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업계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인사시즌에 마침표를 찍는 모양새다. 각 회사마다 이사, 상무, 전무 등 임원급 승진부터 부장, 차장 등 각종 승진 명단이 쏟아져 나왔다.
먹고사는 일 자체가 화두가 돼버린 작금의 현실에서 가족들만 보고 앞을 달려온 이들에게 승진은 큰 위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기업에서 ‘별(임원급)’을 다는 일은 그동안의 땀방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승진이 있다면 해임과 퇴임도 있는 법. 지난해 메르스 여파부터 장기 불황에 혹독히 시달린 식품외식업계는 대박을 친 업체보다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업체가 더 많았다. 때문에 승진자보다 해임과 퇴임자들이 유독 많았던 해였다.
A업체 창업멤버로 오랫동안 회사에 몸담았던 모 전무는 지속된 실적 부진에 결국 퇴임의 압박을 이기지 못했다. 아이들 교육비가 한창 많이 들어갈 50대 초반에 해임을 당했으니 씁쓸함이 더한다.
그렇다고 물러나는 사람들이 열정과 역량이 소진됐기 때문에 폐기처분 되듯 떠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게 보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들의 경험과 연륜을 더 오래 쓰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혹독한 반성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일 것이다.
한편으론 명예롭게 떠나면서도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문화는 이제 한국사회에서 하나의 이데아로만 남는 건지 의문이 든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퇴직금을 밑천으로 치킨집을 차린 뒤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례들은 이제 흔하디흔한 소식이 되고 있다.
젊은이들도 열정 페이라는 명분 아래 인턴들로 자리를 채우는 회사들이 허다하니 소위 ‘헬조선’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나는 지경이다.
식품・외식업계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앓고 있는 고용의 늪을 새해에는 벗어날 수 있을까. 정부는 물론 산업계 전체가 진지하고 현명하게 접근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