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와 음지 공존하는 ‘사모펀드 외식 M&A’
양지와 음지 공존하는 ‘사모펀드 외식 M&A’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6.07.0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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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활성화 vs 단기차익 주력 '치고 빠지기' 부작용

M&A시장은 해당 기업의 경영실적 호전에 따른 중단기 경기활성화라는 양지와 단기 차익에 주력하는 사모펀드 등의 ‘치고 빠지기’가 이어지면서 관련 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이 어려워진다는 음지가 공존한다.

특히 외식업체는 경영합리화 등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큰 차익을 얻고 재매각할 수 있어 사모펀드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본격적으로 산업화되기 시작한 국내 외식업계는 글로벌 사모펀드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모펀드가 주축을 이루는 국내 외식업계의 M&A 현황과 순기능 및 역기능을 살펴본다.

지난 5일 서울경제신문은 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 국내 주요기업 61곳을 대상으로 ‘2016년 하반기 기업경영 전망 및 기업투자지수’를 설문 조사한 결과 올 하반기 기업의 투자와 인수합병(M&A)이 모두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내수침체에 따른 경기 하강세가 계속되면서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다. 조사에 응한 기업들은 하반기 가장 우선순위를 두는 분야에 대해 53.3%가 ‘수익성 향상’이라고 답했다. ‘비상경영체제 유지(21.7%)’가 두 번째였고 ‘투자 증가(1.7%)’와 ‘M&A 등 신사업 진출(1.7%)’을 고른 기업은 거의 없었다.

이처럼 기업들의 투자와 신사업 진출이 위축되면서 외식기업 M&A는 사모펀드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CJ그룹은 최근 공시를 통해 최근 M&A시장에 나온 한국맥도날드 인수의향을 밝혔으나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CJ그룹의 한국맥도날드 인수에 전면 배치될 공산이 큰 CJ푸드빌 관계자도 “새로운 사업에 대한 검토는 상시적인 업무 가운데 하나”라며 “현 단계에서는 더 말할 게 없다”고 전했다.

맥도날드는 중국법인을 한국맥도날드와 묶어 M&A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한중맥도날드의 패키지 매각가는 4조 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는 국내 대기업에도 버거운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국의 대기업이 나서지 않을 경우 결국 사모펀드 손으로 넘어가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침체에도 사모펀드 외식 브랜드 M&A 활발

우리나라에서 굵직한 외식 브랜드의 인수합병이 지속되는 이유는 사모펀드의 ‘입질’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영계에는 ‘경기가 어려우면 기업이 유동성에 압박을 받게 되고 경영 주도권은 금융자본에 넘어 간다’는 말이 있다. 사모펀드는 여기서 말한 금융자본을 대표한다.

사모펀드의 사전적 의미는 공모펀드와는 반대개념으로 공동의 목적을 가진 특정 개인이나 기관자금을 따로 모아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공모펀드는 펀드규모의 10% 이상을 한 종목에 투자할 수 없으나 사모펀드는 이러한 제한이 없어 이익이 발생할 만한 어떠한 투자대상에도 100% 투자할 수 있다.

특히 M&A 전용 사모펀드란 경영권 확보를 포함한 인수ㆍ합병을 주된 목적으로 소수의 투자자들이 공동으로 자금을 조성해 만든 사설 펀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1년 3월 증권투자회사법의 개정으로 M&A 사모펀드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여기다 M&A 사모펀드의 의결권 제한을 폐지하면서 적대적 M&A까지 가능한 M&A 사모펀드가 만들어졌다.

사모펀드는 이미 버거킹과 KFC의 인수와 재매각 등을 통해 상당한 차익을 얻었다. 사모펀드인 VIG파트너스는 지난 2012년 두산그룹으로부터 버거킹을 1천억 원에 인수한 뒤 지난 2월 홍콩계 PEF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2100억 원을 받고 재매각했다.

5년만에 100% 이상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KFC도 지난 2014년 8월 두산그룹이 매각에 나서면서 피털 파트너스에 1000억 원에 팔렸다.

지속경영 못하는 사모펀드의 한계는?

사모펀드는 인수기업 가치를 높여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수익은 소수의 투자자들에게 배분한다. 이같은 방식은 기업끼리 진행하는 M&A와 성격을 달리한다. 기업 간 M&A는 기업 몸집을 키워 사업동력을 강화하거나 인수한 기업의 전문성, 기술 등을 확보해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된다.

우호적 M&A는 물론 적대적 M&A도 목적은 기업경영의 활성화에 있다. 반면 사모펀드의 M&A는 투자 성과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인수기업의 단기간 성장으로 몸집을 키운 뒤 차익을 챙겨 손을 떼는 방식이다. 이같은 태생적 한계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 등 기업성장 플랜이 없다는 한계를 노출한다.

또 사모펀드 계열 기업은 사회공헌 활동 등에도 인색한 편이다. 대부분 외국계 사모펀드인데다 장기적 비전을 내세우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기여를 통해 기업이미지를 높이는 데는 관심이 없다. 경영주체가 바뀌면서 기업 구성원들의 입지도 약화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약한 외국계 기업 중에서도 사모펀드가 경영하는 M&A 기업은 임직원의 소속감이 약할 수밖에 없다.

과거 사모펀드가 인수한 국내 외식기업에서 중소 외식브랜드로 자리를 옮긴 K모씨는 “회사의 목적이 단기차익을 얻는데 맞춰지면서 한국식 가족형 경영 방식은 발을 붙이지 못했다”며 “이같은 방식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기업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매도차익 노린 외식업계 군소 M&A의 허와 실

사모펀드가 나서는 굵직한 M&A 외에 중소업체의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정부는 우호적 M&A에 따른 경기활성하에 주목하고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 업체들에 대한 투자와 M&A가 주목받고 있다.

외식업계도 유망한 중소 브랜드를 전문적으로 사들이는 수백억 원 단위의 소규모 M&A가 진행되고 있다. 일부 사업자는 초기 투자에 집중해 브랜드를 알린 뒤 M&A시장에 내놓고 투자금의 몇 배에 달하는 수익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최근 외국계 사모펀드에서 인수한 고기구이 전문점 B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같은 사례는 외식업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식브랜드를 구축해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기업가 정신을 갖추지 못한 ‘장사꾼’이 시장을 어지럽힌다는 것이다. 특히 ‘문화’의 영역에 가까운 외식업이 M&A 시장에 휩쓸리면서 중장기 비전까지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맹점 100여 개 규모의 외식프랜차이즈를 경영하는 K모 대표는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끊임없는 매각 요구에 시달린다”며 “간혹 유혹을 받기도 하지만 외식사업의 전문 경영인으로서 장기적인 비전이 있기 때문에 단호하게 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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