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대적으로 오른 소줏값 인상에 이어 두부, 달걀 등도 가격 인상에 합류해 식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인상할 조짐이다. 가격 인상을 단행한 업체들은 제조원가가 꾸준히 상승했음에도 오랫동안 가격인상을 하지 못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두부・달걀・탄산음료 줄인상
최근 풀무원은 두부와 달걀 가격을 올렸다. 두부류 36개 제품은 평균 6.4%, 달걀류 5개 제품은 평균 3.9% 인상했다고 밝혔다. 풀무원은 지난달 짜장면류 4종과 핫도그류 6종의 가격도 각각 3.1%, 11.9% 올렸다.
풀무원이 슈퍼마켓과 할인마트 등에 보낸 가격 인상 요청 공문에 따르면 △국산 대두 가격 및 응고제 납품 단가 평균 12.8% 인상 △2013년 대비 유기농 백태 유통 가격 20.9% 인상 △용기 및 필름, 외포장재 단가 평균 7.2% 인상 △최저임금 및 4대 보험료 인상분 적용 등을 인상 이유로 들었다.
국내 두부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풀무원은 지난 2011년 두부 등 10개 제품 가격을 평균 7% 올린 바 있다. 달걀 가격 인상은 2013년 말 이후 2년 만이다.
풀무원이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CJ제일제당과 대상 등 경쟁업체들도 조만간 가격 인상에 합류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코카콜라음료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가격 인상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코카콜라음료는 이달부터 스프라이트 공급가를 평균 7.6% 인상했다. 품목은 캔 250㎖, 캔 300㎖. 캔 355㎖, 페트 500㎖, 페트 1.5ℓ 등 5개다.
이에 따라 펩시콜라와 칠성사이다를 판매 중인 롯데칠성음료를 비롯한 다른 음료업체들도 가격인상 대열에 동참할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코카콜라음료가 탄산음료 원재료 중 비율이 가장 큰 당분류 가격이 하락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마다 무리하게 가격 인상에 나선다는 지적이다. 실제 당분류 가격은 지난 2013년 kg당 평균 778.2원에서 2014년 742.6원, 지난해 3분기까지 694.4원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코카콜라 측은 “사이다 시장에서 스프라이트가 경쟁사 대비 낮은 가격으로 공급돼 저평가 되던 부분을 바로잡고자 했다”며 “가격 인상이라기보다 가격 조정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
지난 2012년 평균 5% 인상 이후 아직까지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맥주가격도 눈치를 보고 있다.
관련 업계는 맥아·홉 등 맥주 주원료 국제 시세가 매년 오르고 있으며 지난해 7월 할당관세 혜택 폐지로 30%에 달하는 기본관세율을 적용받아야 하는 등 가격 인상요인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 가격이 오른 후 경쟁사 모두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며 “시기조율이 문제일 뿐 가격 인상은 올해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민 대표품목인 라면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다. 소맥의 가격 상승세가 다른 곡물보다 가파른데다 원화 약세의 지속, 지난 2011년 이후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러나 농심 관계자는 “매년마다 나오는 추측일 뿐 가격 인상은 검토한 적 없다”며 “라면은 서민물가와 매우 밀접한 품목이라 인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식품업계는 이번 기회가 아니라면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는 공감대다. 실제 소비자물가지수는 2012년 2.2%에서 2014년 1.3%, 지난해 0.7%까지 떨어져 정부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상승률을 적정 수준으로 높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난 MB정부보다 물가 감시가 느슨해지고 있다”며 “이미 세수 확보를 명분으로 소줏값 인상이 이뤄졌기 때문에 올해 가격 인상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일반 라면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프리미엄 라면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선이 예전보다 덜한 추세로 각 품목별 선두업체의 가격 인상이 이뤄지면 나머지 업체들도 동참하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