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업계에 던진 알파고의 한 수
식품외식업계에 던진 알파고의 한 수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6.03.21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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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인간의 두뇌 싸움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5번 승부는 세기의 대결이란 수식어답게 많은 볼거리를 줬다. 

반상에 펼쳐지는 경우의 수 수억을 헤아리는 알파고의 능력이 경악스러웠지만, 무엇보다 프로바둑에서 보기 힘든 중앙에서의 다양한 수법은 충격 그 자체였다. 몇몇 프로기사들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엎을만한 놀라운 수들이란 평가다.    

이번 대결로 인해 몇 수 앞서나간 구글의 수읽기도 재평가받고 있다. 구글이 딥마인드 테크놀로지라는 벤처기업을 6년 전 4800억 원에 인수하고 알파고를 개발했을 때 많은 이들은 마케팅 차원의 얄팍한 수읽기라는 평가 절하 일색이었다. 그러나 이번 승부에서 볼 수 있듯 인공지능은 막연한 밑그림이 아닌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차세대 기술임을 증명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앞으로 인공지능이 가지고 올 영향력이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킬 정도로 막강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식품업계의 손과 발이라 할 수 있는 유통과 물류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개입은 빠르게 두어질 수밖에 없는 외통수로 여겨진다. 

외식도 무관치 않다. 일본에서는 이미 무인 주문 서비스 등 인력난에 대처할 수 있는 각종 아이디어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산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효율적인 유통망도 인공지능처럼 촘촘하게 짜여있다. 

안타깝게도 국내 식품외식업계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깊은 수읽기를 좀처럼 구경할 수 없다. 신기술의 개발과 적용, 최첨단 인프라의 구현 등 훌륭한 포석을 짜 중반전에 대비하기 보단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힘겨루기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갑질, 미투 상품의 범람, 저질 식재의 사용으로 마진을 최대한 남기는 등 온갖 꼼수와 자충수가 난무할 뿐이다.

더욱이 알파고와 같은 무서운 인공지능의 탄생은 식품외식업계는 물론이고 우리 산업계 전체가 더 이상 인재 발굴과 양성에 게을리 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10~20대 젊은이들이 대학 진학에 목숨을 걸고 있고, 너나 할 것 없이 변호사와 의사 등을 최대 목표로 삼는 작금의 현실에 신의 한 수가 나오리라 기대한다는 건 지나친 욕심이리라. 

요즘엔 9급 공무원 되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믿는,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을 탈 정도로 세대 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기존의 틀 안에서 의미 없는 논쟁만 벌이다간 언젠가 글로벌 시장에서 저 멀리 뒤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막강한 힘 앞에 무릎 꿇는 비극은 없어야겠다. 

다행스럽게도 소셜커머스 시장을 주도하는 몇몇 업체들이 묘수를 터뜨리자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흉내바둑이 간간이 목격되고 있다. 내수시장의 부흥은 물론 한식 세계화라는 대의명분을 위해서라도 알파고가 던진 신의 한 수를 식품외식업계가 깊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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