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ICT 만나 ‘푸드테크’로 진화
푸드, ICT 만나 ‘푸드테크’로 진화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6.07.0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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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부터 음식물 폐기까지 푸드 밸류 체인화

FOOD(음식)와 TECHNOLOGY(기술)의 합성어인 푸드테크(Foodtech)는 이제 더 새로운 단어만은 아니다. 일상에서 친숙한 배달 어플리케이션도 푸드테크 분야다. 가까이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음식 주문부터 멀게는 3D푸드프린터를 이용한 음식 조리, 드론을 이용한 배달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른다.

‘스마트 농업, 미래 농업의 대안’

푸드프린터와 드론 배달이 실생활에서 사용되기까지는 많은 기술적, 제도적 과제가 남아 있어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ICT의 빠른 발전과 핀테크 활용 등 산업간 융·복합이 활발해지면서 푸드테크는 식재 생산부터 가공, 유통, 소비, 폐기물처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푸드테크를 통한 식재·음식의 생산~폐기를 아우르는 일련의 과정을 ‘푸드 밸류 체인(Food Value Chain)’이라고 부른다. 품질 좋은 종자를 골라 원격 제어가 가능한 식물공장에서 안전하게 재배한 식재를 3D푸드프린터가 레시피에 맞춰 조리한다.

고객은 다양한 외식 정보 앱 등을 통해 맛이 좋은 업소, 혹은 분위기가 좋은 업소를 선택해 예약하거나 음식을 주문한다. 음식은 전문 배달 업체가 신속·정확·신선하게 전달해준다. 남은 음식물은 폐기물처리시스템을 통해 가축의 사료나 농작물의 비료로 재활용 된다.

이같은 푸드 밸류 체인은 현재 상용화된 부분도 있지만 아직 시작 단계에 있는 영역도 많아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푸드 밸류 체인은 기술과 융복합의 발전에 따라 앞으로 소비자 식생활에 깊숙이 파고들 전망이다.

인성테크, 업소에서 재배 가능한 식물농장 선보여

농업에 ICT를 융복합한 ‘스마트팜’은 미래 대안 농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팜을 미래성장산업으로 보고 R&D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올해만 약 200억 원의 R&D 예산을 쏟아 붓는다. 스마트팜은 ICT를 이용, 생산에 미치는 요소에 대한 예측 분석을 통해 생산성은 늘리고 비용은 줄이고 있다. 수확 후 작물은 나노 분광센서를 이용해 과일에서 반사되는 빛만으로도 신선도를 측정할 수도 있다.

지난 4월에 열린 2016년 7회 국제외식산업식자재박람회에서 인성테크는 외식업소에서도 재배할 수 있는 스마트농장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인성테크가 선보인 식물농장은 자연광을 대신하는 LED와 양액, 에어컨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해 채소, 허브, 과채 등을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외식업소의 규모에 맞춘 크기의 식물공장을 설치할 수 있어 작물 재배는 물론 전시 효과도 낼 수 있도록 했다. 지난 4월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인성테크가 제작한 경북 안동 바이오웍스 식물 공장을 찾아 높은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진짜? 가짜? 대체 식품이라 불러다오

푸드테크는 인공식품 제조에도 쓰여 다양한 식품의 세계를 열어주고 있다. 지난 2014년 중화권 최고 부자 리자청 홍콩 창장그룹 회장이 인공달걀을 만들어낸 미국의 식품공학업체에 2300만 달러를 투자해 화제가 됐다.

투자 받은 업체인 햄톤크릭우드는 10여 가지 단백질을 이용해 달걀과 맛과 향이 똑같은 ‘비욘드에그’ 파우더를 개발해 마요네즈까지 만들었다. 인공 달걀은 부정적 의미의 ‘가짜달걀’이 아닌 먹을 수 있게 제조된 식품이다. 이같은 인공식품은 ‘뉴푸드’로 각광받고 있다. 가짜 고기로 만든 햄버거와 가짜 달걀로 만든 마요네즈, 분말을 탄 물 한 잔이면 요기가 되는 식사 대용식 등이 있다.

미국 임파서블 푸드는 피 맛까지 살려낸 가짜 패티를 개발해 지속적인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구글은 임파서블 푸드를 2~3억 달러에 인수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한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회사인 이그니스는 식사 대용 식품 ‘랩노쉬’를 지난해 11월 출시했다.

랩노쉬는 한국영양학회 영양 섭취 기준량을 바탕으로 영양소 균형을 맞추고 섭취를 아주 간편하게 만들었다. 제품 출시 후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는 “잦은 야근을 하는 직장인, 1인 가구, 맞벌이 부부 등 식사를 제때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위해 개발했다”며 “기대보다 매출이 높게 나오는 등 시장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그니스는 형상과 맛, 기호 등을 다양화한 후속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향후 중국과 아시아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목표다.

