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좌담회]저성장기 한국 외식산업의 출구전략
[신년특집좌담회]저성장기 한국 외식산업의 출구전략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1.0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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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산업, 위기 넘어 미래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자’
▲ 지난해 12월 18일 한국외식정보(주) 대회의실에서 열린 식품외식경제 '2016년 신년특집좌담회'에서 저성장기 한국외식산업의 출구 전략에 대해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김상우 기자 ksw@

식품외식경제 2016 신년특집 좌담회
주제 : 저성장기 한국 외식산업의 출구 전략
장소 : 한국외식정보㈜ 대회의실
일자 : 2015년 12월 18일(금)
주관 : 식품외식경제
좌장 : 박형희 한국외식정보㈜ 대표이사
패널  김기영 경기대 관광전문대학원 교수
      이승우 상명대 외식영양학과 교수
      이주명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
      배  은 CJ푸드빌 경영지원실장
      민상헌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장
      정복모 다담회 회장

기록: 이원배・임주희 기자
정리: 이인우 기자 liw@foodbank.co.kr

메르스 사태와 세월호 사고 후유증, 국내 시장 침체… 18만개 업체 폐업, 신생 업체 13만개에 그쳐

2016년 세계 경제전망이 밝지 않다. 국내 경제도 지속적인 불황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미 저성장기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과거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20년’의 초기 단계와 같은 징후가 우리 경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외식산업은 이미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식품외식경제는 신년특집 기획으로 저성장기 우리 외식산업의 활로를 찾는 방안을 찾기 위해 전문가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외식산업이 큰 위기를 맞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형희 한국외식정보㈜ 대표(이하 좌장): 바쁘신 와중에도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 최근 국내 외식업계는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당시보다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각종 지표는 물론이고 체감으로 느끼는 불황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오늘 좌담회를 통해서 우리 외식업체가 얼마나 어려운가, 또 이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 나가야 할 것인가 등을 점검해 보기 위해 전문가들을 모셨다. 먼저 중소 외식업체를 대표하는 ㈔한국외식업중앙회의 민상헌 서울시협의회장부터 말씀해 주셨으면 한다.

민상헌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장(이하 민상헌): 외식업을 시작한 지 올해 38년째인데 지금만큼 어려운 때가 없었다. 올해 메르스 사태와 세월호 사고 때문일 수도 있지만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 모두 침체돼 대기업과 중소업체 모두 어려운 실정이다. 외식업중앙회 조사 결과 올해 들어 지난 10월 말 기준 18만개 업체가 폐업한 반면 신생 업체는 13만개에 그쳤다. 그동안 폐업과 신규창업이 엇비슷했으나 올해는 폐업이 늘었을 뿐이다.

폐업 급증의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소비 감소 등 외적인 요인에다 인건비, 임대료, 세금 등이 급등해 경영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카드수수료는 내년부터 줄게 됐지만 큰 도움은 되지 못한다. 소형 외식업체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150만 원짜리 월급쟁이보다 못한 외식업체 경영주들이 20만 명이나 된다.

저출산과 고령화, 청년실업 증가 등으로 외식업 부양 못해… 고용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되풀이

국내 외식산업 미래 밝다… 정부・업계・학계 힘모아 인프라 구축해야

정복모 다담회 회장(이하 정복모): 다담회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외식업체들로 구성돼 있다. 중견 업체들이다보니 큰 걱정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IMF 구제금융 사태 때보다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지금보다 1997년이 상황이 좋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담회 회원업체들은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이 있고 그만큼 경쟁력이 있는데도 지난해부터 많은 회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매월 초 열리는 회장단 회의에 불참하는 회원이 크게 늘었다. 모두 긴축경영을 위해 구조조정을 하고 모자란 일손을 경영주가 직접 메꿔줘야 하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살아남기 위해 한 달 한 달 외줄 타는 심정이라고 한다. 다담회 회원들은 그나마 어느 정도 깊이 뿌리를 내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데 최근에는 힘겨운 실정이다.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큰 고민이다.

