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산업 정책을 바라보는 눈
외식산업 정책을 바라보는 눈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1.04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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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훈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개발부장·행정학박사
▲ 신훈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개발부장·행정학박사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정유, 정보통신산업 등은 대한민국을 경제대국에 진입하게 한 기간산업이다. 최근에는 향장산업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의 기술 발전과 거대한 자본의 힘은 우리의 산업경제에 커다란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협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정부는 나름대로 ‘창조경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기간산업 부흥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정부와 시장(市場)은 미래 산업으로 바이오, 사물 인터넷(IoT), 드론, 스마트 카, 인터넷 게임 분야 등을 꼽는다.

정부는 이들 산업의 육성에 정책의 눈을 맞추고 있다. 고도의 지식과 창조력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것이라는 희망적인 정책 비전에 사뭇 동조도 된다. 하지만 그 분야에 먼저 진입한 선진국과 추격자로서의 중국 등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기에 ‘정책의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정책의 분산투자 대상으로 적격인 산업은 외식산업이다. 한식은 오롯이 다른 나라의 음식과 확연하게 구별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외식산업이 폐업과 업종 변경을 일삼는 레드오션일 수 있으나 세계적으로 보면 다른 나라 음식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블루오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식산업에 대한 정부의 전략적이고 통합적인 정책 노력을 볼 수 없는 것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조만간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의 내방이 연간 1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객으로서 중국인은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자산이다. 그런데 정작 요우커들은 한국 음식을 100점 만점에 77.44점, 즉 ‘C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포화 상태의 외식업체, 품질로써 경쟁력 없는 한국 외식산업에 대한 경고등으로 보아야 한다.

얼마 전 스위스에 살고 있는 친구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스위스에서는 음식점 창업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창업을 하려면 지자체 별로 민(民)과 관(官)으로 구성된 위원회에 출석해 사업 내용의 전반을 브리핑하고 위원들로부터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만 음식점을 오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 속에는 우리나라 외식산업 정책의 길라잡이가 들어 있다. ‘누구나’, ‘아무나’ 쉽게 창업하는 음식점이 아니라 일정 기준 이상이 돼야만 창업할 수 있게 된다면 과당 경쟁과 저 품질 음식의 문제는 단박에 해결이 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자유로운 시장 진입과 목숨을 건 경쟁의 끝에서 적자생존이라는 잔인한 구조조정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향후 외식산업 정책의 초점은 첫째로 낮은 진입 장벽을 높이는 일에 있다.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규제의 문제가 있겠으나 규제의 역할을 지자체별 민간 전문가 위원회에 위임하면 된다. 법적으로는 영업 신고의 기준을 변경하면 될 일이다.

둘째는 외식산업 정책의 헤드쿼터(지휘 본부)를 만들어야 한다.

외식산업 분야는 관광, 농업, 수출, 프랜차이즈,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세제, 식품위생 분야 등에서 얽히고설킨 생태계다. 복잡한 외식산업 생태계를 세계 수준의 경쟁력 있는 체제로 만들려면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 기획재정부 및 국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중앙부처 간 정책 네트워크를 조율할 수 있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 조직이 필요하다.

외식산업이 일본, 베트남, 태국처럼 국가를 먹여 살리는 수입원이 되기 위해서는 외식산업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할 권위 있는 기관의 존재가 제도로써 갖춰져야 한다.

이제는 외식산업이 농업이나 식품산업, 관광산업, 보건산업의 종(從)이 아닌 주(主)가 될 수 있도록 ‘정책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어야 할 때다. 국가적 맥락에서 외식산업 정책 입안이 이루어지면 우리 경제에도 ‘파란 불’이 켜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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