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자율 내세워 ‘미래 국가경제 성장동력’ 지원 외면
민간자율 내세워 ‘미래 국가경제 성장동력’ 지원 외면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6.01.2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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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외식 주무부처 농식품부 농업계 발전에만 천문학적 예산 배정

■ 외식산업 성장 막는 3대 장벽-① 쪼그라든 외식산업진흥 예산

세계가 글로벌시장으로 통합되면서 외식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고 있다. 서양식과 중국식 등 이미 잘 알려진 외식업종에서 벗어난 제3세계 음식도 주목받고 있다. 한식세계화에 나선 우리나라도 어느 때보다 유리한 고지를 먼저 차지할 수 있는 기회다.

이같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내 외식산업이 자생력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직·간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지원의 핵심은 자금이다. 자금이 없는 정책은 구호에 그치고 그나마 전달할 수 있는 통로조차 마련하지 못하면 혼잣말에 그치게 된다.

2016년 정부의 외식산업 지원정책은 최소한의 필요 예산조차 마련하지 못한 ‘속빈 강정’이 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키워야 할 시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올해 정부의 외식산업진흥 예산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최근 은퇴했거나 퇴직을 앞둔 직장인들의 시니어창업 1순위 업종은 외식업이다. 진입문턱이 낮다보니 누구나 쉽게 창업하고 얼마 못가 과도한 경쟁에 밀려 폐업하고 만다.

지난해 6월 한국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종 중 음식점 등의 비중은 27.4%로 OECD(15.8%·2011년 기준)의 약 2배에 달했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이중 외식업소는 지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간 174만 개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업소의 5년 생존율이 30%에도 못 미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외식업 창업자 10명 중 7명이 5년을 버티지 못하고 망한다는 얘기다. 그만큼 외식업은 살아남기 힘든 업종이다. 이는 창업자 중심의 시각으로 볼 때 나타나는 문제다. 외식업을 산업으로 볼 때 정부 지원을 통한 시장 평탄화 작업과 안정적인 사업을 진행토록 지원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현재 외식산업진흥 정책은 지지부진하다. 민간 자율이라는 미명 아래 방치한 외식산업은 뒷골목 초라한 음식점 난립을 부추기고 외국인 관광객 1400만여 명은 한국에서 먹은 음식에 만족하지 못한다. 외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율을 떨어트리는 주범으로 맛없는 음식이 꼽히기도 한다.

지자체 등이 나서서 음식문화의 거리 등을 조성하기도 하고 중앙정부가 우수외식업지구를 지정하기도 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찾기 어렵다. 투입하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해 외식산업진흥 예산은 늘기는커녕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

2016년 외식진흥예산 6억 원 배정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외식산업 관련 부서는 2016년 정부 예산편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기획재정부가 각 정부부처의 예산집행 실적평가에 나서면서 일부 대학 교수 등에게 용역을 맡겨 벌어진 일이다.

기재부에 1차 용역 결과가 보고되면서 일부 내용이 흘러나왔고 농식품부의 외식산업진흥 예산 대부분을 삭감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외식산업진흥 예산 평가는 모 대학 행정학과 교수가 맡았다. 외식산업에 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예산평가를 진행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되는 대목이다.

결국 지난해 12월 최종 확정된 농식품부 예산에서 외식산업진흥 예산은 달랑 6억 원만 남았다. 외식업계는 앞서 지난해 11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 주최로 ‘외식산업과 농수산업 동반성장을 위한 국회 토론회 외식은 산업이다’를 열고 외식산업 지원의 당위성 등을 낱낱이 밝혔으나 2016년 예산 편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농식품부의 2016년 예산 및 기금은 14조3681억 원으로 2015년에 비해 3251억 원(2.3%)이 증액됐다. 하지만 농식품부 외식산업진흥과 소관 예산은 우수외식업지구 2차년도 사업비 6억 원만 배정돼 ‘식품 및 외식산업 주무부처로서 직무유기에 가깝다’는 지적이 외식업계에서 터져 나왔다.

