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파장과 대응책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파장과 대응책은…
  • 관리자
  • 승인 2006.09.1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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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상무’…내일은 ‘글쎄’
정부가 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빠르면 오는 10월 초를 전후로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른다.

지난 2003년 12월 미국 워싱턴주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면서 수입금지 조치가 취해진지 2년10개월여만이다.

한미 양국 정부는 지난 1월 고위 실무급 협상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부위와 절차 등 수입 위생 조건을 타결했으나 미국 현지 수출작업장 점검 중 7개 작업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그동안 수입이 보류돼 왔다.

정부는 수입조건의 엄격한 제한, 국내 한우 쇠고기의 품질 경쟁력 등을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당장 국내 축산농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과거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의 70% 가까이를 점유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는 국내 한우농가는 물론 돼지와 닭 사육농가에도 일정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재개가 국내 시장에 미칠 파장과 대응책을 집중 조명해 본다.


◇ 2년10개월여만에 다시 상륙
미국은 수입금지가 취해진 2003년 12월부터 농무부 장관 특별보좌관 등을 한국에 보내 안전성 확보조치 등을 설명하면서 수출 재개 희망의사를 꾸준히 내비쳐왔다.

결국 지난해 6월 초에는 소비자단체의 현지 방문 조사 등 양국간 협의가 빨라져 수입 재개가 가시화되는 듯 했으나 미국내 추가 광우병 감염 소 발견으로 협상이 늦춰졌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해 3월 광우병 발생국인 캐나다산 쇠고기에 대해 수입 재개를 결정하는 등 자국산 쇠고기 수출의 대외 명분을 쌓는 작업을 착실히 진행하는 한편 국제 축산물 교역기준을 관장하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뼈가 제거된 생후 30개월 이하의 소 살코기에 대해서는 광우병 발생과 상관없이 교역이 자유화되도록 동물위생규약을 개정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분위기가 형성돼왔다.

이에따라 한미 양국은 지난 1월 열린 고위 실무급 협상에서 등심과 안심, 목심, 뼈를 제외한 갈빗살 등 30개월 미만 소의 살코기에 한정해 수입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광우병 소의 추가 발견에 따른 확인 작업을 거치고 지난 5월 37개 미국 현지 수출작업장 점검 과정에서 카길, 타이슨푸드 등 메이저 업체 작업장 7곳에서 미비점이 발견되면서 수입 재개가 지연됐다.

정부는 지난달 24일부터 수출작업장 7곳에 대해 재점검을 실시한 결과 미국측이 7개 작업장 모두 개선조치를 취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지난 7일 열린 전문가협의회에서 수입 재개를 확정, 발표했다.

◇ 정부 "안전성 문제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 정부는 국제 기준을 충실히 따른 만큼 안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30개월 미만 소의 살코기에 한정된다. 이는 국제 축산물 교역기준을 관장하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에 근거하고 있다.

김달중 농림부 차관보는 "광우병은 연령이 높은 소에서만 발견되고 뼈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따라서 30개월 미만 소의 살코기는 광우병 전염 우려가 없어 OIE에서도 교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아울러 추후 미국내에서 1998년 5월 이후 태어난 소가 광우병에 걸리거나 국내 반입된 쇠고기에서 뼈가 발견될 경우 수입을 다시 금지할 수 있으며 미국 수출작업장에 대해서도 언제든지 현지 점검에 나설 수 있는 만큼 안전성 문제는 발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입대상을 20개월 미만 소로 제한한 일본의 경우는 내장과 뼈도 수입허용 대상이고 수입중단 근거조항도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7월 대도시에 거주하는 주부 651명을 상대로 실시한 소비자 설문 조사에서도 10명중 9명꼴로 미국산 쇠고기가 재수입되더라도 구입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 국내 축산 농가에 미칠 영향
축산 농가에 미치는 영향은 정부는 국내 한우 쇠고기가 이미 품질이나 브랜드에서 별도 소비층을 확보할 만큼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당장 국내 한우 축산농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지난 2003년을 기준으로 한 통계 분석 결과 미국산 쇠고기 가격이 국내산 한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2003년 이전과 비교하면 수입조건이 까다로워진만큼 미국산 쇠고기가 이전 수입 규모를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입이 이뤄졌던 지난 2003년 미국산 물량은 19만9443t으로 전체 수입 쇠고기 시장의 67.9%를 차지했는데 이중 미국산 갈비가 무려 13만2568t이었고 내
장 등을 포함할 경우 당시 전체 수입 물량의 70∼80%가 지금은 수입이 금지된 품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2003년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금지 조치 이후 가격이 급등했던 호주와 뉴질랜드산 쇠고기의 수입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가격이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공급 증가는 중장기적으로 한우농가는 물론 돼지, 닭 사육 농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파급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될 경우 한우 산지가격은 6.4∼39.2% 하락하고 대체 육류인 돼지고기는 4.1∼18.5%, 닭고기는 1.9∼14.5% 산지값이 각각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고기가 질긴 호주, 뉴질랜드산과 달리 미국산 쇠고기는 비교적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만큼 식당과 병원 등을 중심으로 미국산 쇠고기 사용이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농림부 관계자는 "풀만 먹여 키우는 호주, 뉴질랜드산 소와 달리 미국은 도축 직전 1년 정도 곡물사료를 이용해 소를 키우기 때문에 고기의 향과 질이 호주, 뉴질랜드산에 비해 월등하다"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수입 쇠고기 시장 가격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미 FTA에 미칠 영향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김 차관보는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는 지난해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국제적 기준과 바뀐 규정에 따라 논의한 사항"이라며 "한미 FTA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4대 선결조건'으로 일컬어지는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현재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 FTA 농업분과 협상에서 우리측 주장에 힘이 실릴수 있다.

