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공지능의 바둑 대결로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은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의 대결에 식품업계가 큰 관심을 보이는 등 바둑 마케팅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5번 승부 1국에서 알파고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186수 만에 백불계승을 거뒀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의 변칙 포석에 흔들림 없는 응수로 주도권을 쥐었고 중반 한 차례 역전을 허용했지만 승부수를 던지며 재역전에 성공, 전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바둑계, 제2의 부흥 도래?
행사에 앞서 국내 주요 언론과 외신들은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로 인한 홍보 효과가 최소 1천억 원 이상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구글은 상금을 포함해 행사 진행에 20억 원 안팎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세돌 9단의 손쉬운 승리가 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뜨리면서 홍보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다.
바둑계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바둑 인구의 대대적인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바둑 인구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며 약 900만 명까지 올라섰으나 현재는 어린이 바둑 인구 유입의 어려움 등으로 약 250만 명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미생’, ‘응답하라 1988’ 등 최근 바둑을 소재로 한 웹툰, 드라마, 영화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바둑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 트렌드에 민감한 식품업계도 바둑 관련 소재들이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는 점에 주목하며 마케팅 구상에 한창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둑은 그동안 마니아 성격이 짙었고 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라 마케팅 매력도가 떨어졌다”며 “그러나 최근의 열기가 지속된다면 활용 가치가 상당히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신라면배, 중국 마케팅 1등 공신
현재 식품업계에서 바둑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은 농심이다. 농심은 올해까지 17년 동안 한・중・일 국가대항전인 농심신라면배를 후원해오고 있다.
특히 대회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꾸준히 높이고 있다. 중국은 바둑 인구가 1억 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어린이 바둑 인구가 계속 늘고 있어 당분간 바둑 인기가 지속되리란 분석이다.
윤성학 농심 홍보팀 차장은 “중국 바둑 마니아들치고 신라면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대회 후원이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큰 기여를 했다”며 “최근의 바둑 열기를 감안해 지난해부터 우승상금을 2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동서식품도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을 16년 째 후원하고 있다. 입신(入神)이라 불리는 프로 9단만이 참가할 수 있는 독특한 기전 콘셉트로 ‘커피 맛을 제대로 아는 이들만 맥심을 선택한다’는 뉘앙스를 전달하고 있다.
과거 식음료 업체들의 바둑 마케팅 사례가 많았다는 것도 현재의 열기가 바둑 마케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농심신라면배 전신인 진로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으로 꾸려진 정관장배, 롯데배 한중대항전, 박카스배, 한국바둑리그(하이트진로, 매일유업, 건국우유, 정관장, 신안천일염, 보해양조) 참가 등 바둑 인기를 등에 업고 마케팅에 뛰어든 사례는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상이 출시한 천연액상조미료 ‘요리에 한수’의 경우 바둑 용어를 네이밍에 사용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소비자 접점을 잘만 찾는다면 바둑 마케팅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