지난해까지 농식품부 산하 기관인 aT에서 진행해온 해외한식당 종사자 교육 사업 등도 (재)한식재단으로 이전되면서 더욱 맥이 풀렸다.

외식산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예산 배정에 대해 “지난 2013년 말 기준 연간매출 79조5천억 원, 업체 수 63만6천여 개, 종사자 수 182만 명의 거대산업으로 성장한 외식업의 발전 동력을 크게 약화시켰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외식산업을 미래 성장산업, 혹은 미래 전략산업으로 적극 육성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세미나에서 2016년 외식 관련 추진사업과 필요 예산은 △우수외식업지구육성 13억 원 △우수식재료 소비촉진 5억 원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 14억5천만 원 △SNS 식재료 정보제공시스템 구축 3억9600만 원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10억 원 △외식업 서비스인증제 시범사업 5억 원 등 총 51억4600만 원이라는 추정치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정작 확정된 외식산업진흥 예산은 필요 예산의 1/10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집행됐던 우수식재료 소비촉진 관련 식자재 산지 직거래 페어와 박람회 등의 예산이 모두 폐지된 것이다.

농업계 눈치 보기 예산 짜기에 급급

반면 올해 농식품부의 농업관련 예산을 보면 한·중 FTA 추가 보완대책(586억 원), 가뭄대책(1027억 원), 쌀소득변동직불금(3천억 원) 등 총 24개 사업에 4849억 원을 증액했다.

이 중 한·중 FTA 추가 보완대책은 농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한·중 FTA의 주된 피해분야인 밭작물 재배농가의 소득 안정을 내세워 밭농업직불금 지급단가를 현행 1ha당 25만~4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일원화하는데 371억 원을 추가해 총 2118억 원을 배정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다 밭농업직불금은 앞으로 매년 ha당 5만 원씩 60만 원까지 올린다는 방침에 따라 2025년까지 총 9천억 원의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문제는 외식산업진흥법 시행령을 정책에 반영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식품·외식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주무부처를 보건복지부에서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로 이관하는 한편 식품산업진흥법과 외식산업진흥법을 잇따라 제정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말로만 외식산업 육성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외식산업에 대해 민간의 자율 경쟁에 의해 성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자금을 활용한 공적 지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외식업계는 평상시 전문인력 양성 등 보조예산 지원은 물론, 지난해 메르스 사태와 2014년 세월호 참사, 앞서 구제역과 AI 등에 따라 범국가적 피해를 입어도 한 푼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후방산업 외면한 농식품부의 정책 부재

정부가 이와 같이 외식산업 지원을 외면하는 것은 후방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외식산업은 전체 매출 가운데 식재료 비용이 35.7%를 차지하는 등 농수축산물 및 식재료 상품의 주요 소비처로써 연관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농식품부의 일방적인 지원을 받는 농업계의 최대 소비처가 바로 외식산업계라는 얘기다. 이밖에 우리나라 국민의 외식화율(가구당 전체 식료품비 지출액에서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이미 지난 2012년 기준 미국의 40.6%보다 높은 47.7%에 달했다.

5년이 지난 현재 외식화율은 크게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 대다수가 특별한 날의 외식이 아닌 일상식으로 외식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외식산업의 질이 선진국과 비교해 같은 수준이라고 장담하지 못한다. 쉽게 창업하고 얼마 못가 문을 닫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중견 외식업체들도 자신 있게 높은 품질의 메뉴를 내놓지 못한다. 외식업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불합리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확고한 지원정책과 이를 시행하기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

외식산업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적극적인 정책수립과 외식산업진흥법에 의거한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 정책을 유도하기 위한 외식산업계의 한 목소리와 효과적이고 구체적인 행동도 필요하다.

산·학·연과 직능단체 등 업계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미래 외식산업의 길을 모색하는 사업을 당장 시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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