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집, 콘셉트를 말하다
분식집, 콘셉트를 말하다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3.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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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경시론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 외식테라피연구소장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 외식테라피연구소장

학창시절 교문을 나서는 청춘들의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달래주던 곳이 바로 ‘분식집’이었다. 어느 학교를 가더라도 인근에는 어김없이 라면이나 만두 등을 파는 가게들이 있었다. 주로 밀가루를 이용해 만든 국수나 만두, 찐빵 등을 분식이라 했고 아무래도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이 이용하기에 가장 만만한 곳이었다. 분식집들 중에는 학교 앞 허름한 가게가 대부분이었지만 서울 광화문과 같은 시내 한복판에 음악 DJ까지 있는 이름난 대형 분식집들도 있었다. 

1970~80년대만 하더라도 분식점을 이용하는 주류는 10대 청소년들이었고 직장인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어떻게 보면 학생들의 아지트와 같은 역할을 하던 공간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그들만의 문화 공간이기도 했다. 그러던 분식집들이 요즘 다양한 형태로 진화된 것을 발견하게 된다. 까만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붐비던 분식집들도 이제는 학교 부근이 아닌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확산됐다. 오히려 학교 인근 이외의 지역에는 학생들보다 직장인들과 같은 일반인들의 방문이 더 많다. 

예전처럼 분식집으로 업종과 업태가 단순했던 시대에서 이제 세분화된 업종과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통한 업태의 변화로 분식집이 마치 세포 분열하듯이 다양해졌다. 예전 분식집은 그 자체로 업종이 단일화였지만 오늘날에는 국수는 국수전문점들끼리, 만두는 만두전문점들끼리, 떡볶이는 떡볶이전문점들끼리 경쟁하는 업종의 세분화와 더불어 전문화가 이뤄졌다. 

요즘 그들 대신 분식집을 찾는 이들은 오히려 일반인들이다. 도심의 사무실이 밀집돼 있는 지역 인근의 점심시간에는 삼삼오오 분식집을 찾는 직장인들이 쉽게 눈에 띈다. 청년실업이나 조기 퇴직자 구직 문제 등과 함께 국내 경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부터 근로자들의 지갑은 얇아졌다. 물가가 계속 올라 점심식사 비용조차 아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어느새 자리매김한 테이크아웃 커피문화의 확산도 식사비용 절감에 한몫했다. 과거 선택적인 기호식품이었던 커피가 이제 직장인들의 점심식사에 당연히 포함되는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한 끼 식사와 맞먹는 비용이 근로자들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돼버렸다. 한 끼에 7~8천 원 하는 대중식사와 3천 원 내외하는 커피를 매일 사먹는 것이 젊은 근로자들에게는 만만치 않다. 그러다보니 그다지 든든하지 않은 식사를 7~8천 원 주고 먹는 것보다 4~5천 원 주고 먹는 것이 ‘가성비’가 좋다고 판단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분식집에서 브랜드 체인점포로 이동했듯이 젊은 직장인들도 분식집에 잠시 머물다 떠날 수도 있다. 다양하게 변모한 분식집의 업종과 업태처럼 내부 경쟁도 치열하다. 업종 간 경쟁은 물론 동종업계 안에서도 연일 다양한 전략과 전술로 시장 다툼을 하고 있다. 

분식집은 그 태생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간편한 식사를 해결하려는 소비자의 필요에 의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첫 번째 콘셉트가 바로 저렴한 가격 구성이다. 불경기 속에서도 소비자의 환영을 받는 이유가 바로 착한 가격이기 때문이다. 과거 김밥 한 줄에 천 원 시대에서 이제는 프리미엄 김밥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그것도 올린 가격 자체가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두 번째 콘셉트는 메뉴의 다양성이다.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반찬을 많이 주거나 품질 수준에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그것을 보상해 줄 수 있는 것이 다양한 선택권이다. 어차피 싼 게 비지떡임을 아는 손님들에게 그나마 골라먹을 것이 많다는 것은 저렴함을 덮어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책이다. 

마지막 콘셉트는 편의성이다. 이는 간편함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도 충족함과 동시에 여러 비용적인 요소를 절감시키는 효과를 준다. 저렴한 가격에 빨리 간편하게 식사를 마치고 싶은 손님에게 시스템과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셀프서비스, 셀프계산대, 테이크아웃 등 마치 휴게소와 같은 편의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분식집을 운영함에 있어서 반드시 충족시켜야 할 핵심적 콘셉트이자 차별적인 경쟁요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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