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R(가정간편식)시장 무한 경쟁, 2조 원을 잡아라
HMR(가정간편식)시장 무한 경쟁, 2조 원을 잡아라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6.01.0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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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부터 유통업계까지 경쟁 심화… 업계 “가격・품질의 이상적 조화가 관건”

농식품유통교육원에 따르면 국내 HMR(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지난 2014년 기준 약 1조3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1조5천억 원을 거뜬히 돌파하고 올해는 2조 원까지 치솟으리란 분석이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패턴 변화가 HMR의 급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진단이다. 맞벌이가구와 1인가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은 시간과 공간에 큰 제약을 받지 않는데다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간편 음식에 열광한다. 실제 2035년에는 전체 인구의 34.3%가 1인 가구로 채워질 전망이다.

국내 식품소비 트렌드는 1990년대 일본과 흡사하다는 분석이다. 당시 일본은 장기불황과 1인가구의 급격한 증가 등으로 HMR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1990년대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HMR 시장은 연평균 8.4%씩 성장했다”며 “소득수준의 향상, 라이프스타일의 서구화, 1인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증가, 가구당 평균 구성원감소, 노령화 사회 진입 등 일본의 1990년 경제지표와 2011년 이후의 우리나라 경제지표가 매우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HMR 시장이 대폭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각 업체마다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올해는 HMR 시대가 본격화되는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최근 HMR 인기몰이를 주도하는 대표 브랜드인 이마트 ‘피코크’ 매대에서 한 여성 고객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이마트 제공

유통업계 “HMR은 차세대 먹을거리”

지난 5년간 HMR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식품업계는 물론 유통업계까지 HMR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마트의 PB브랜드 ‘피코크’는 최근 HMR 인기몰이를 주도하는 대표 브랜드로 급성장했다. 2013년 280개에 그쳤던 품목은 지난해 900여 개까지 확대됐으며 매출도 15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마트에서 피코크가 차지하는 비중도 10%에 근접하면서 기존 HMR 강자인 오뚜기,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등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 

피코크는 계열사 신세계푸드가 일부 생산을 맡고 있으며 품질이 검증된 중소업체들과의 협업으로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NB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한데다 품질도 좋다는 평가가 잇따라 일찌감치 경쟁력을 확보했다. 더욱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정 부회장은 “피코크는 이마트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해줄 수 있는 상품으로 피코크에 모든 것을 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등 피코크를 차세대 먹을거리로 육성할 방침이다. 

▲ 지난해 말 론칭한 롯데마트의 HMR PB브랜드 ‘요리하다’ 모델들이 홍보하고 있다. 사진=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도 한발 늦었지만 지난해 말 HMR PB브랜드 ‘요리하다’를 론칭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요리하다는 완제품 일변도인 기존 HMR과 달리 간편식과 요리재료, 조리준비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선보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식생활 전반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하는 밀 솔루션(Meal Solution)을 지향한다”며 “채소를 다듬거나 볶는 등 간단하지만 별도 요리 과정이 필요한 반조리 상품을 전체 20% 정도로 구성했고 앞으로 메뉴와 어울리는 그릇과 수저 등의 상품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요리하다의 출시 상품은 일본식 소고기덮밥과 왕만두 등 21종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매해 분기별로 새로운 주제의 상품도 선보이는 등 올해까지 200개, 2017년까지 500개로 상품수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한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통해 1인가구에 맞춘 소량화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마트 피코크와 마찬가지로 계열사 롯데푸드가 일부 품목의 생산을 담당하고 중소업체와의 협업으로 생산한다. 롯데마트는 요리하다의 올해 매출을 약 200억 원으로 보고 있으며 2017년까지 1500억 원의 매출 규모로 확대한다는 청사진이다. 

홈플러스도 최근 가정간편식 브랜드 ‘싱글즈 프라이드’를 출시하고 냉동 간편식 14종을 내놨다. 한 끼 식사로 적합한 컵밥과 파스타, 만두국을 비롯해 간식과 술안주로 좋은 가라아게(일본식 닭튀김), 녹두전, 잡채 등이 대표 상품이다.

소비자 입맛을 선점하라

대형식품업체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전체 레토르트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오뚜기는 최근 덮밥류 제품에서 닭갈비와 제육볶음, 오삼불고기 등 제품수를 확대하고 있다.

햇반으로 즉석밥 시장을 개척한 CJ제일제당은 국밥과 덮밥, 비빔밥 등 다양한 형태의 ‘햇반 컵반’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대상은 최근 요리의 완성을 소리로 알려주는 신개념 HMR ‘휘슬링 쿡’을 론칭하고 기존 제품과의 시너지를 꾀하고 있다. 휘슬링 쿡은 소리로 요리하는 세계 가정식이라는 콘셉트로 한식, 중국,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벨기에 등 세계 6개국의 유명 요리를 담았다.

아워홈은 다양한 재료 준비와 불편한 식재료 손질 때문에 1인가구가 쉽게 해먹을 수 없는 국・탕・찌개 메뉴를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삼계탕과 육개장, 사골곰탕, 감자탕, 해장국, 김치찌개 등 주요 한식 제품들을 선보이면서 1인가구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풀무원도 브랜드 ‘생가득’을 통해 냉동볶음밥, 샐러드바, 또띠야 등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 주요 식품업체들의 다양한 HMR 제품들. CJ제일제당 ‘햇반 컵반’, 풀무원 ‘생가득’, 대상 ‘휘슬링 쿡’(왼쪽부터).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HMR시장의 열기가 과열되면서 자칫 업체간 출혈경쟁이 심화돼 이익 창출이 쉽지 않으리라는 위기감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경쟁력이 가장 큰 장점인 오뚜기도 시장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은 형국”이라며 “경쟁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압박감에 각 업체들이 판촉비용을 높이고 있으며 이는 많이 팔아야 겨우 본전치기를 하는 박리다매의 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격・품질의 조화… 장기적 과제

전문가들은 HMR이 식품업계의 지속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가격과 품질의 조화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각종 쿡방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A셰프의 이름을 건 도시락 상품의 경우 2주 만에 100만 개를 판매하면서 화제를 몰고 왔다. 그러나 이 도시락을 구입한 다수의 소비자들은 SNS를 통해 A셰프 이름값에 기댄 ‘빈약한 상품’이란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이 상품을 구입한 김모 씨는 페이스북에서 “A셰프의 이름을 내세운 도시락이라 기대치가 컸다”며 “저렴한 가격은 마음에 들었으나 상품 질은 셰프 이름값이 무색할 정도로 형편없었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품질을 높이고자 하면 생산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고 소비자들이 이를 수긍하고 상품 구입을 지속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결국 가격과 품질의 조율이 잘 이뤄져야 하겠고 이는 다양한 부분의 생산 단가 절감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볶고 구운 메뉴들이 대부분이라는 점과 플라스틱 용기로 전자렌지 조리 시 환경호르몬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C업체 관계자는 “플라스틱 용기의 경우 다수 업체들이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한 용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홍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메뉴의 질은 어느 정도 가격 상승이 이뤄져야 적정선을 맞출 수 있으며 결국 가격대에 따른 상품 라인업의 강화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HMR의 시장 확장에 외식 고객의 이탈도 적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있으나 아직까지 매출 타격과 같은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분석이다. 본아이에프와 놀부NBG 등 일부 외식 프랜차이즈들은 자사 메뉴들을 HMR로 선보이는 등 틈새시장을 잡기 위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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