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관심 수제맥주, 거품만 ‘가득’
뜨거운 관심 수제맥주, 거품만 ‘가득’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6.06.03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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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펍 ‘옥토베훼스트’ 매장 잇따라 문 닫아

국내 주류시장에서 수제맥주(크래프트 비어)에 대한 관심과 투자의 증가에도 수제맥주 펍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수제맥주 펍 브랜드 ‘옥토버훼스트’는 최근 1년 동안 세 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4월과 9월 각각 홍대점과 신촌점이, 올해 4월에는 마포점을 폐점하는 아픔을 겪었다. 모두 서울의 핵심 상권에 위치한 매장이었다.

심화된 경쟁과 매출 정체

옥토버훼스트는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옥토버훼스트 관계자는 “대기업 입점, 임대료 급등으로 부득이 폐점할 수밖에 없었다”며 “경쟁은 심해진 반면 매출은 정체된 상황도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옥토버훼스트 매장은 기존 9개에서 현재 6개로 줄었다. 신규 오픈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옥토버훼스트는 국내 수제맥주 펍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제맥주란 말 자체가 낯설던 2002년 7월 백경학 씨(현 푸르메재단 상임이사)와 방호권 브루마스터가 뜻을 모아 서울 강남에 양조시설을 갖춘 매장을 열었다.  이듬해 서울 종로에 2호점을 내는 등 매장을 늘려가면서 국내 맥주 애호가들에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또 다른 수제맥주 브랜드 ‘와바’도 고전하고 있다. 와바는 2002년 다양한 세계 맥주를 소개하면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0년 들어 성장세가 주춤해지자 와바는 변화를 위해 2013년 기존 병맥주에서 수제생맥주 중심으로 리뉴얼했다. 이런 노력에도 트렌드 변화와 심해진 경쟁 속에서 매출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와바 운영 업체인 인토외식산업은 지난 4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수제맥주 산업 진흥을 위해 노력했던 우군도 잃었다. 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맥주민주화’를 외치며 수제맥주의 주세률·시설 규모 완화 등을 골자로 주세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당국의 난색과 홍 전 의원의 20대 총선 불출마로 맥주민주화는 당분간 제자리 걸음을 할 전망이다. 주세법 개정은 실패했지만 시행령 개정으로 수제맥주 주세가 줄고 시설 등의 규정이 완화돼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시장 진출 업체는 증가세

기존 수제맥주 펍 브랜드의 잇따른 고전 소식에도 시장에 진출하는 업체는 증가하고 있다. 세븐브로이맥주의 제품 전문 매장인 ‘세븐브로이 펍’은 수도권 롯데백화점 등에 입점해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2014년 11월 서울 반포에 펍 ‘데블스도어’ 1호점을 열어 고객 줄을 세우며 인기몰이를 했다. 여세를 몰아 최근 부산에 2호점을 열었다. SPC는 지난해 1월 육가공 식품과 맥주를 결합한 ‘그릭슈바인’을 1호점을 열었다. 그릭슈바인 매장은 1년 만에 5개 매장으로 늘었다.

수제맥주 전문 펍 프랜차이즈 ‘브롱스’는 2014년 3월 론칭해 현재 1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농협목우촌은 최근 서울 종로에 수제맥주 전문점 ‘헌터스문’을 오픈하며 본격적인 펍 사업에 뛰어 들었다.

양조면허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맥주 면허는 주세법 개정으로 2005년 118개가지 증가했다.

하지만 제조 비용과 높은 주세 등으로 소규모 업자들이 고사하면서 2013년에는 61개까지 줄었다. 최근 들어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가하면서 면허는 현재 80여 개에 달하고 있다. 또 롯데주류는 지난 4월 아일랜드 수제맥주 ‘맥가글스’를 수입·판매하고 있고 오비맥주도 수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경기, 경쟁 심화…전망 낙관 어려워

이렇듯 수제맥주 공급이 증가하자 업계에서는 과거처럼 또 한 차례 공급과잉으로 공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특히 주요 소비처인 펍 시장의 부진이 크다. 세븐브로이 펍은 2014년 말 매장 오픈 후 개점 소식은 조용하고 브롱스의 사업 확대 속도도 느리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수제맥주 브랜드를 론칭했지만 현재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데블스도어 1호점은 초반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현재 예전만 못하다는 시각이다.

세븐브로이 펍 매장 관계자는 “상권 특성도 있겠지만 최근 매출이 기대보다 저조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수제맥주 펍의 고전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한 원인이다.

호프와 치킨 매장 등지에서 판매하는 대형 제조사의 라거 생맥주(500㎖) 가격이 2500원~4천 원인 반면 에일이 주종인 수제맥주는 3천 원~6천 원대가 주류다. 많게는 1만 원에 육박한다. 또 양조시설을 갖출 경우 시설비와 넓은 매장의 임대료도 부담을 늘리는 요인이다.

옥토버훼스트 관계자는 “수제맥주 시장은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정된 시장 파이를 놓고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며 “활성화 방안 마련 등 지원책이 없으면 전망도 낙관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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