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콘셉트를 말하다
커피, 콘셉트를 말하다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4.08 1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우리나라 국민이 김치보다 더 많이 먹는다는 커피. 이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커피 마시기로는 열 손가락 안에 든다는 일명 커피 공화국이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사무실 인근에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카페에 들러 테이크아웃 용기에 담긴 커피를 들고 나오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이렇게 커피 없으면 못 사는 나라가 됐을까? 소위 ‘코피’라고 부르던 시커멓고 쓰디 쓴 액체를 마시는 것이 고상한 지식인들의 전유물인 것 마냥 보이던 시절에는 다방 문화가 주류를 이루던 때이기도 했다.

그러다 자판기와 정수기가 들어오면서 커피믹스라고 하는 새로운 상품이 등장했고 그것은 우리나라 식품산업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라면과 함께 국민 식품으로 자리매김한 커피믹스의 성장세는 최근에 들어 캔커피 시장의 다양화와 커피전문점들의 등장으로 차츰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커피 전체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후 원두커피가 점차 대중화됨에 따라 원두커피 전문점들이 고유 브랜드를 내세우며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가게 됐다. 트렌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테이크아웃과 에스프레소 등 새로운 서구문화를 전파하는 세계적인 카페브랜드의 국내진출과 더불어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갔다. 어쩌면 초기에 그 쓰디 쓴 맛을 감수하면서까지 폼을 잡게 했던 블랙커피와 오늘날의 에스프레소는 시대적인 차이는 있지만 서구문화를 받아들이는 양상이 사뭇 닮았다고 하겠다.

이제는 카페인이 많아 건강에 좋지 않다는 기존의 상식과는 다르게 오히려 하루 서너 잔 커피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보도될 정도로 긍정적인 확산 기로에 서 있는 듯하다.

한 끼 밥값을 넘나드는 고가의 브랜드 커피를 마시는 것이 문화적 사치라고 한다면 커피 본연의 향조차 느낄 수는 없지만 저렴한 가격과 양으로 승부하는 커피전문점들도 거리에 넘쳐난다. 서울의 한 번화가 대로변에는 다양한 커피전문점들이 무려 60여 개가 밀집해 있다. 말 그대로 카페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이른바 메이저 브랜드라고 하는 대형 카페에서부터 주인 혼자서 운영하는 테이크아웃 전문점들까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는 체인점포를 가진 브랜드도 채 1년이 되지 않아 신생 브랜드에게 밀려나기도 하고 어느새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브랜드들도 부지기수다. 같은 동네에서 길 건너에 같은 체인점포가 생기기도 하고 크고 작은 체인브랜드 사이에 개인 브랜드가 비집고 들어오기를 연일 반복하는 실정이다.

어쩌면 커피는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국적인 정을 가져다주는 산물이 아닌 것 같다. 음식점이 하나가 생기면 주변에 카페가 서너 개 생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폐업과 적자에 허덕이는 카페 주인이 얼마나 많은지 당사자가 아니면 그 속을 아무도 알 길이 없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자리 잡은 커피의 문화적 성질을 이해하지 않는다면 카페 사업은 그야말로 다 타버린 커피원두처럼 쓰디 쓴 맛을 가져다 줄 것이다. 카페 사업은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그 가치에서 알 수 있듯이 브랜드의 콘셉트가 명확해야 한다.

카페 사업은 크게 세 가지를 판다고 할 수 있다. 문화를 팔고, 공간을 팔고, 긍정적 기능을 판다. 이 세 가지는 각각의 콘셉트로 차별화될 수 있다. 커피를 마시고 테이크아웃을 하고 텀블러를 갖고 다니고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등의 문화적 소비행동을 선도하는 것이 바로 카페 사업의 핵심적 콘셉트다. 다방문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이 만나서 담소하고 머무는 제3의 공간으로서 카페가 바로 공간을 파는 콘셉트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대두되는 콘셉트는 공정무역을 통한 원두만을 사용하는 카페 혹은 건강에 도움을 주는 커피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제품 등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핵심적인 카페의 콘셉트 중 하나를 선택해 부각시키고 그 콘셉트를 더욱 차별화시켜 줄 수 있는 전략적 요소로 ‘가격과 품질’의 두 가지 요소를 가미해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성공적인 카페 사업의 핵심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