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인하 ‘착시효과’ 두 달 만에 무효
카드 수수료 인하 ‘착시효과’ 두 달 만에 무효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6.01.2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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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3억 이상 최고 수수료 적용’ 일보 후퇴, 총선 후 재시도 여지 남겨

서울 송파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최익선 씨(49)는 지난 14일 신용카드사로부터 카드 수수료를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지난해 정부가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카드 수수료를 내리기로 했다는 뉴스를 접한 일이 기억에 생생했다. 하지만 신용카드사는 현재 2.15%인 수수료를 2.5%로 올리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2.5%는 정부가 지난해 말 정한 신용카드 수수료 상한선이다.

경위를 따지는 최 씨에게 신용카드사 측은 정부의 수수료 인하 방침은 연 매출 3억 원 미만의 영세·중소 가맹점만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최 씨의 경우 지난해 월 평균 2600만 원의 매출을 올렸기 때문에 약 3억1200만 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집계된다.

그렇다고 최 씨가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니다. 부부가 함께 밤 늦게까지 일해도 임대료와 식재료비, 경비 등을 빼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정도의 수입만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소액창업 외식업 대부분 일반가맹점 포함

최 씨뿐만 아니라 소액창업의 대표 격인 국내 중견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대부분이 월 2500~3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소형 일반음식점, 주점 등 소규모 외식업체들도 연매출 3억 원 이상이면 일반 가맹점으로 분류된다.

일반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는 연매출 3억~5억 원인 경우 약 2.15%, 5억~10억 원 약 2.22% 정도다. 연매출 10억 원 이상의 대형 사업자는 오히려 1.96%로 낮아진다.

신용카드사들은 정부 방침대로 연매출 2억 원 이하의 가맹점 수수료율 1.5%를 0.8%로, 2억~3억 원의 가맹점은 2.0%에서 1.3%로 낮출 경우 연간 6700억 원의 수익이 감소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일반 가맹점 수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 가맹점 수수료도 0.3%씩 인하토록 유도하겠다는 정부 정책과 반대되는 입장이다.

정부는 영세사업자 보호를 통한 서민경제 활성화 등을 내세우며 지난해 11월 신용카드 수수료율 조정방안을 내놓았다. 당시 정부의 서민경제 활성화 정책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등 사회적 관심을 모았으나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외식업계는 ‘착시효과’만 부추길 뿐이라며 정책의 보완을 요구했다. <본지 902호·2015년 11월 9일자>

정부는 외식업체들이 대다수 포진한 일반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직접 내리지 않고 카드업계의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소극적인 정책에 그쳤다. 결국 신용카드사들이 수익 감소를 이유로 외식업체 등 25만~30곳에 이르는 일반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인상을 들고 나온 것이다.

신용카드사들은 과거보다 매출이 늘어 영세·중소 가맹점 기준을 넘긴 일반가맹점(연매출 3억~10억 원) 14만여 곳과 소액결제가 많은 가맹점 10만여 곳에 대한 우대수수료율(2.0~2.2%) 적용을 중단하고 일반가맹점(최고 2.5%) 수수료를 내도록 했다. 카드업계는 이에 대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신용카드사, 총선 후 수수료율 인상 여지

신용카드사들은 한국외식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대한약사회 등의 거센 반발과 오는 4월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압력으로 지난 19일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 인하 방침만 통보하는 등 한 발 물러선 상태다. 그럼에도 외식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총선이 끝나면 정치권의 서민 여론에 대한 관심도 식고 신용카드사들이 일반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이번 일반가맹점 수수료 인상 논란을 둘러싸고 ‘과도한 정부의 개입은 부적절하다’는 금융권의 여론몰이가 시작되고 있다.

지난 2007년 처음 카드 수수료 문제가 불거진 뒤 정부는 2012년 법을 개정하면서 종전의 업종별 수수료 체계를 적정 원가에 기반한 수수료 산정 체계로 바꿨다.

또 시장환경 변화가 원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3년마다 수수료를 새로 측정키로 했다. 카드업계는 이번 일반가맹점 수수료 인상 이유로 시장의 원가를 반영한 결과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금융업계는 정부가 원칙 없이 여론에 떠밀려 그때그때 카드 수수료율을 낮춘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 19일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각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담당 임원들과 가맹점 업종 대표들의 모임에서도 카드사 입장을 대변한 여신협회는 “수수료 인하 대상 가맹점에는 이달 안에 통보를 완료하겠다”면서도 “사안별로 불합리한 부분은 점검 후 개선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앞으로 일반가맹점 수수료를 올릴 수 있는 길을 터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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