지난 2003년 기준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수입 규모는 8억달러로 미국에 있어 일본 다음으로 거대한 수출시장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쇠고기 수입 재개는 미국측에 큰 '선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이를 협상에 잘 활용할 경우 쌀이나 기타 품목에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가 한결 수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4대 선결조건'에 이미 포함돼 있어 예상됐던 사안인만큼 실제 협상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 지자체 대처방안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발표에 따라 한우사육농가가 많은 자치단체들이 축산농 보호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8일 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쇠고기 수입재개로 각 지역 축산 농가 타격이 우려됨에 따라 한우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한우 고급화 대책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펴 나갈 방침이다.

경북도는 2015년까지 사업비 494억원을 투입해 한우품질 고급화와 한우클러스터사업 등을 통해 경북한우 경쟁력을 강화,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등 한우산업 환경변화에 적극 대처키로 했다.

축산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단기대책으로 무분별한 송아지 입식을 자제토록 농가에 홍보하고 장기적으로 생산 이력 추적시스템 도입과 광역브랜드 개발 등으로 한우품질 차별화 및 생산비 절감시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강원도는 올 연말까지 6개 사업에 106억2800만원을 들여 도내 한우 고기 1등급 출현율을 높이는 등 품질 고급화 및 사육규모 확대 등을 추진키로 했다.
또 횡성한우 등 4개 브랜드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며, 유통체계를 갖춰 강원한우 우수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나가는 한편 한우 1만5000마리에 대해 인공수정료 지원, 2만5000마리를 대상으로 한우송아지 안정사업을 펼치는 등 한우산업을 농촌 주 소득사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전남도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한우산업에 미칠 영향이 적도록 음식점 쇠고기 원산지 자율표시제를 적극 추진하고 지역 브랜드인 '순한한우', '함평천지한우'에 실시 중인 쇠고기 이력사업을 2008년부터 모든 소에 확대 실시키로 했다.

차별화된 한우 생산을 위해 한우명품 브랜드를 2007년까지 5개를 추가 육성하고 양질 조사료 생산을 확대하는 등 한우산업 안정 대책을 강력 추진키로 했다.

한편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에 따라 한우 가격 하락을 비롯해 먹을거리 안전성에 대해 축산농가 등이 불안해 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측은 "최근 대기업들이 값싼 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 가격이 폭락하는데 미국산 쇠고기까지 수입돼 실망스럽다"며 "미국이 광우병에 걸린 소를 전수 조사할 수 없어 우리 국민의 식탁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치단체 축산 담당자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방침 등으로 한우산업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렵기 때문에 지혜로운 대처가 요구된다"며 "축산농가, 생산자단체 등과 함께 한우 경쟁력 향상에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유통업체 대처 방안
수입 쇠고기로부터 국내산 쇠고기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생겨난 브랜드들은 그 수가 너무 많아 오히려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지난 8일 코엑스 아셈홀에서는 축산물브랜드경영체와 대형 유통업체의 축산 바이어들이 모여 국내 쇠고기 브랜드가 유통상에서 가지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유통업체를 대표하는 농협유통과 이마트 축산담당 바이어들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국내 쇠고기 브랜드들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브랜드의 종류가 난무한데다 인지도를 제고 하기위한 마케팅 활동이 부족하다는 것.

다수의 브랜드를 한 매장에서 판매하게 되면 재고 관리의 어려움 등이 다르기 때문에 유통업체는 입점을 꺼려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규모화 수준이 미약한 브랜드들은 오히려 국내 쇠고기 유통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농협유통 관계자는 “국내 쇠고기의 유통실태를 보면 생산자 브랜드가 도매단계 까지는 유지되나 매장에서는 PB로 판매한다”며 “이제는 브랜드의 규모화와 홍보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농협유통은 유통업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생산자와 연계한 체험․관계․감성 마케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마트도 한우 브랜드 점포를 점차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이마트 내의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육성을 진행하고 집중적인 관리를 통해 고품질, 균질한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이마트는 횡성한우, 대관령한우, 섬진강뜨레한우, 남해화전한우, 장수한우, 황토합천하우의 6개 브랜드 21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성민 기자 min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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