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우리말을 왜곡하는 것은 배운 자의 오만이다 -닭도리탕 이름 논란 2-
순수 우리말을 왜곡하는 것은 배운 자의 오만이다 -닭도리탕 이름 논란 2-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7.0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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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한국식품건강소통학회장
▲ 권대영 한국식품건강소통학회장

‘닭도리탕이 순수한 우리말이다’라는 본인의 기고가 나간 뒤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어학자를 비롯해 소위 배웠다는 학자들의 반응이 놀라웠다.

수백년 전부터 즐겨 먹었던 음식의 이름을 붙이는데 그때 학자들이 참여해야만 붙여지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국립국어원의 한 과장은 방송에서 ‘닭도리탕이라고 이야기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부족하다’ 이야기 한바 있다.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그들이 ‘닭도리탕’을 ‘닭볶음탕’으로 바꿀 때 과연 충분한 근거를 검토하고 결정하였는가? 그들은 볶음과정에 대한 식품학적 지식도 없이 볶음과정이 없는 닭도리탕을 닭볶음탕이라고 말한 것은 충분한 검토가 있어서 한 결정인지 묻고 싶다. 그들은 자기들의 결정에 변명할 일이 아니라, 그저 아무 근거도 없이 세간에 떠도는 말에 혹하여 충분한 검토 없이 결정한 일이 아닌지가 자신들에게 물어 볼일이다. 

음식에 이름이 붙여진 경우는 즐겨 만들어 먹던 조상들이 적어도  서로 통할 수 있고 잘 쓰고 아는 말로 자연스럽게 붙여진다. 우리 음식이 배운 사람, 특히 언어학자가 참여해서 붙여졌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배운 자의 오만이다. 오래전 닭도리탕을 즐겨 만들어 먹은 우리 조상들은 일본어도, 영어도, 한자도 심지어 한글도 쓸 줄 몰랐다. 그들이 붙인 음식 이름은 우리말이지 어찌 일본말일 수 있겠는가? 이때 그들이 썼던 우리말이 표준말인지 사투리인지 따지는 것은 지식인의 사치다.

닭도리탕이 ‘닭을 도리쳐서 만든 탕’이라고 하니 국립국어원은 ‘도리치다’가 국어사전에 없기 때문에 닭도리탕 이름이 우리말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다고 우리말이 아닐 것이라는 추측은 국어학자들이라면 신중해야할 발언이다.

옛날에 우리말이 표준어만 있었다면 그들의 주장이 맞을 수 있다. 우리 사전에 ‘도리다’라는 말은 엄연히 사전에 등재돼 있는 순수한 말이며 우리나라 고전 19세기 음식문헌에도 음식을 만들 때 ‘도리다’라는 과정의 표현이 많이 눈에 띤다. 즉 도리다는 우리 음식을 만드는 과정 중 하나다. 여기서 ‘도리다’에서 도리어 안으로 끓어드리어 가져오면 즉 ‘도리내다’ 또는 ‘도려내다’이고 도리어 바깥으로 쳐내면 ‘도리치다’인데 이러한 우리말의 구조를 잊어버리고 단순 국어사전에 없다고 하여 ‘우리말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옳은 말이 아니며 학자들이 쉽게 우를 범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는 많다. ‘받다’라는 사전적 동사에 받아 가져오면 ‘받아내다’가 되고 이를 쳐내면 ‘받아치다’가 된다. 만일 ‘받아치다’가 사전에 없다고 해서 ‘받아치다’를 우리 조상이 쓰는 말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국어사전이 모든 진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국립국어원도 사투리건 표준어이건 사라져가는 우리말 발굴에 더 집중 연구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 다른 야인 학자는 닭도리탕이 일본말이라고 주장한다. ‘도리’ 또는 ‘니와도리’는 우리말 ‘닭’을 표현하는 일본말이므로 ‘닭도리탕’은 원래 ‘닭탕’이라고 해야 하는데, ‘도리탕’으로 부르고 더 나아가서 ‘도리’가 일본말 닭인 줄 모르고 ‘닭’을 앞에 하나 더 붙였다는 주장이다.

이는 배운 사람들의 현란한 어휘 장난이라고 본다. 언제는 ‘도리’가 ‘새’라서 ‘닭새탕’이어야 하는데 유식한 채하기 위하여 일본말을 넣어 ‘닭도리탕’이라고 하였다가, 논리적인 근거가 부족하자 ‘도리’를 닭으로만 둔갑시켜 ‘닭탕’이라는 우리말을 일본말로 ‘도리탕’이 됐다 한다. 이렇게 닭도리탕이 단순한 닭탕이었으면 해동죽지(海東竹枝)에 굳이 계확(鷄臛)이라고 쓰지 도리탕이라는 우리말 소리 이름을 살리려고 도리탕(桃李湯)이라고 표현했을까(해동죽지에는 도리탕이 닭국의 일종이라고 표현돼 있다, 此是鷄?). 즉 해동죽지의 표현은 ‘도리’가 순수 우리말이라는 반증이다. 그리고 해동죽지의 표현은 닭도리탕은 단순한 닭탕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닭으로 만든 국이나 탕의 종류가 다양하다. 물론 닭도리탕이 처음 만든 닭탕이나 닭국이 아니다. 통칭인 닭탕으로 부른다고 다른 것과 구분되지 않는다. 당연히 구분하여 부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하나 많은 사람들이 인정했듯이 닭도리탕은 일제시대에 처음 만들어 먹었던 것이 아니다. 만일 일제강점기에 처음 먹었던 음식이면 일본 말이 들어가 이름이 붙여질 개연성이 있지만 그 이전 수십 수백년 전부터 먹어온 음식이다. 식료찬요(食療纂要)의 기록을 보면 우리 조상들이 닭도리탕이나 꿩도리탕을 즐겨 먹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닭도리탕은 언어학적으로 풀 것이 아니라 실용적으로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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