배은 CJ푸드빌 경영지원실장(이하 배은): 우리나라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청년실업 증가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외식업을 부양하지 못하고, 다시 고용실적이 부진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반면 시장 트렌드는 민감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한 업종의 외식업체가 10년 이상 꾸준히 유지됐지만 지금은 1~2년만 지나면 대중의 관심이 떨어진다. 외식업은 하나의 브랜드를 론칭하는데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장기적인 수익창출을 기대하는 사업인데 지금은 자리를 잡을만하면 다시 투자해야 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다 외국계 제과·제빵 브랜드 등 글로벌 외식업체들의 국내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 글로벌 외식업체는 외식 트렌드를 리드하면서 초기 투자를 집중해 국내 업체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임대료 문제도 심각하다. 어느 지역이든 새로 진출해 입지를 닦아 놓으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2배 이상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인건비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인건비를 부담한다 해도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아르바이트 사원도 고용 이후 6개월 정도 지나면 무기계약으로 돌려서 거의 정규직화 하는데도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외식업은 다른 아르바이트와 달리 전문성이 필요한데 조건을 갖춘 인력을 구하기 힘들다.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경쟁이 심해지는 반면 인력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물론 충분한 투자 여력 등 대기업으로서의 장점도 있다. CJ푸드빌은 그럼에도 최근 3년 동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규제로 사업을 확장하지 못해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작은 외식업체도 힘든 점이 있지만 대기업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매출이 더 줄어들었다. 지난해 상반기 메르스의 영향 때문에 계열 브랜드의 매출이 60~70%나 감소했다. 200평 규모의 대형 점포에 하루 7~8명의 고객이 방문해도 주방과 홀을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적자 폭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었다.

김기영 경기대 관광전문대학원 교수(이하 김기영): 불황이 지속될수록 각 업체의 매출 감소가 커지고 있다. 매출이 따르지 않으면 외식산업을 구성하는 시스템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우리 경기대 대학원생의 98%가 현직에 종사하고 있다. 130여 명의 외식조리전공 석박사 과정 학생 중 지난해 석사과정에 지원한 38명 중 12명이 자퇴했다.

외식업체의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업무량이 늘어 학업을 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사 과정도 30명이 지원했는데 7~8명이 학업을 포기했다. 대학원생 중 70~80%는 대형 외식업체 직원들이고 나머지는 자신의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인데 이들의 학업 포기율이 더 높다. 이들은 전문성을 높여 운영 중인 업체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고자 대학원에 들어왔지만 현재 여건으로는 일과 학업을 동시에 감당할 수 없다고 한다.

학부생의 경우 국내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해외 진출 기회만 찾고 있다. 올해 대학원생을 모집했는데 지원자가 지난해의 50%도 안된다. 학부도 심각하다. 현재 학부생 중 45~50명이 해외 인턴십에 참여하고 있는데다 심지어 1학년도 지원하는 추세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우리나라 외식산업의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외식업 패러다임 변화 ‘밥장사’에서 문화의 비중이 50~60% 정도로 늘어… 변화 맞춰야 살아남아

이승우 상명대 외식영양학과 교수(이하 이승우): 우리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우선 생계를 해결해야 하다 보니 학업을 꾸준히 진행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취업률이다. 최근 외식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매우 높다. 방송 트렌드라고 하는 먹방, 쿡방 등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이렇다보니 무조건 외식전문가가 될거란 생각에 학부 지원자는 많지만 실질적으로 취업률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학생들의 관심과 지원율이 높기에 학교들마다 관련 학과를 늘리고 교수진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취업하기가 어려운 실정이고 김기영 교수 말씀처럼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일정 기간 해외경력을 쌓은 뒤 귀국했을 때 국내 업체에 취업하기 위한 스펙 쌓기로 볼 수도 있다. 진정한 전문지식과 테크닉을 배우고자 하는 것보다는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쓸 경력이 필요해 너도나도 해외 진출을 노리는게 아닌가 한다.

