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외식 트렌드의 경제·사회·문화적 배경
2016 외식 트렌드의 경제·사회·문화적 배경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6.01.0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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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 노마드(Gastro-Nomad)’·‘푸드 서비스의 진화’·‘나홀로 다이닝’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제시한 2016년 외식트렌드의 키워드는 ‘미각 노마드(Gastro-Nomad)의 진화’, ‘푸드 서비스의 진화’, ‘나홀로 다이닝’ 등 3가지다. 노마드는 유목민, 유랑자라는 뜻으로 맛을 찾아 어디든 찾아나서는 외식소비 트렌드를 말한다.

정부는 매년 전국 3천여 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외식 소비성향 등을 조사한 뒤 외식 트렌드를 전망한다. 제시된 트렌드는 일정한 패턴을 보이며 움직이는 소비 경향을 말한다.

이는 해당 년도뿐만 아니라 이미 지나온 2015년, 2014년은 물론 1년 뒤인 2017년과도 연결된다. 올해 외식 트렌드의 키워드가 전체 외식시장을 좌우한다는 얘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미각 노마드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일부러 찾아가는 외식 소비자를 말한다.

이러한 미식취미를 가진 외식 소비자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인터넷 동호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네이버나 다음, 지금은 없어진 엠파스 등 여러 포털사이트 블로그가 이들의 터전이었다. 미식취미 동호인들은 단순히 맛있다는 식당을 찾아 어렵지 않게 서울에서 부산까지 찾아가기도 한다.

올해는 이러한 미식취미 동호인뿐만 아니라 평범한 국민도 ‘맛’을 찾아 먼 곳까지 찾아가는 경향이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방송가를 장악했던 ‘쿡방’의 영향이 컸다.

과거 연예인 등이 단순히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점을 찾아가 식사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먹방’에 여러 유명음식점을 비교한 뒤 직접 스튜디오에서 조리까지 하도록 하는 ‘쿡방’을 합친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에 소개된 음식점은 평일에도 1시간 이상을 대기해야 입장할 수 있다. 전국에서 찾아온 고객들이 밀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식 트렌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제시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앞으로 미각 노마드 현상이 어떻게 진화, 혹은 퇴화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또 미각 노마드 현상이 외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해설도 하지 않는다. 현상에 따른 문제점과 앞으로의 전망 등은 외식업계나 사회·문화학계에서 풀어야 한다.

특정 시기의 외식 트렌드가 과거는 물론 미래와도 연결된다고 볼 때 미각 노마드 현상은 지난해 트렌드 중 하나인 ‘먹방 신드롬’과 ‘로케팅 소비’의 이행단계로 볼 수 있다. 로케팅 소비는 일상적인 외식의 지출을 줄이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메뉴나 특별한 날에는 고가의 외식도 스스럼없이 하는 소비자의 양면성을 말한다.

집단적인 미식 유랑자의 등장은 경기불황에 따른 스트레스를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위로 풀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외식 트렌드를 외식업계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미각 노마드와 함께 제시된 트렌드 키워드는 ‘푸드 서비스의 진화’, ‘나홀로 다이닝’이다. 이는 장기불황의 늪에 빠진 경제적 환경과 인구통계학적 환경에서 나온 결과다.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과 모바일로 하는 사전 주문·결제, 자판기 방식의 주문·결제 등 O2O(On line to Off line) 기반 푸드 서비스의 진화는 IT산업 발전 이전에 외식업 경영환경이 열악해진데다 소비자의 가처분소득이 줄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나홀로 다이닝’도 인구통계학적 배경은 물론 사회문화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혼자 외식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단순히 싱글가구가 증가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에 이어 취업, 주택, 인간관계, 희망까지 포기한다는 7포 세대의 등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은 다이닝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일품 메뉴를 자주 찾게 된다.

이같은 현상을 종합하면 당분간 꾸준한 매출을 이어갈 수 있는 외식업체의 밑그림이 나온다. 맛을 강조한 메뉴를 단품으로 제공하면서 셀프 주문·결제 방식으로 인건비 등을 줄여 가격 거품을 빼고 혼자서도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배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일본의 장기불황기 밤거리 외식문화를 배경으로 한 만화 ‘심야식당’과 같은 작은 식당이 이미 우리나라 곳곳에 문을 열고 있다. 작은 외식업소뿐만 아니라 중대형 외식업체도 최근 트렌드를 접목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식 신드롬을 일으켰던 계절밥상, 자연별곡, 올반 등도 뷔페 방식을 도입해 적은 종사자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인 사례다. 서울 강남과 이태원 등 외식업소가 밀집한 지역에도 싱글족을 배려한 이색 음식점과 일품 메뉴에 주력하면서 전문성을 내세우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중대형 외식업체도 혼자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바(Bar) 형태의 테이블을 배치해 ‘나홀로 다이닝족’을 겨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 아예 외식업체를 찾지 않고 편의점 도시락이나 HMR,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경기불황이 이어질수록 더욱 심화되면서 외식업계를 위협할 전망이다. 이들 ‘혼밥’족을 어떻게 외식시장으로 다시 끌어들이냐는 점도 업계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외식업은 이제 단순한 먹을거리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심리적 만족감을 추구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문화는 당면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만들어진다. 앞서 지적한 장기불황이라는 경제적 문제와 싱글가구 증가 등 사회적 문제가 외식트렌드를 만들고 트렌드는 문화적 현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미각 노마드의 진화는 소비자들이 외식업 성공의 전제조건인 ‘맛’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맛은 주관적인 판단과 입소문 등에 따라 결정된다. 소비자에게 각인될 수 있는 특징을 담아야 하고 한 번 찾은 고객이 지인에게 소문을 내는 과정이 따라야 한다. 이런 과정은 외식업소의 규모나 위치와 관계없이 만들어낼 수 있다.

각 외식업체 실정에 맞는 싱글족에 대처하는 방안도 내놓을 수 있다. 혼자 방문한 고객의 지정석을 만들어 운영한다면 금세 입소문을 탈 수도 있다. 회전률이 떨어진다는 핑계로 싱글족을 푸대접하면 편의점에 빼앗기게 된다. 푸드테크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고객이 종사자를 거치지 않고 예약·주문·결제하거나 배달을 이용하는 경향은 이제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외식트렌드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외식업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성공전략의 밑그림이다. 누가 먼저 이를 제대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외식업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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