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표시 확대를 할 수 없는 이유
GMO 표시 확대를 할 수 없는 이유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7.04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 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을 원료로 사용한 식품의 표시 확대를 요구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GMO 반대운동을 주도하던 사람이 GMO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시장 선거에 나온 경우도 최근에 있었다. GMO가 정치이슈화가 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년 전 미국을 중심으로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GM콩과 병충해에 저항성을 가진 GM옥수수가 상용화된 이래 유전자변형작물의 재배가 비약적으로 늘어 2014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생산되는 콩의 79%, 면화의 70%, 옥수수의 32%, 카놀라의 24%가 GMO이며 세계 전체 경작지의 12%에서 GMO가 재배되고 있다. 또한 세계 최대 곡물수출국인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과 옥수수의 90% 이상이 GMO다. 미국 국민은 지난 20년간 이들 작물을 아무런 표시 없이 먹고 있지만 한 건의 부작용 사례도 보고된바 없다.

지난 5월 미국 과학한림원, 공학한림원, 의학한림원이 공동으로 360여 쪽에 달하는 ‘유전자변형작물: 경험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GM식품은 안전하고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일부 GMO 반대자들이 주장하는 GMO와 암, 비만, 신장병, 자폐증, 알러지 유발 등의 인체영향은 과학적인 증거가 없음을 확인했다. 이 보고서는 그동안 세계 여러 과학자단체와 유럽연합위원회까지도 GMO의 안전성을 확인한 보고서들을 발표한 것을 소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GMO의 안전성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그 사용이 보편화되고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에서 유독 이 문제가 정치이슈화 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일부 GMO 반대자들이 소비자의 알권리를 주장하며 현실적으로 관리당국이 규제할 수 없는 사항을 규제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시판되는 GM식품 중 제품에 외래 유전자나 그로 인한 단백질이 존재하지 않는 식용유나 간장은 표시하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들 GM유전자 흔적이 남지 않는 제품은 일반 제품과 전혀 차이가 없어 현재 어떠한 분석방법으로도 GM식품 진위를 판별할 수 없다. 관리당국이 객관적인 검증방법이 없는 사항을 표시하라고 규제할 수는 없다. 이것이 정치적인 결정으로 인해 강제 표시하게 되면 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커다란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

원재료의 구매기록으로 이력추적에 의한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외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철저한 이력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국내 기업만 피해보는 결과를 낳게 된다.

무엇보다도 현재 국내 대부분의 식용유와 간장이 GM콩과 옥수수로 만들어지는데 식용유와 간장이 들어가지 않는 식품이 거의 없으므로 표시제도를 확대하면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GMO표시가 붙게 된다.

그동안 일부 GMO 반대론자들의 비과학적이고 무책임한 흑색선전으로 국민의 GMO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돼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GMO 표시가 붙으면 ‘먹을 게 없다’는 소비자들의 아우성으로 광우병 대란보다 더 무서운 사회적 동요가 일어날 것이다. GM식품 표시문제를 소비자의 알권리 수준에서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이유다. 식량의 대부분을 수입해 먹고 있는 한국인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기도 하다.

세계는 지금 식량부족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돈만 있으면 필요한 식량을 무제한 수입해 먹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량 수출국이던 중국이 경제성장으로 동물성식품 소비가 폭증해 세계 곡물시장에 나오는 콩 8천만t 중에서 6천만t을 수입해 가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우리처럼 잘 먹기 시작하면 세계 시장에 나오는 곡물을 싹쓸이 해가도 모자라게 된다. 머지않아 세계 시장에 나오는 곡물의 대부분이 GMO가 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우리만 GMO를 먹지 않겠다고 하면 수입할 식량이 없다. 우리 정부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서둘러 GMO의 안전성과 유용성을 국민에게 교육하고 홍보해야 이 식량위기를 넘길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