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한 외식·축산업계와 학계·시민단체의 엇갈린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4일 국민권익위원회가 개최한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안 공청회에 참석한 외식·축산업계와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법 시행 반대와 찬성 논리를 펴며 시종일관 팽팽히 대립했다.
외식·축산업계는 이대로 법안이 시행될 경우 외식산업과 축산업계의 심각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산업 활성화를 위해 법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계와 시민단체 측은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를 낮추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격한 김영란법 시행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공청회 토론자로 참석한 민상헌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장은 “한국외식업중앙회 조사에 의하면 현재 기준의 김영란법을 시행할 경우 외식시장에서 연간 4조 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며 “외식비 기준 금액을 4만 원 혹은 5만 원으로 올려야하고 시행시기도 경제 사정이 좋아질 때까지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축산업계도 외식업계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김홍길 한국농축산연합회 운영위원(전국한우협회 회장)은 “한우와 인삼은 10만 원짜리 선물세트도 만들 수 없다”며 “5만 원 이내의 선물세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입 농축산물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국내 농축산업계의 판로가 막혀 농축산업계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김 운영위원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국내 농축산물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성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치주의 실현의 가장 큰 장애물은 돈으로 뭔가를 해결할 수 있다는 돈치, 인맥으로 해결하려는 인치”라며 “법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규제해 법치주의 실현과 완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김영란법 시행령이 오히려 법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선물 값 등의 기준은 직무와 관련해서는 그 이하라도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엄격한 해석을 각 기관 윤리강령에 넣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송준호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상임대표는 법 시행에 따른 경제적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최근 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송 상임대표는 “시행령에서 선물 기준가액을 5만 원으로 인상하고 경조비를 10만 원으로 증액한 것은 사회의 부패지수를 높이는 것”이라며 “기존 공무원 행동강령보다도 못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권익위는 지난 13일 김영란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시행령안은 공무원과 언론인, 국공립·사립교원 등이 음식물 대접이나 선물을 받을 시 음식물은 3만 원, 선물은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을 초과할 경우 과태료를 물도록 했다. 또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 여부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수수하는 경우 형사처벌된다.
외식·축산업계는 허용 금액이 현실과 맞지 않게 너무 낮아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기준 금액 완화 혹은 제외를 요구해 왔다. 김영란법은 오는 9월 28일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