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사업의 후계승계는 잘 준비되고 있는가?
외식사업의 후계승계는 잘 준비되고 있는가?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6.27 1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외식산업학부 교수
▲ 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외식산업학부 교수

벼를 수확하기 위해 쌓아올린 낟가리 사이에 볏단을 나르는 사람의 그림자가 달빛에 비친다. 농작물을 훔치려는 도둑 이야기가 아니다. 형은 동생의 곤궁한 처지를, 동생은 형의 집안 대소사 건사의 버거움을 생각하며 서로 자기의 볏단을 상대의 낟가리에 몰래 날라다 쌓아올리는 장면이다.

다음날 논에 나온 형제는 낟가리의 크기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고 깜짝 놀란다. 이상하게 여긴 형제는 밤에 다시 볏단을 상대의 낟가리에 옮기려다 서로 마주치고 만다. 두 사람은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읽은 전래동화다.

롯데 사태를 보며 많은 국민은 안타까운 생각이 들 것이다. 재계 순위 5위의 대기업이 창업주인 늙은 아버지의 총기가 흐려지자 두 아들 간에 경영권 다툼이 일어나더니 급기야는 비자금 조성 등에 대해 검찰의 수사를 받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소유권을 차지하기 위한 후계 싸움은 멀리는 왕조시대의 왕권 다툼의 역사에도 있었고, 근래에는 일부 재벌기업이나 사립대학에서도 그 사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후계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은 가족 내 부자간이나 형제간, 숙질간뿐만 아니라, 창업주와 창업공신 간에도 있어 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벌인 다툼으로 후계자가 되고 나면 모든 것이 내 소유가 되고 그것으로 욕망이 완성되는가? 비정상적으로 획득한 경영권의 정당성은 어찌 할 것이며, 인륜을 져버린 자로 혹은 배신자로 찍힌 낙인은 쉽게 지울 수 있는가? 다음 후계자에 대한 의구심과 두려움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는가?       

우리나라 산업사회 역사는 매우 짧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일부 사례를 제외하곤 대개 1950년대 이후에 창업해 잘 해야 60년 남짓 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오래된 기업은 창업자가 80대 이상의 고령으로 후계자에게 사업을 물려줘야 할 때가 지났다. 대부분의 창업주는 오너 경영자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가업형태의 기업을 운영하며 다수의 가족과 친족들을 경영에 참여시켜 왔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의 많은 외식기업은 한 가족이 지배적인 소유권을 갖고 기업을 지배하는 가족기업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가족기업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가장 많이 보이는 기업형태다. 

창업자가 일궈놓은 가족기업이 대를 이어 2세대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30% 수준이며, 3세대까지 생존하는 경우는 14%에 불과하다고 한다. 가족기업이 대를 이어 지속적으로 생존하는데 실패하는 이유는 사업 환경의 변화, 세금과 같은 외부요인과 가족문제, 승계문제와 같은 내부요인으로 요약된다.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가족문제, 승계문제 등의 내부요인이라고 한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한 창업주로선 자신이 고령이라 할지라도, 승계하는 사람이 비록 친자식이라고 할지라도 소유권과 경영권을 넘기는 결정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10년 정도의 장기적인 후계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해 소유권과 경영권의 승계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창업주의 성공으로만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번영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헌신한 종업원들의 안전한 직장으로 남아있어야 한다. 자본을 투자한 주주들의 이익을 보장해줘야 하며, 그동안 지지해준 고객과 지역사회의 신뢰에도 보답해야 한다. 

국내 외식기업 중에도 창업자 이후의 2세 승계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가업을 이어받은 후계자들이 기업을 잘 이끌어 가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나라에도 머잖아 백년 된 갈비집과 비빔밥집, 이백년 된 국밥집과 삼계탕집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