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맛좋은 음식해주니 고맙고 기특하죠!”
“이렇게 맛좋은 음식해주니 고맙고 기특하죠!”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6.04.29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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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담회, 은평구 수색동 산동네서 재가복지 어르신 음식봉사
▲ 지난달 15일 서울 은평구 수색감리교회에서 150여 명의 재가복지 대상 어르신을 모시고 음식봉사 잔치를 가진 다담회의 정복모 회장이 음식수발을 들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인우 기자 liw@

멀리 보이는 야산이 연분홍 벚꽃으로 물들었다. 산벚나무 꽃은 넉넉한 사람에게는 봄날을 꾸며주는 풍경이지만 가난한 사람에게는 마르고 수척한 얼굴에 핀 버짐처럼 보이기도 한다.

바람 끝에 아직 뾰족한 냉기를 감춘 지난 4월 15일 은평구 수색동 산동네에서 건너다보이는 야산의 벚꽃도 예쁘게만 보이지 않았다. 재개발이 시작돼 낡은 주택마다 가림막을 친 좁은 비탈길의 끝, 수색감리교회가 있다. 규모에 비해 유난히 큰 식당이 있는 교회다.

가난한 동네에 있기에 주일 예배를 마친 후 으레 신자들이 모여 함께 밥을 먹는 공동체 성격이 강한 교회라고 했다. 지난달 15일 이곳에서 작은 잔치가 열렸다. 맛 좋기로 유명한 외식업소 주인들의 모임인 ‘다담회’(회장 정복모) 회원들이 교회를 찾아 벌인 잔치다.

한 번에 150여 명이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잔뜩 챙겨와 능숙한 솜씨로 밥을 짓고 구수한 아욱된장국에 감칠맛 그만인 돼지고기 간장불고기 등을 뚝딱뚝딱 만들어냈다. 입맛을 돋우는 상큼한 겉절이에다 서양식 디저트 뺨치는 달달한 후식도 차려냈다.

이미 교회 식당 테이블의 빼곡한 의자 대부분은 인근에서 모셔온 재가복지 대상 어르신들이 차지하고 앉았다. 사이사이 다담회 회원과 사회복지법인 행복창조가 운영하는 ‘은평어르신돌봄통합지원센터’ 직원들이 끼어 앉았다. 덩어리가 큰 반찬은 젓가락으로 잘게 나누고 국그릇이 비면 금세 다시 떠다드렸다.

주방에서는 수십 년 동안 외식업소를 운영해온 다담회 회원들이 능숙한 조리솜씨로 순식간에 맛난 음식을 쏟아냈다. 주방 앞에서는 배식구로 속속 나오는 밥과 국, 반찬을 정성스레 담아냈다. 얼마든지 드시고 올 한해도 건강하게 지내시라는 마음이 담겼다.

70여 년 이상의 세상 풍파에 굳은 어르신들의 얼굴에 차츰 밝은 미소가 배어나왔다. 여기저기서 음식을 더 달라는 손짓도 이어졌다.

이날 음식봉사 잔치 ‘다담회의 행복한 밥상’ 준비를 도운 김아란 은평어르신돌봄통합지원센터 과장은 “모든 어르신들이 쉽게 맛볼 수 없는 맛있는 음식에 너무 고맙고 기특하다고 하신다”며 “지난해도 다담회에서 한 번 왔기 때문에 당시 맛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셨다”고 전했다.

다른 단체의 음식대접 봉사는 으레 인근 식당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직접 찾아와 밥을 지어주는 다담회를 유난히 반긴다는 것이다. 어르신들과 도우미들은 다담회 회원들이 지어준 음식에 대해 “집밥과 같이 정성 가득하고 너무 맛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밥상을 차린 정복모 다담회 회장(피자효인방·청암박물관 대표)과 강민주 봉사위원장(야반), 이종주 사무총장(수유우동), 정명용 고문(대문한정식), 홍서현(넓은뜰밥상)·김은희(굴마을낙지촌)·김현경(신가네칼국수)·김상훈(신성세라트)·김효섭(삼성까운) 회원도 밥 한 그릇씩 뚝딱 해치우는 어르신들을 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 회장은 “다담회는 앞으로 1년에 2회 이상 낙후지역을 찾아 음식대접 봉사를 계속할 계획”이라며 “회원들이 가장 잘 하는 일을 통해 어려운 분들께 작은 위안을 드릴 수 있어 오히려 우리가 큰 도움을 받았다는 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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