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셰프 인기 이어갈 방안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셰프 인기 이어갈 방안이 필요하다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6.05.16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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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배 기자

“요즘 조리를 배우는 학생들이 셰프의 화려한 모습만을 꿈꾸고 있어 교육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달 열린 한국조리학회 정기춘계학술대회에서 나온 조리 관련 학과 교수의 한탄이다. 교수의 말인즉 학생들이 각종 매체에 나오는 일부 유명 셰프의 화려해 보이는 일면만을 보기 때문에 그 뒤에 가려진 조리와 음식에 대한 신중함과 존중, 피나는 노력, 힘든 노동인 조리과정을 견디기 어려워 한다는 것이다.

최근 텔레비전 ‘쿡방’ 프로그램의 인기로 ‘셰프’나 조리 자체에 대한 인기와 흥미가 크게 올랐다. 요리사를 칭하는 말도 기존 ‘요리사’나 ‘조리사’에서 최근엔 셰프로 ‘세련되게’ 통일돼 가고 있다.

대학 관련학과 경쟁률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셰프에 대한 인기는 유행에 민감한 초등학생 장래 희망에도 반영됐다. 지난 1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5년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생(4~6학년 458명 조사)의 장래 희망 직업 가운데 요리사가 의사·판사·검사·변호사 등 이른바 ‘사자’ 직업보다 선호도가 높았다. 최근 일고 있는 쿡방 열풍이 반영된 결과다.

근래 들어 한풀 꺾인감이 있지만 쿡방의 인기는 여전하다. 공중파는 물론 케이블 채널에서도 쿡방 프로그램은 단연 인기 아이템이다.

유명 셰프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섭외 1순위로 꼽힌다. 백종원 더 본 코리아대표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얼굴을 더 알리면 CF 계약은 물론 오너 셰프인 경우 업소는 몇 달치 예약이 밀려 있을 정도로 명성과 부를 쌓는다. 미디어는 이런 화려한 셰프의 모습을 더 강조한다. 그러니 초등학생 장래 희망에서 요리사가 상위권을 차지하는 일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많은 선배 셰프나 조리관련 교수들이 지적하듯 요리사의 길이 그렇게 화려하지만은 않다. 미디어에서는 즐기거나 게임하듯 요리하지만 현실은 하루 종일 주방에서 물과 불, 식재와 땀을 흘리며 씨름한다. 새로운 식재와 메뉴 개발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혹자는 요리야 말로 중노동 중의 중노동이라고 혀를 내두른다. 미디어에서 이런 현실을 보여줄 리 없다. 시청률 떨어지는 일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각종 ‘을’의 서러움도 받는다. 화려해 보이는 호텔은 비정규직 셰프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서울 시내의 S호텔 한식당 요리사는 기존 23명에서 15명으로 줄었고 그 중 7명이 비정규직으로 알려졌다. 고용과 미래가 불안한 상황에서 최선의 요리를 만들어 내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 셰프의 현실이 열악한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교수는 “80년대 남성 셰프가 맞선을 보면 직업을 숨길 정도”라고 평가했지만 지금은 위상이 부쩍 높아졌다. 취업문도 넓어 관련학과의 취업률도 상대적으로 높고 해외 취업의 기회도 많다. 또 셰프로, 외식경영가로 성공할 수도 있다.

급격한 관심 증폭과 인기 급증은 대체로 거품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쿡방이나 셰프에 대한 선호도 유행으로 거품이 있어 보인다. 대중적인 시선과 다르게 학계가 셰프 열풍을 마냥 환영하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거품이 빠지면 종사자들이 느낄 허탈감은 더 클 것이다. 셰프에 대한 선호, 요리에 대한 관심 상승을 건강하고 지속적으로 이어갈 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쿡방 열풍을 불러온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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