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 노마드 유혹하는 식품·외식 스타트업 등장
미각 노마드 유혹하는 식품·외식 스타트업 등장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6.01.0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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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변 셰프와 대화하며 원하는 음식 주문… 맛집 검색 서비스도 진화

맛을 찾아 방랑하는 미각 노마드는 주말이면 지인들과 만나 미식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평일 퇴근길에는 대부분 집 근처 편의점에서 간편식을 구입하거나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근처 배달전문점에 식사거리를 주문한다.

그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하는 점심 식사를 제외하면 혼자 식사를 해결한다. 가끔 혼자서도 번듯한 음식점을 찾아 제대로 차려주는 음식을 먹고 싶지만 아직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큰 식당에서 혼자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1인분만 주문하기도 눈치 보인다.

그는 오늘도 혼자 집에 돌아와 배달앱을 뒤적이며 한식과 중식, 돈까스나 초밥, 피자나 치킨 전문점 사이를 오간다. 2016년 외식트렌드에서 거명한 대표적인 외식 소비자의 일상이다. 이들은 이제 과거 볼 수 없었던 웹 기반 식품·외식 서비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의 무역회사에 다니는 김우영 씨(40・남)는 올해 불혹을 넘긴 노총각이다. 30대 중반까지 서둘러 결혼하려 했지만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김 씨는 당분간 혼자 사는 일에 익숙해지려고 한다. 이제 결혼자금을 모으는 것보다 노후자금을 생각해야 한다.

경기도 수원의 IT업체에서 웹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최선영 씨(37·여)는 한 달에 2번 꼴로 월요일 맛집 동호인 모임에 나간다. 주말이면 동호인들과 함께 전남 목포시의 유명한 홍어 전문점까지 찾아가기도 한다.

최 씨는 가끔 동호인 모임에서 김 씨를 만난다. 이들은 모임에서 2~3곳의 맛집을 순례한 뒤 다음에 만나자는 인사만 건네고 헤어진다. 동호인들은 모두 최 씨나 김 씨와 같이 먹는 일에만 집중한다. 이들은 스스로를 ‘맛집에서 만나 음식을 먹으면서 다른 음식 얘기만 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미식 동호인들이 늘어나면서 2016년 외식 트렌드의 한 축으로 꼽히고 있다. 이른바 ‘미식 노마드’들이다. 이들은 디양한 경로를 통해 맛집 정보를 얻는다. 과거 이른바 ‘맛집 블로그’를 많이 봤지만 바이럴 마케팅이 확산되면서 신뢰도가 낮아졌다. 대신 전문적으로 맛집을 평가해 공개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

맛집을 평가하는 직원들이 직접 식당을 방문해 객관적인 평가를 거쳐 맛집을 큐레이션하는  ‘포잉’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포잉을 운영하는 업체 트러스트어스는 평가 직원을 전직 셰프, 전직 외식업 경영자, 외국인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해 신뢰도를 높였다,

트러스트어스는 궁극적으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대표 프리미엄 레스토랑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맛집 큐레이션 이외에도 예약 서비스, 레스토랑 인테리어 디자인, 배달 서비스, 레스토랑 관련 미디어 사업 등 외식 문화 전 부분에 걸친 외식 문화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업체는 포잉을 레스토랑 통합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외식소비자와 외식업체를 연결하는 B2C 사업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에 필요한 메뉴판, 인테리어, 사진, 구인구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투비(B2B) 사업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합해 외식 사업자의 비용을 절감해주고 효율성은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이밖에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맛집 검색 서비스인 ‘레드테이블’도 지난해 11억 원의 벤처펀드를 유치하는 등 스타트업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외식주문중개업체인 씨엔티테크는 이미 지난 2014년 말 외식업계 트랜드에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했다. 씨엔티테크는 △그리드잇 △내쉬스 △더콘테스트 △원플 △모두의지도 △프리코어 등 6개팀으로 각각 마케팅, 판매채널, 식사재 공급 등 분야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각 분야별 스타트업 업체와 외식업계의 연결을 주선, 양측의 시너지를 얻도록 하는 비즈니스다.

지난해 말 유망 외식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은 ‘비짓테이블’은 자신만의 요리 레시피를 이용해 창업을 하려고 하거나 자취생 요리처럼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음식을 판매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비짓테이블은 서비스 이용자들이 원하는 음식을 신청하면 집, 하숙집, 게스트하우스에서 요리를 해주고 소비자가 방문해 음식을 구매하도록 한다. 비짓테이블(Visit Table)은 ‘테이블을 방문하다, 또는 방문할 가치가 있는(Visittable)’이라는 뜻이다.

비짓테이블에서는 이용자가 거주지 인근의 셰프를 검색해 메인 메뉴를 주문하거나 셰프와 직접 대화하며 원하는 메뉴를 신청할 수 있다. 맛집을 찾아 전국을 누비는 미각 노마드에서 한걸음 진화한 미식 취미를 살릴 수 있는 서비스다.

‘콤마’는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서비스를 생산해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자 하는 스타트업이다. 창업진흥원에서 주최하는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2014)’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스마트벤처 창업 학교’ 사업 지원사로 선정돼 가능성과 잠재력을 인정 받았다.

‘레시피몬스터’라는 프로그램을 내세운 스타트업 콤마는 서비스 신청자의 냉장고 속 식재료 정보를 저장해 알맞은 레시피를 추천해줄 뿐만 아니라 요리 난이도·선호도·유통기한 순으로 정렬해 합리적인 식재료 소비를 유도한다. 여기다 온라인 대형마트의 식재료 가격을 수집해 사용자가 손쉽게 식재료 가격을 비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식품 관련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지난해 창업한 ‘이그니스’는 1년여의 개발 끝에 미래형 식사대용식품 ‘랩노쉬(Lab Nosh)’를 선보였다. 랩노쉬는 ‘실험실(LAB)’과 ‘식사(NOSH)’가 합쳐진 이름으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개발한 ‘진보적인 식사’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름에 걸맞는 제품도 만들었다. 한국영양학회 영양 섭취 기준량을 바탕으로 영양소 밸런스를 맞춰, 랩노쉬 한 병에 한 끼 영양섭취 기준을 충족하는 비타민 및 미네랄 23종을 섭취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랩노쉬 한 병(300㎖) 섭취 시 4시간 동안 포만감을 유지할 수 있으며 그래놀라 요거트, 쇼콜라, 그린씨리얼 세 가지 맛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식품·외식 스타트업 업체들은 외식소비자를 외식시장에서 끌어낸다. 푸드서비스의 진화는 기존 외식시장의 축소를 통해 사업 영역을 넓히고자 한다. 미식동호회 모임과 혼밥을 즐기는 김우영 씨와 최선영 씨도 외식을 더 줄이고 새롭게 등장한 식품·외식 스타트업 업체의 서비스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IT산업을 기반으로 한 이같은 푸드서비스의 진화에 대해 외식업계는 대처방안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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