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사에서 보는 한국고대사
식품사에서 보는 한국고대사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4.0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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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 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우리나라 고대사(古代史)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해방직후 서울대 사학과 고(故) 이병도 교수가 주도한 정통사학의 한국 고대사가 식민사관에 치우쳐 일본의 역사왜곡을 바로잡지 못했다는 재야 역사학자들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우리의 고고학 연구 성과와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발굴된 중국 요하문명의 홍산문화 유적들이 알려지면서 실증주의를 표방해온 정통사학의 한국고대사 옹호론자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 출판된 단국대 사학과 윤내현 명예교수의 ‘고조선 연구’는 그동안 우리나라 정통사학이 사수해온 한사군의 한반도 내 존재설이나 단군조선-기자조선-위만조선으로 이어지는 한국고대사의 기본틀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윤 교수는 그의 일생을 통한 고조선연구 성과를 도합 1천 여 쪽이 넘는 상・하권에 집대성함으로서 그의 학자적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기원전 2333년 단군조선이 개국되기 이전에는 여러 고을나라(부족집단), 예를 들어 부여, 고죽, 고구려, 예, 맥, 추, 진, 한 등이 한반도와 남만주에 있었으며 단군왕검이 최초의 국가를 건설한 이후 이들은 고조선의 제후국이 된다. 기원전 4000년 이전에는 수많은 씨족사회가 마을단위로 이 지역에 존재했고 이들이 부족집단의 나라들로 발전한 것이다. 이러한 한국고대사의 흐름은 이 지역의 원시토기문화시대(기원전 6000년 전후)와 연계돼 있다.

필자는 우리 식품사의 원류에 대한 연구를 통해 ‘동북아시아 원시토기문화시대의 특징과 식품사적 중요성’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 대한해협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동남해안과 일본 큐우슈 북서해안에서 최초의 원시 토기가 사용됐으며 이를 이용한 찌개문화와 염장발효문화가 이 지역에서 시작됐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해변의 채집인으로 살던 구석기인들이 물을 담아 끓일 수 있는 토기를 사용해 부패변질이 쉬운 해산물을 끓임으로서 위생적이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오래 저장해 먹을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체위가 좋아지고 인구가 늘어 동북아의 엘리트그룹으로 성장하게 됐다고 판단된다. 또한 젖은 음식을 토기에 보관하면서 미생물의 작용에 의한 발효현상을 발견하게 되고, 찌개를 끓이면서 알게 된 소금 제법으로 김치, 젓갈 등 염장발효기술을 발전시켰을 것이다.

채집한 씨앗이나 뿌리를 토기에 담아두면 미생물에 의해 스스로 당화되고 효모의 작용에 의해 알코올이 생성되는 복발효 양조기술도 신석기 이른 시기에 이미 알게 됐을 것으로 본다. 기원전 600년경에 저술된 중국의 시경(詩經)에 요주천종(堯酒千種)이라 했으니 요나라(기원전 2000년경) 시절에 천 여종의 술이 만들어졌다면 그 시작은 원시토기문화시대라고 봐야할 것이다. 대한해협에서 시작된 발효기술이 동북아시아의 술(곡주)문화와 두장(豆醬)문화의 원류라고 하면 한국의 고대사는 동북아시아 한 변방의 역사가 아니라 이 지역의 고대문화를 이끌어온 중심세력의 역사인 것이다.

우리는 지난 천년동안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에 매몰되고 일본의 식민지 통치까지 겹쳐져 찬란했던 민족의 역사를 잃어버리고 국가적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받았다. 최근에는 권력쟁취를 위한 이념투쟁의 제물이 돼 현대사마저 왜곡되고 누더기가 되고 있다.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고 바르게 가르치는 일이 시급하다.

우리의 고대사를 바로 세워야 우리의 역사관이 바르게 정립될 수 있다.
식품은 인류가 이 지구상에 존재할 때부터 인류와 함께해 온 물질이며 식품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이다. 음식의 역사를 통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식품사를 통한 한국 역사의 재조명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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