좌장: 요즘 젊은이들의 먹방, 쿡방, 외식에 대한 관심은 15~20년 전 일본에 나타난 현상과 비슷하다. 당시 일본 학생들은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워 일본으로 돌아와 자신의 점포를 차리는 게 희망이었다. 이제 지금까지 나온 외식업계의 현황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말씀해주기 바란다.

이주명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이하 이주명): 외식업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가운데 외식 트렌드 주기가 짧아지면서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종사자 5인 미만의 영세한 사업자가 많다보니 적절히 대응하지도 못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외식업체들이 다 어려운 건 아니다. 잘되는 업체들도 있다. 이러한 부분에 주목하면 어떨까 싶다. 2016년 외식 트렌드 전망에 따르면 1인 가구 증가에 의한 나홀로 식사가 크게 늘게 된다. 여기다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가성비 높은 메뉴가 각광 받을 전망이다.

올해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외식산업을 잘 알지 못하는 일부 행정학과 교수들이 정부에서 외식업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는 평가서를 제출했다. 외식산업은 사업자 개인의 영리를 위한 것이라며 2016년 관련 예산을 대폭 깎았다. 이에 따라 정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렇게 어려운 여건 아래서도 외식업계가 자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 정부의 역할은 창업 단계에서 실질적인 교육을 지원하고 시장정보와 트렌드 제시, 외식 선진국에 대한 정보 등을 제공하는데 주력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메르스나 세월호 사고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식업체에 대한 효율적인 외식종합자금 운영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외식산업은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국민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최근 여러 악조건 아래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이 자리에서 좀 더 논의했으면 좋겠다.

좌장: 지금까지 우리 외식산업이 처한 현황을 짚어봤다. 현재 당면한 어려움이 단시간에 끝날 수 있을지, 아니면 장기화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을 얘기해본 뒤 대응책을 찾아보자.

정복모: 지금으로 봐서는 2~3년 안에 회복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미 2~3년 전부터 경기가 가장 안 좋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민상헌: 빠른 시간 안에 회복은 절대 안 될 것이고 바뀌는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배은: 외식업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 같다. 과거 외식업은 ‘밥장사’라는 측면이 80~90%의 비중을 차지했고 나머지 문화욕구 충족, 휴식 등 다른 요소가 10~20%에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문화의 비중이 50~60% 정도로 늘어났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구조를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주명: 배 실장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앞으로 2~3년 안에 이러한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기영: 외식업은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경제흐름이 좋아지고 대내적으로 각 사업자들의 노력이 있다면 조만간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좌장: 우리 외식산업은 과거 일본의 장기불황과 같은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경제 전문가들 이미 지난 2013년부터 장기불황의 조짐을 얘기했다. 우리 외식산업의 불황도 단기간에 절대 회복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대책이 있을 것이다.

불황일수록 쏠림 현상이 심해 극소수지만 호황을 누리는 점포는 상상을 초월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차별성 있는 노하우와 경쟁력이 커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대책과 정부차원의 방안이 있다면 어떤 게 있겠는가.

정부 노동개혁법 ‘외식업 근무시간 특례업종 제외’ 조항 외식업에 매우 심각… 대기업도 법 지키기 어려워

민상헌: 외식업의 트렌드가 정말 빠르게 바뀌는데 업주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잘되는 업체들은 나름 이같은 현상을 분석해 대응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40여 지회장들은 대부분 단일 품목에 집중하고 있다. 한 품목을 내세워 전문점으로 운영하면서 불황을 이겨내고 있다. 소형 외식업체와 대형업체 모두 망하는 건 똑같다. 이럴 때 정부에서는 어떻게 지원해줘야 하느냐를 생각해 봐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 내놓은 노동개혁법은 외식업을 근무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어 매우 심각하다. 정부 원안대로 통과되면 안 된다. 이럴 경우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외식업체까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정부와 정치권을 설득해 12월 5일자로 5인 미만 외식업체는 노동개혁법 적용 대상에서 빼기로 했는데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여야에서 어느 정도 합의는 했기 때문에 정부도 외식업의 어려움을 감안해 특례업종으로 유지해줘야 한다.

