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 집밥이 주는 반가움
백반, 집밥이 주는 반가움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6.1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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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1/4을 넘어섰다고 한다. 네 집 가운데 한 집은 혼자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경제활동의 패러다임도 점차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우리말 중 가족을 대신하는 말이 식구이다. 식구(食口)는 한집에서 같이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는 식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가까운 이웃 일본에서 일찌감치 생겨난 일이었고 이미 성숙 단계를 지났다.

사실 혼자 밥을 먹는 일은 서구사회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일찍부터 산업화가 시작된 나라들은 어김없이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와 같은 형태로 외식활동이 일상화됐고 경제적 자립이 가능하게 되면서 부모로부터 독립해 나가는 문화가 형성됐다.

이렇듯 산업화로 인한 사회적 변화는 실로 많은 부분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 우리나라 역시 70년대 전후를 시작으로 가속화된 산업화는 세계 어디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순식간에 고도성장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불과 십여 년 만에 경제 발전으로 다른 세상을 만들었지만 그로 인한 사회문화적 불균형은 각종 문제를 야기하기에 충분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식생활의 변화로 가장 큰 것은 집에서 늘 먹어왔던 음식들을 사먹게 됐다는 것이다.

초기 외식활동은 집에서 해 먹기 어렵거나 별미의 음식을 맛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산업화로 인한 경제활동으로 가정에서 끼니를 준비하는 시간적, 경제적, 노동적 여유가 감소하면서 불가피하게 사먹게 됐다. 그래서 이제 ‘외식인 듯, 외식 아닌, 외식 같은 외식’이라는 말장난도 정녕 틀린 말은 아닌 듯 싶다.

우리나라 현대인들의 건강상태는 의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감히 ‘문제가 많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각종 심각한 질병과 장애들이 매일 우리를 괴롭히는 시대를 살면서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대부분의 건강은 제대로 된 식사와 운동 요법으로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이다. 비만과 당뇨와 같은 대표적인 성인병을 위한 다이어트도 알고 보면 우리가 과거에 늘 먹어왔던 ‘집밥’이 정답이었다. 삼시세끼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습관과 잡곡밥, 된장국, 나물, 김치 등으로 이뤄진 식단이 망가진 현대인들의 건강을 되살릴 수 있는 비법이었다.

산업화라는 이름 아래 어느새 찾아 먹기 힘들어진 ‘집밥’의 가치가 요즘 들어 부쩍 높아졌다. 백반이라는 이름으로 저자거리에 나온 우리네 집밥은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을 곁들인 찌개백반 혹은 생선구이나 불고기 등을 곁들인 백반, 소박하게 차려낸 가정식 백반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백반은 사실 ‘기사식당’이라는 형태로 한동안 활성화됐는데 잘 차려진 백반은 그 어느 끼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만족감을 주는 반면 제대로 차려내기 위해선 온갖 정성과 비용이 만만치 않은 단점이 있다.

어떻게 보면 한정식이라는 고급음식의 서민형 버전이라고 볼 수 있는 백반은 80년대 후반 이후 몰려든 서구음식들과 프랜차이즈 사업에 밀려 점점 입지가 줄어든 게 사실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밖에서 이것저것 사먹어도 집에 오면 우리 고유의 집밥을 먹을 수 있었다. 알게 모르게 하루 한 끼 정도는 집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어느새 집에서도 밥을 먹지 않게 되는 일이 일상처럼 되면서 이제는 집밥을 일부러 만들어 먹지 않으면 구경조차 하기 어려운 시대가 돼버렸다. 아직 학교나 직장에서 급식을 하는 경우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정작 우리 고유의 집밥을 먹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집밥이라 부르는 백반의 콘셉트는 특별함이 없는 소중함에 있다. 집에서 늘 먹던 밥에 뭐 특별한 것이 있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집밥이 이토록 그리운 것인지 생각해 보면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늘 구색을 갖추듯 차려진 밑반찬과 그 날의 주인공이 될 만한 반찬 한 가지에 기대감과 만족감이 좌우된다.

백반처럼 밥, 국, 반찬 하나하나의 맛에 신경 써야 하는 음식도 드물다. 밥맛만 좋아도 한 끼 식사 잘 할 수 있듯이 음식 하나의 맛에 신경 써서 차려준다면 백반의 가치는 여느 음식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저렴한 비용으로도 맛깔 나는 백반 한 상 차려낸다면 집밥 구경도 못하는 이 시대의 한국인들에게 그보다 반갑고 건강할 일이 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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