의 데자뷰(기시감)를 느끼게 한다”며 “새해 사업계획도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등 극도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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