3D푸드프린터가 만드는 케이크

푸드테크의 최첨단은 3D푸드프린터와 로봇 조리다. 아직 기술적으로 초보적인 수준이어서 상용화하기에는 갈 길이 멀지만 기술 개발이 진전되면 산업 전반에 엄청난 파급을 줄 수 있다.

푸드프린터는 재료를 혼합해 프로그램에 따라 음식을 만들어 낸다. 미국 3D시스템즈는 설탕을 정교한 모양의 사탕으로 만드는 셰프젯을 개발했다. 또 허쉬사와 공동으로 초콜릿 프린터 코코젯도 제조했다.

국내에는 ㈜로킷(Rokit)이 대표적이다. 로킷은 데스크탑 3D 프린터 제조사로 지난 7회 식자재박람회에서 초코스케치, 에디슨 멀티(FDM) 두 가지 제품을 공개하며 푸드프린팅 기술을 선보였다.

초코스케치는 초콜릿으로 3차원의 형상을 구현하는 데스크 탑용 3D프린터로 다크, 밀크, 화이트 등 세 가지 맛의 초코 카트리지를 이용해 나만의 초콜릿을 만들 수 있다. 지난해 열린 ‘대한민국 식품대전’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이 만든 로봇 ‘씨로스’가 공개됐다. 씨로스는 오이나 무 등 채소를 썰고 샐러드 만드는 모습을 연출했다. 

지난해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영국 로봇업체 몰리 로보틱스는 ‘로보틱 키친’을 선보였다. 내년 상용화 예정인 이 로봇은 조리대에 붙어있는 2개의 팔 형태로 20개의 모터와 24개의 관절, 129개의 센서를 이용해 조리한다. 스마트폰이나 터치스크린을 통해 로봇 키친에 등록된 요리 플랫폼에서 레시피를 선택하면 된다. 스웨덴 가구 업체 이케아는 IT를 결합한 콘셉트 키친을 선보였다.

배달 앱, 외식 풍속도 바꿔

현재 푸드테크가 가장 활성화된 분야는 외식이다. 배달 음식 검색과 주문은 물론 이른바 ‘맛집’에 대한 정보제공·예약도 할 수 있다. 기존엔 배달이 어렵던 유명 셰프 업소의 메뉴도 안방에서 먹을 수 있고 국과 밑반찬도 집 앞까지 전달된다.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규모를 키웠다. 시장이 커지자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외식 푸드테크 분야의 대표 주자는 음식 배달앱이다. 기존 전단지나 업소 소개 책자를 보고 전화로 주문하는 방식에서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으로 업소 검색·주문·결제까지 한 번에 해결하게 됐다.

치킨과 피자, 족발, 중국요리, 떡볶이 등 웬만한 외식업소에는 필수사항이 됐다. 국내에 푸드테크란 용어를 확산시킨 곳도 배달 중개 앱인 ‘배달의민족’이다. 현재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 등이 주도하고 있다.

이밖에 기존에 음식 배달을 하지 않던 업소의 주문·배달을 대행해 주면서 업소와 고객의 만족도도 함께 높여가고 있다. 또 1인가구, 맞벌이 가구의 증가 등 변화는 생활 스타일에 따라 HMR과 반찬 등을 배송하는 서비스도 증가하고 있다.

맛집 정보 빅데이터로 과학화

맛집 정보 제공은 단순 추천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과학적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존 블로그나 SNS 상의 맛집 추천과 정보가 광고 성격을 많이 띄자 방대한 양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첫 선을 보인 ‘테이스트로그’는 사용자가 직접 작성한 기록을 바탕으로 공정성을 높여가고 있다. 서비스 시작 이후 6월말 현재 8만 건의 기록을 돌파했다. 지난달 말에는 ‘꼭 가봐야 할 서울 시내 와인바 TOP 12’를 선정해 발표했다.

테이스트로그 관계자는 “실제 사용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수치화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였다”며 “업소 분야별, 지역별 등 정보도 세분화해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부분 스타트업인 푸드테크 업체에 많은 관심과 돈이 몰리고 있다. 영국 음식 배달 업체 딜리버루에는 2014년과 지난해 약 1억 달러의 투자금이 몰렸고 중국 식료품 배송 업체 유미왕은 2014년 미국 아마존으로부터 2천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배달의민족과 배민프레시 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4년 골드만삭스에게서 500억 원, 지난 4월 힐하우스캐피탈그룹으로부터 약 57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한 외식경영 연구자는 “푸드 밸류 체인 가운데 아직까지는 판매와 소비 단계의 푸드테크 개발 및 활용이 중심이 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선진국의 푸드테크 시장 현황을 보면 국내도 푸드 밸류 체인상의 전 단계에 걸친 개발 및 활용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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