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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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6.1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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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한국식량안보재단 이사장
▲ 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중세 유럽사회에서 일어났던 마녀사냥의 이야기들은 21세기 과학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현대인의 판단으로는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종교재판으로 무고하고 순결한 사람들을 악마로 몰아 발가벗겨 불에 태워 죽이는 야만적 행동들이 군중이 보는 앞에서 수없이 자행됐다.

피해자들은 주로 주변에 선행을 베풀거나 외롭게 사는 돈 많은 과부들로 마녀로 몰려 화형당하고 그들의 재산을 종교지도자들에게 강탈당했다. 이러한 중세의 사회악을 경험하면서 유럽사회는 합리성과 과학에 근거한 법치주의를 발전시켜야만 했다. 억측과 선동을 배제하고 과학과 이성에 근거한 법률을 제정해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엄격하게 집행하는 선진사회가 된 것이다.

그러나 과학적 법치주의의 역사가 짧은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현대판 마녀사냥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의 공포정치에 사용되는 인민재판에서부터 SNS가 보편화된 사회의 인터넷마녀사냥까지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다.

스마트몹으로 시작된 광우병 대란은 인터넷마녀사냥이 통제되고 관리되지 못하면 어떠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음식에 대한 마녀사냥을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부 시민단체의 유전자변형(GMO) 농산물 수입업체 정보공개 요구를 거부하고 대법원까지 상고하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얼핏 보면 소비자알권리 요구를 당연히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식약처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유전자변형 농산물은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확인돼 생산 유통되고 있는 식량자원으로 우리 정부도 그 안전성을 인정해 수입을 허가했다.
그러나 일부 GMO 반대론자들이 ‘괴물GMO’라는 용어를 써가며 위험한 물질로 소문을 퍼뜨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전자변형 농산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불안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GMO 농산물 수입업체를 공개하면 정부를 믿고 안전한 농산물을 수입한 기업들이 마치 못 먹을 것을 공급한 악덕기업으로 마녀사냥을 당하게 된다. 식약처는 책임 있는 정부기관으로 이러한 사태를 방관할 수 없는 것이다.

GMO 표시확대나 정보공개 요구는 근본적으로 GMO는 안전하지 않다는 비과학적인 억지 주장에서 시작된 것이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만약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궁극적으로 GM식품 전면표시로 확대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식용유와 간장 등 주요 식품재료들이 GMO 농산물로 만들어 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거의 모든 식품에 GMO 표시가 붙을 것이 분명하다. 결국 먹을 것이 없다고 아우성치는 국민들로 광우병대란 이상의 국가적 소요가 일어날 것이다. GMO 문제를 소비자의 알권리 수준으로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이것은 식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인의 생존권에 관한 문제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사례를 여러 번 겪었다. 한 소비자단체가 국민조미료로 사용되는 MSG를 유해한 것으로 불매운동을 벌인 결과 국내 MSG 생산 공장은 모두 문을 닫았으며 지금은 전량 수입해 먹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섭취허용량을 정할 필요가 없는 안전식품으로 인정한 MSG를 유해하다고 불매운동을 벌인 소비자단체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됐고 지금도 우리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민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주고 우리나라 조미료산업을 무너뜨린 이 엄청난 사회 경제적 피해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고 사과하지 않고 있다.

한 동안은 밀가루의 글루텐이 유해하다고 소문을 퍼뜨려 전 인류가 수 천년 먹어온 밀을 마녀사냥하기도 했다. 이제 더 이상 음식을 가지고 벌이는 마녀사냥에 우리 국민이 현혹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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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온 2023-11-17 13: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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