또 하나, 외식업의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 창업 전에 전문가적인 교육을 받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현재 외식업의 신고제를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 대기업의 프랜차이즈는 창업 희망자가 점포만 구하면 다 가맹점으로 받아들인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많겠는가. 정부 차원에서도 교육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각 자치단체에 내려 보내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복모: 지금 상황에서는 겁이 난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잘 되는 사례만 보지 않길 바란다. 잘 안 되는 업체가 훨씬 더 많다. 잘 되는 업체는 1%도 안 된다. 쏠림 현상도 있지만 반짝하는 매스컴 효과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장기불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대한 논의를 하다보면 결국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생각으로 줄이고 또 줄이자는 결론밖에 안 나온다.

식재 원가, 인건비 등 뺄 수 있는 건 최대한 줄이고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콘셉트의 신메뉴는 늘려야 한다. 일단 소비자가 오게끔 하기 위해 좀 더 저렴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내놓아야 한다. 배달시장 확대와 테이크아웃, 편의점의 간편식 등에 뺏기는 고객도 많다. 이에 대비해 일단 줄일 건 줄이고 늘릴 건 늘리고, 기존 점포를 활용하면서 새로운 브랜드를 전개해야 한다.

배은: 좀 더 큰 관점에서 봐야 할 필요도 있다. 전체가 살지 않으면 결국 크고 작은 업체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 경기불황과 소비감소, 외식업체의 매출 저하에 따른 구조조정과 실직자 증가, 다시 소비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것인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과거에는 굶지 않고 먹는 게 중요할 뿐 위생적인 부분은 외면했다.

하지만 요즘은 안전하고 위생적인 먹을거리 문제를 떠나 쿡방이 대중의 관심을 끄는 등 맛과 차별성을 강조하는 기호식품 측면이 중요해졌다. 외식은 언제나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살아 숨 쉬는 산업이라는 얘기다. 이를 잘 육성할 경우 취업률을 높이는 등 경제·사회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에 걸맞도록 외식산업에 대한 사회와 정부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외식업은 반드시 육성해야 할 산업일뿐더러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야다. 이같은 점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한 통계자료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 아직 정부정책에서 외식산업이 소외돼 있다. 우선 정확한 조사 결과를 얻어낸 뒤 이를 제대로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외식산업은 미래산업이다. 바로 지금이 여러 분야에서 연구를 많이 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외국에서 여러 글로벌 외식 브랜드가 들어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한식이나 전통음식을 알리는 차원에서 벗어나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를 보존,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나서야 한다. 태국과 베트남 음식은 이미 완전히 국제화된 상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12위의 국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한식을 먹어보지 못한 외국인이 대부분이다. 외식산업은 이제 국내산업 차원과 국가 미래산업 차원으로 나눠 연구해야 하고 정부와 민간의 인식을 개선해 발전시켜야 한다.

김기영: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 외식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짚어볼 수 있다. 하나는 사모펀드가 주도하는 국내 외식업체 M&A가 활발하다는 점이다. 이들 사모펀드는 국내 외식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브랜드를 인수한 뒤 사업 규모를 확장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놀부와 크라제버거, KFC 등의 M&A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M&A는 우리 외식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앞서 배은 실장이 말했듯 외식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본다.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이 음식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면 보다 많은 것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세계가 서울 반포의 센트럴백화점 지하에 문화공간을 조성해 2천만 명 다녀갔다고 한다.

이같은 복합 문화공간의 한 축으로 외식업이 정착되면서 먹을거리 차원을 떠나 여러 융복합적인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흐름 속에 한국 외식산업 발전의 미래가치가 담겨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외식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가 빠른 만큼 업종의 변화 사이클도 매우 빠르다. 빠른 변화를 단점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를 어떻게 성장 곡선에 접목하느냐에 따라 장점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이 좀 더 높은 차원의 연구결과를 내놓고 이를 외식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등을 진행해야 한다.

