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공동브랜드, 사후 관리가 경쟁력이다
농산물 공동브랜드, 사후 관리가 경쟁력이다
  • 관리자
  • 승인 2006.09.21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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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브랜드화의 열풍이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농업까지 확산되어, 이제는 시장에서 농산물을 포함한 거의 모든 제품에서 쉽게 브랜드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시장의 경쟁심화와 함께 고객중심시대가 도래하면서 마케팅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제품차별화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제품차별화의 한 방법으로는 브랜드전략을 들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인식이 소비자나 공급자 모두에게 커지고 있다. 브랜드에 대해 생산자는 상품차별화 전략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고 소비자는 상품선택의 기준으로 인식하고 있다. 시장의 거래에 있어서도 유통업자의 파워가 보다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브랜드 자산을 통한 거래의 유리한 위치 확보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유통채널의 형성과 직거래 기회의 증대로 소비자와의 거리가 보다 가까워짐에 따라 브랜드를 통한 소비자와 관계 구축의 필요성 또한 매우 커지고 있다.

농림부 발표에 따르면, 농축산물 브랜드 수는 2000년 4701개에서 2005년 6328개로 3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다수의 출하조직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동브랜드 수는 2000년 619개(13.2%)에서 1416개(22.4%)로 증가하였고, 특허청에 등록된 브랜드 수는 1243개(26.4%)에서 2216개(35%)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브랜드 수는 최근 들어와서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에 공동브랜드의 비중과 등록된 브랜드의 비중은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공동브랜드 비중은 22.4%로 정부의 노력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품목군별 브랜드 현황을 보면, 쌀을 포함한 식량작물 브랜드가 1719개(27.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 과실류가 818개(12.9%)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식량작물이 이렇게 브랜드가 많은 것은 1000개가 넘는 쌀 브랜드 때문이다.

이러한 농축산물 브랜드의 증가는 해외 농축산물의 수입확대와 국내 농축산물간 경쟁심화로 지방자치단체 또는 생산자조직이 그 동안 경쟁적으로 브랜드화에 노력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시장개방과 함께 외국 농축산물의 국내 진입이 확대되고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요구가 한층 까다로워지고 있는 것은 농축산물시장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농축산물 브랜드는 여전히 공동브랜드보다는 규모가 영세한 개별브랜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정부는 농업 생산자의 영세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개별브랜드 보다는 공동브랜드를 육성 및 장려하여 왔다. 그러나 공동브랜드는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많기에 그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공동브랜드의 장점이 퇴색되고 결국 실패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공동브랜드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먼저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공동브랜드의 장점으로는, 먼저 시장 내에서 브랜드 혼잡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초기 고정투자 및 마케팅비용 공유할 수 있고 협력사간 기술, 마케팅 지식 및 시장 정보 공유도 가능하다. 또한 유사한 제품들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으므로 소비자들에게 그 브랜드가 가지는 강력하고 독자적인 전문성을 연상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일정한 규모에 이르지 못한 생산자는 공동브랜드를 통해 영세규모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공동브랜드의 단점으로는 먼저 관리회사의 ‘마구잡이’식 가맹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품간 유사성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의 공동브랜드는 개별브랜드의 우호적 이미지의 실추를 야기할 수 있다. 공동브랜드가 적용되는 어떤 하나의 제품에서 나쁜 평가나 부정적 정보가 유포되는 경우에 공동브랜드 전체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는 것 또한 단점의 하나이다. 그리고 공동브랜드 개발 후 사후관리 미흡으로 이미지 반감이 일어날 수 있으며 또한 품질이 우수하고 명성이 있는 지역은 공동사용 기피로 역선택(adverse selection)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공동브랜드는 개발 사후 철저한 브랜드관리가 생명이라 할 수 있다.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많은 농축산물 공동브랜드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지역농협을 포함한 생산자단체들도 공동브랜드가 농업의 경쟁력에 필수적이라고 인식하고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제품의 품질에 있어서 일관성이나 차별성이 부족하고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미투(me-too) 브랜드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목표로 하는 고객이 분명치 않고 시장에서의 포지셔닝 또한 애매하여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농산물의 경우는 자연환경의 변화에 따라 맛의 변화가 클 수 있는 특성이 있고, 특히 공동브랜드의 경우는 생산자에 따라 품질의 차이가 많을 수 있다. 따라서 제품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품질의 일관성을 잃어버리고, 소비자와의 신뢰관계가 떨어질 수가 있다. 때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브랜드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제 농산물의 브랜드화, 특히 공동브랜드의 강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공동브랜드의 장점이 크지만, 그 단점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공동브랜드는 성공할 수가 없고 공동브랜드 확산 또한 제한될 것이다. 앞으로 치열해지는 시장환경에서 우리 농축산물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길은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를 많이 키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공동브랜드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브랜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사후 철저한 관리를 통해 소비자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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