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젊은이들을 위한 응원의 음악
외식업계 젊은이들을 위한 응원의 음악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1.2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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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 전주대 객원교수·(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 최종문 전주대 객원교수·(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아니 벌써 해가 솟았나 창문 밖이 환하게 밝았네’(산울림 노래 ‘아니 벌써’ 1절) 마치 한 달 전 새해 첫날 우리네 모습 같다. ‘아니 벌써 밤이 깊었나.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네.’(같은 노래 2절), 마치 새해가 열린지 한 달 여 지난 요즘의 우리네 모습 같기도 하다.

백수건달들의 일기장처럼 시시껄렁하게 들렸던 40여 년 전의 이 가사가 어쩌면 우리들의 오늘을 예언자처럼 콕 집어 이야기하고 있는지. 폭발적 경제성장으로 빈곤국가의 늪에서 빠져나온 70년대의 우리 모습과 성장 동력의 급격한 쇠잔으로 인한 정체 또는 후퇴 우려가 심심찮게 나오는 요즘의 우리나라 같기도 하고.   

너나없이 다들 어렵다고 한다. 그 어렵다는 푸념을 인사처럼 먼저 건네는 요즘이다. 특히 미래세대, 청년들의 문제는 더 하다. 취업, 결혼, 출산 등 세 가지의 포기를 뜻하는 3포 세대, 그 3포에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얹힌 5포 세대를 거쳐 지금은 꿈과 희망까지 모두 포기해야하는 7포 세대라니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해결 또한 완화 없이 세대갈등, 계층갈등, 이념갈등의 해소가 까마득하다. 특히 외식문화산업계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느끼는 체감위기는 훨씬 심각하다.

가뜩이나 경영환경의 변수(變數)에서 상수(常數)로 바뀐 만성적 불황구조로 허덕이는 판에 근로시간 특례업종 제외라는 날벼락을 맞게 될지도 모르니 젊은 업주와 근로자들의 한숨소리는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말이 쉽지 그 해결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걱정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나는 5060년대 중고교 시절 민태원의 ‘청춘예찬’과 유달영의 ‘새 역사를 위하여’ 등을 읽으며 정신적으로 강인해졌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과 차이코프스키의 관현악곡 ‘1812 서곡’, ‘슬라브 행진곡’,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서곡’, 그리고 현제명 곡 ‘희망의 나라로’ 등 높은 이상과 기개의 음악으로 가끔 먹먹해지곤 했던 가슴을 뜨겁게 달군 기억이 생생하다.

어떤 음악이든 처음 느낌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비제의 ‘카르멘 서곡’은 중학생 밴드부장 시절 응원이나 행사 또는 시가행진용 레퍼토리의 하나로 만났던 필자에겐 기고만장, 경쾌 무비, 자신감으로 충만한 멋지고 신나는 행진곡이었다.

투우사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그려내며 카르멘의 죽음과 비극적 종말을 암시하지만 멋지고 신명나는 행진곡이라는 당시의 첫 느낌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아 여태 그대로다.

7080 청년시절에도 책과 음악으로 새 힘을 얻곤 했다. 특히 음반으로 처음 들었던 카를 오르프(1895-1982, 독일)의 ‘까르미나 부라나’에서 받은 감동은 잊을 수 없다.

그 음악은 11~13세기 무렵 유랑시인들의 삶과 운명, 봄철예찬, 술과 우정, 사랑과 쾌락, 그리고 명상적 테마의 대형 무대 음악, 극적 칸타타다. 1970년대 초 처음 들었던 오이겐 요훔 지휘의 음반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빠른 템포에 실린 웅장한 혼성합창과 타악기의 선명한 악센트, 그리고 화려하고 역동적인 관현악이 이끄는 주제 선율의 막강 에너지에 내 오디오의 스피커가 결딴나는 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였다. 그 후 우리말 대본을 들고 참석했던 1987년 4월 18일 광화문 시민회관에서의 ‘독일 카를 오르프 합창단’ 공연을 비롯해 지난해 9월 17일의 국립합창단 무대에 이르기까지의 공연과 음반으로 들은 ‘까르미나 부라나’는 완전히 숨 막히는 한 편의 인생, 또는 청춘드라마였다.

외식문화산업계의 젊은 업주와 근로자들의 처진 어깨를 펴주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발등의 불처럼 시급하다. 우선 격려와 응원이라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젊은이들이 ‘카르멘 서곡’에 발 맞춰 활기차게 걸어가며 ‘까르미나 부라나’ 장단에 어깨를 들썩거리며 민태원의 ‘청춘예찬’을 읊조릴 수 있도록 ‘고용과 성장의 동반성장’의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노년에 이른 어른의 최소한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산울림의 패러디, ‘아니 벌써 새 힘이 돋았나’를 노래하는 날은 정녕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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