이승우: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청년 실업문제 차원에서 외식산업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에 당부할 사항도 있고 학교 스스로 갖춰야 할 부분도 있다. 먼저 창업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현재 교내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5명을 고용하고 있다. 학생들은 창업 교실에서 재무와 인사 문제 등을 배우기 위해 직접 법무사를 만나 상담하는 등 창업에 필요한 실무를 익히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제 창업시장에서의 실패율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외식산업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

하지만 창업의 경우 교육부의 대학평가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취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어려움이 있다. 졸업생이 창업할 경우 첫 해부터 사업자 명의로 4대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수준의 매출이 나와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취업률을 외면할 수 없는 교수들이 창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외식업 진출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창업시장은 IT산업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등은 실질적인 고용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중소 외식업체의 고용효과가 높은데 정책적 배려가 부족하다. 정부가 규제개혁을 내세우며 푸드트럭 양성화 정책을 내놓았지만 결국 용두사미가 되고 있다. 현실적인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정책의 지속성이 필요하다.

좌장: 정책의 지속성에 대한 지적을 잘해주셨다. 정부 정책은 현실적으로 시행이 가능한 사업을 중심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모펀드의 M&A 문제도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외식산업이 어렵다고 하는데 해외 조사기관이나 투자업체에서는 아직 먹을거리가 많다고 본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곳 중 성공한 사례도 있다. bhc는 단기간에 높은 실적을 올려 미국 본사에서 성공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다음으로는 우리나라 외식산업의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얘기해보자.

민상헌: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3대째 외식업을 물려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외식업의 미래는 밝다는 얘기다. 당사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를 이어 발전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 지원도 많아져야 한다. 정부 지원을 통해서라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 번 정도는 한식을 먹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지원이 따른다면 우리나라의 외식업 전망은 밝다고 본다.

배은: 한류는 드라마에서 시작해 K-POP, K-BEAUTY로 이어졌다. 다음은 K-FOOD라고 생각한다. 또한 기회가 열렸을 때 얼마나 이를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그 기회를 잡지 못하면 외국투자자들도 물러간다. 반짝 열렸던 시장이 닫히면 다시 열기 어렵다. 그 기회를 누가 가져 갈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일시적인 돈벌이가 아니라 사명감을 가진 전문가 집단이 주력 사업으로 진행해야 성공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5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남아있을지 짚어보면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스타벅스나 맥도날드는 글로벌 브랜드로 굳건히 버티고 있지만 포드자동차나 크라이슬러 등은 크게 쇠퇴했다. 포브스지가 집계한 글로벌 기업을 보면 30~50년 되는 외식업체가 많다. 다른 업종의 기업은 대부분 10년 내외의 유지기간을 보인다. 외식은 국가 경제 차원은 물론,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결실을 얻어낼 수 있는 산업이다.

정복모: 외식산업은 분명 전망이 밝다. 저는 당초 제조업에 종사하면서 10억 원의 매출을 올려도 1천만 원을 남기기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30여 년 전 외식업을 시작해보니 2천만 원어치를 팔아 1천만 원을 남겼다. 또 제조업의 경우 제품을 판매하면 5~6개월짜리 어음을 받는데 외식업은 현금 매출이라는 장점이 있다.

외식업은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다른 업종에 비해 수익성이 높다. 대기업이 외식사업을 벌이는 이유는 그만큼 돈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엄마의 ‘치맛바람’이 자녀들을 세계적인 인재로 만들었다면 이제 아빠의 ‘바지바람’으로 인재를 발굴해 적재적소에서 일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키운 인재가 외식산업을 발전시킬 것으로 본다.

