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점의 그로서란트화에 대응하는 레스토랑의 전략
소매점의 그로서란트화에 대응하는 레스토랑의 전략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3.0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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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외식산업학부 교수
▲ 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외식산업학부 교수

음식점과 편의점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편의점의 음식 종류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음식 매출액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편의점을 이용하는 소비자로선 음식점 못지않은 다양한 식품을 저렴한 값으로 구매해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통계청과 업계 자료에 의하면 2015년 편의점 매출액은 16조5천억 원이며 이 가운데 12%가 식품매출이었다. 주로 식료품이나 일상잡화를 판매하던 슈퍼마켓과 편의점에서 음식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1인가구와 싱글슈머(single-sumer)의 증가, 경제의 저성장 지속과 큰 관련이 있다. 이에 따라 주요 편의점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간편식 메뉴개발에 나서고 있다.

편의점은 식품회사와 협조해 자체 브랜드로 제조한 간편식을 판매한다. 손님으로부터 음식을 주문받아 현장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음식과 더불어 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식점과는 다르다. 음식 이외의 서비스가 수반되지 않기 때문에 편의점은 외식사업이 아니라 유통업으로 분류된다.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음식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매출액 증가를 위한 전략이었다. 이러한 전략은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는 고객을 위해 더운 물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느새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별도의 공간과 좌석을 제공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제 소매점은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 식료품점(grocery)과 레스토랑(restaurant)의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는 개념의 그로서란트(grocerant)가 유통기업과 식품기업의 새로운 시장 확대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화의 고메이494, 신세계의 SSG푸드마켓, 현대그린푸드의 이탈리(Eataly), 에스푸드의 존쿡델리미트와 같은 음식점이 그로서란트 사례다.

그로서란트의 시장 확대는 외식기업의 시장축소를 의미한다는 데 외식기업의 고민이 있다. 제품이나 사업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고 산업의 영역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으며 새로운 개념의 산업이 속속 등장하는 것은 시대적 조류이다. 외식기업의 입장에서 시장이 축소되는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해야 할 것인가는 큰 과제다.

그동안 음식점은 현장에서 식사하는 고객 외에도 포장판매, 배달 등으로 수요를 발굴하고 매출증대를 모색해 왔다. 수요를 더 개발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조리한 음식을 판매하는 레스토랑에서 거꾸로 식료품을 판매하는 방법은 어떨까? 

음식점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식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거래처로부터 납품받는 품질 좋은 식재료를 고객에게 판매한다면 고객의 입장에서는 음식점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레스토랑의 한 켠에 곡물, 채소 나물, 과일, 고기, 생선, 젓갈, 양념류 등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를 종류별로 전시해 놓으면 마치 식료품 시장이 개설된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러한 콘셉트는 그로서란트와 대비되는 일종의 레스토랑 마켓이라고 부를 수 있다. 식재료를 사용하기 좋게 전처리함은 물론이고 곧바로 조리에 투입이 가능한 상태로 썰거나 삶아서 1인분의 양과 같은 소포장이나 혹은 대용량으로 구분 포장해 손쉽게 테이크아웃이 가능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식재료의 생산지와 특징 및 장점을 제시하고 인기 있는 메뉴의 레시피를 공개해 조리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레스토랑 마켓은 음식점에서 맛있게 먹었던 음식의 경험을 집안까지 연장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해 식재료의 판매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콘셉트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레스토랑, 단골고객과 충성고객이 많은 레스토랑, 식재료 유통시스템이 확보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 시도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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