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외식업 연매출 4조5천억 감소
김영란법, 외식업 연매출 4조5천억 감소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6.05.1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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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식재료 사용 급증 예상, 종업원 감축… 소비감소 악순환

“청렴사회를 만들자는 입법 취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 취지를 더 살리려면 식사비 3만 원도 많기 때문에 아예 1만 원 이내로 못 박고 고급 외식업체를 모두 없애버리는 게 낫다.”

오는 9월 시행을 앞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 시행령안을 두고 외식산업 관련단체 관계자가 내놓은 자조 섞인 말이다. 그의 말을 우스갯소리로 여길 수 있지만 여기엔 국내 외식업계의 경쟁력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짙게 배어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지난 10일 김영란법을 시행하게 되면 국내 외식업계의 연매출이 4조1500억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 2013년 기준 외식산업 전체 매출 83조 원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연매출 감소액 산출은 외식업체 경영자 1천 명과 소비자 3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뒤 전체 소비자의 16.3%를 김영란법 적용 대상으로 추정, 점심 영업과 저녁 영업의 영향 비율과 가중치를 곱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는 김영란법에 직접 적용을 받는 사람만 200만 명에 달하고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400만 명이 된다는 분석을 근거로 한다. 400만 명은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2700만 명의 15% 정도다.

매출 변화 추이를 산출한 결과 전체 외식업체 중 37%가 저녁 영업에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서양식 음식점이 67.2%로 가장 높았고 기타 주점업(62.3%), 일식(49.5%), 한식(44.1%) 순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란 결론이다. 점심 영업이 영향을 받을 비율은 14.7%로 조사됐다.

이같은 매출감소는 물론 국내 외식업계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식사비 상한액을 3만 원으로 못 박을 경우 한식·일식·서양식·중식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메뉴 가격을 내리게 되고 이를 위해 국내산 대신 값싼 수입산 식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한식전문점 관계자는 “한식의 제 맛을 살리기 위해 단가가 높아도 국내산 식재료만 사용했다”며 “현재 가장 싼 메뉴가 3만5천 원이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려면 중국산을 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산 농산물은 중국산보다 평균 2.1배 비싸다. 농식품부는 농업·농촌 활성화를 위해 외식업계의 국내산 농축산물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으나 김영란법이라는 높은 장벽이 세워진 셈이다. 외식업체들이 국내산 식재료 사용을 줄이게 되면 농업계도 판로가 줄어들면서 타격을 입게 된다.

중대형 외식업체들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매출이 떨어지면 종업원 감축에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중대형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회원사 대부분이 김영란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고가 메뉴의 매출이 크게 떨어지고 종업원을 줄여 손실을 메꿀 수밖에 없다고 한다”며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법 때문에 실직자가 양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김영란법이 국내 외식산업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정부가 외식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정·시행하고 있는 외식산업진흥법에 배치되는데다 한식세계화, 외식업규제완화 등 각종 정책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한식세계화의 성과로 정식당 등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한 사례를 꼽고 있다. 하지만 한식전문점의 메뉴 가격은 대부분 3만 원을 넘어 김영란법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채규진 ㈔한국외식경영학회 회장(청운대 호텔조리식당경영학과 교수)은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중대형 외식업체의 피해만큼 소규모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는 풍선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나 외식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며 “시행에 앞서 반드시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고 이 자리에서 나온 의견에 따라 법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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