김기영: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우리보다 먼저 외식산업이 발전한 사례를 분석해보면 모두 장기적인 미래 비전에 맞춰 성장해 왔다. 우리나라도 외식업계에 젊은 자원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경기대의 경우 5개 카테고리로 세분화해 39명을 선발하는데 최고 70대 1, 평균 32대 1의 경쟁률을 보인다. 기본적으로 외국어 2, 3개를 하는 학생들이 지원한다. 이런 자원들이 있기에 외식산업의 미래가 밝다는 전제 아래 다음 3가지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정부와 업계, 학계가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 외식산업을 더욱 육성하고 지원할 수 있는 외식산업진흥기금법을 제정하길 바란다. 지난 1961년 관광사업진흥을 제정하면서 진흥기금 관련법도 만들었다. 외식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 식품산업기금의 용도를 개정하던가 별도의 외식산업진흥기금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외식업 진입장벽을 높일 수 있도록 조절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길 바란다. 전문가 집단을 육성한 뒤 이들이 외식업에 진출할 때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식자재 유통구조 개선에 노력해주길 바란다. 이러한 정책은 각 정부부처가 호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승우: 외식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단체급식기업인 아라마크의 1년 매출만 17조 원 이상이다. 올해 초에 우리 학교에 ‘안다미로’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학생들이 순댓국, 만두국 카페를 운영했다. 한 학기 동안 1500만 원의 수익을 올려 장학기금으로 조성했다. 순댓국 수익이 많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사업에 비해서는 매우 높은 편이다.

외식업에서 만약 커피시장이 가라앉는다면 다음에 제과제빵 시장이 뒤를 잇게 된다. 외식산업은 한 업종만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학교 안에서는 학생들이 도전하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으니까 괜찮은 아이디어들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만약 이런 사례를 기업으로 확장시켜 나간다면 외식산업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협동조합에 디자인, 건축, 마케팅 등 다른 학과 교수들도 참여하고 있다. 외식은 이제 단순한 먹을거리에 그치지 않고 공간까지 하나로 묶는 상품이 돼야 한다. 외식을 융복합적 시각에서 본다면 예술의 한 장르로 볼 수 있다. 여러 요소를 잘 묶어 내면 값어치가 훨씬 커질 것이다.

이주명: 전 세계 식품시장은 5조3천억 달러 규모로 자동차산업과 IT산업을 합친 것보다 크다. 할랄푸드 사업도 직접 중동에 가서 MOU 체결을 추진했다. 다변화된 시장에서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글로벌외식기업협의체를 만들어 외식업체들의 해외진출에 필요한 정보와 인허가 문제, 법률문제 등을 지원했다.

농식품부에 ‘The외식’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정부가 외식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 아이템을 수집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글로벌외식기업협의체에서 단순한 해외진출 지원이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 외식기업이 당면한 어려움 등을 끌어내 정부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외식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계속 뻗어나가는 산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정부도 외식산업이 중요산업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일자리창출에서도 중요하다. 정부는 중소기업협력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외식업계의 마케팅 지원과 식재를 공급하는 농업계와의 연계 활성화 등 다양한 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적재적소의 맞춤형 지원도 활성화하겠다.

김기영 교수께서 외식산업진흥기금법 제정을 말씀하셨는데 식품외식종합자금에서 시설 현대화 자금으로 업체당 최대 50억 원까지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집행실적이 전혀 없는 상태다. 2016년부터는 정책 설명회 등을 진행해 정부의 외식 지원자금과 식품산업 관련 자금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좌장: 정부의 여러 정책에 구체적인 명칭을 붙이지 않을 경우 업계에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다. 식품산업지원이라는 사업명이 붙은 정책에는 외식업계가 관심을 가질 수 없다.

이주명: 정책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좌장: 경기불황이 지속되고 있어 앞으로 외식산업도 아픔을 감수하면서 이겨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정부의 2016년 정책 방향은 내수와 수출 확대다. 우리니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우리 외식업계도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에 대처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운다면 성장가능성은 충분하다. 긍정의 힘을 갖고 당면한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긴 시간 동안 외식산업의 출구전략에 대해 유익한 말씀을 해주신데 대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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