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의 부활
막걸리의 부활
  • 김병조
  • 승인 2006.09.21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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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주불사(斗酒不辭)의 주당(酒黨)인 필자는 대중적인 술이라면 웬만한 종류는 거의 다 맛을 봤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중에 최근 내 마음을 사로잡은 술이 있다. 막걸리의 일종인 ‘참살이 탁주’다. 인간문화재가 100% 우리 쌀로 만든 탁주다. 얼마 전 이 술을 처음 맛보고 나는 “막걸리 중에 이런 술도 있는가”라고 감탄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

잘은 모르지만 술꾼의 입장에서 볼 때 좋은 술이란 마실 때 느낌이 좋아야 하고, 또 마신 뒤의 끝이 좋아야 한다. 마실 때의 좋은 느낌이라면 고급술의 경우 ‘향’이 좋아야 하고 대중주의 경우 술~술~ 넘어가는 느낌의 ‘목 넘김’이 좋은 것을 말한다. 또 뒤 끝이 좋다는 뜻은 마시고 난 뒤 배나 머리가 아프지 않고 고약한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술의 질적인 면은 접어두고 이런 기준에서만 봤을 때 기존의 막걸리는 좋은 술에 해당되지 않는다. 마시기 전부터 뻑뻑하게 침전돼있는 술병을 보면 술맛이 달아나고, 별로 유쾌하지 않은 거품이 부글거리는데다가 마실 때의 느낌이 텁텁하다. 그뿐인가. 한두 잔만 마셔도 금방 트림이 나오고 그 때 나오는 고약한 냄새는 정말 참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나는 막걸리를 잘 마시지 않는 편이다. 등산을 하고 난 뒤에 갈증해소용으로 마시는 경우가 거의 전부였다. 그것조차도 텁텁한 맛과 마시고 난 뒤의 고약한 냄새가 싫어서 막걸리 병을 흔들지 않고 윗부분의 맑은 술만 마셨다.

그런데 최근 두세 차례 마셔본 ‘참살이 탁주’는 지금까지 내가 막걸리에 대해 갖고 있던 좋지 못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주었다. 텁텁하지도 않은데다가 마시고 난 뒤 ‘정말 술맛 좋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좋은 술이었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이 술을 아무리 마셔도 트림이 나지 않고, 고약한 막걸리 특유의 냄새가 일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값싼 대중 술 치고는 이정도면 감히 ‘명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을 정도였다.

내가 직접 경험한 ‘참살이 탁주’ 외에도 근래에 진화된 막걸리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막걸리를 주종으로 하는 주점 프랜차이즈들이 외식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는 추세다. ‘참살이 탁주’ 역시 모 외식업체에서 운영하는 주점에 독점으로 납품해 주당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70~80년대 주점의 대명사였던 막걸리 주점이 다시 부활하고 있는 느낌이다.

최근에 불고 있는 막걸리 주점 프랜차이즈 열풍이 장기적인 불황으로 씀씀이가 줄어든 고객 동향이 반영된 면도 없지 않지만 나는 그보다는 막걸리 제품 자체의 진화가 더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참살이 탁주’의 경우 젊은 여성 고객들도 전혀 거부감을 갖지 않을 정도로 기존의 막걸리와는 차별화된 진화된 고급 막걸리다. 막걸리가 이제는 농부들이 일할 때 마시는 술, 또는 나이든 사람들이 향수를 달래며 마시는 술이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막걸리가 우리 몸에 매우 유익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신라대 식품영양학과 배송자 교수팀은 막걸리가 암을 예방하고 손상된 간을 회복시키며, 혈중 콜레스트롤을 떨어뜨리고, 갱년기 장애 해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 B, 유산균 등을 함유하고 있어서 혈액순환과 피로 물질 제거에도 좋다는 것이다.

조상대대로 즐겨온 전통 술 막걸리,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 해온 대중 술 막걸리, 그 막걸 리의 우수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고, 제조업체들이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제품개발에 노력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막걸리의 전성시대가 다시 열릴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도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산업의 육성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장인정신으로 전통주를 계승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용기와 희망을 갖고 더욱 증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소비자가 모두 힘을 보태줄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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