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막걸리 우리 발효종균으로 담근다!’
‘우리 막걸리 우리 발효종균으로 담근다!’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6.07.08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진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 우수 생성균 4종 발굴 쾌거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은 스마트팜 등 농업기술개발 및 보급, 농촌의 6차산업화 추진, 바이오 융합 신성장동력 창출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같은 사업을 뒷받침할 연구개발 또한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 4월 농진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그동안 수입에 의존했던 발효종균 발굴에 성공해 우리 술인 막걸리의 고급화는 물론, 종균 수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것이다. 이번 발효종균 발굴은 이제야 명실상부한 토종 술 막걸리를 마실 수 있도록 만든 쾌거로 평가된다.

지난 1일 서울 ‘한국의 집’에서 막걸리 유랑단 행사가 열렸다. 지난 5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열린 막걸리 대중화를 위한 행사다. 첫 행사는 이미 지난 3년 전부터 열리기 시작했다. 막걸리 유랑단은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과 전국 주요 전통시장 및 관광지를 방문해 막걸리를 주제로 진행하는 ‘막걸리 토크쇼’다.

올해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대만 등 막걸리 주요 수출 국가에서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5월에는 록그룹 부활과 함께 막걸리 홍보 음원(막걸리 드림)을 제작하고 무료로 공유하기도 했다. 당시 행사 현장에서는 ‘막걸리 드림’을 공개하는 미니 콘서트를 개최해 방문객들이 음악과 막걸리에 취하는 축제를 즐겼다.

한국의 집에서 열린 막걸리 유랑단 행사에서는 최근 영화 ‘사냥’으로 주목받고 있는 배우 안성기와 제작자 김한민 감독, 한류 전도사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막걸리 토크쇼를 진행했다. 이날 제공된 막걸리는 2015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수상제품과 서울·경기 지역 막걸리 등이었다.

일본산 백국균 의존해온 막걸리 제조

▲ 여수환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식품과 연구사(오른쪽)가 최근 발굴한 발효종균으로 술을 빚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제공

막걸리는 이와 같이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민족 고유의 술이다. 한류와 함께 일본 등에 대한 수출도 활발하다. 막걸리 전문 주점 등이 속속 등장하면서 청년층의 소비도 예전보다 늘었다.

하지만 막걸리를 담글 때 필수요소인 발효종균은 우리 것이 아닌 수입산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것도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들어온 종균인 백국균(아스퍼길러스 루츄엔시스)과 수입산 효모가 대부분이다. 백국균은 균일한 맛을 낼 수 있고, 술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수입산 효모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백국균은 한가지 곰팡이만 쌀에 배양시켜 만든 발효제로 다양한 풍미를 낼 수 없다. 막걸리가 우리 고유의 술이라는 정체성에 금이 간 셈이다. 그럼에도 막걸리 수요가 늘면서 이러한 외국산 종균 수입도 늘었다. 지난 2000년 1477만 달러였던 고체종균 수출입액이 2013년에는 2305만 달러로 1.6배 증가했다. 지금까지 남의 나라 종균으로 술을 빚어 우리 문화의 상징인 양 마셔온 셈이다.

이러한 불합리성을 개선하고자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이 나섰다. 농진청은 수입에 의존해오던 종균을 발굴해 자원화하는 사업에 착수, 지난 4월 첫 결실을 맺었다. 농진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의 여수환 발효식품과 연구사가 시판 누룩에서 당화·산 생성 능력이 우수한 고향기 생성균 4종을 발굴한 것이다.

이들 생성균 4종은 곰팡이 독소 아플라톡신을 생산하지 않는 안전 균주인데다 당화력 및 향기생성능력이 기존 종균에 비해 2배 이상 크다. 주류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종균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시판 종균도 외국에 비해 품질이 낮은 제품이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낸 쾌거라고 평가한다.

6차산업화에도 한걸음 다가서

특히 발효종균 원천기술이 확보되면서 종균 대량생산이 가능해 농산업경영체의 가공기술 향상은 물론 이를 통해 경쟁력 또한 크게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또 이번에 발굴된 발효종균의 보존기간이 기존 수입 제품에 비해 3~10배 이상 길어 현장에서의 이용도 쉬워졌다.

우수한 발효종균의 국산화로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6차산업화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막걸리 생산업체 중 절반 이상은 연매출 1억 원이 채 되지 않는 영세업체로 종균이 아닌 전통(재래) 누룩을 이용해 막걸리를 제조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부산의 금정산성 막걸리는 맛과 향이 뛰어나지만 전통 누룩 사용에 의존, 수요를 따르지 못할 정도로 생산량이 적은 편이다. 또 일부 막걸리제조업체는 품질이 균일하지 못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여 연구사는 “지난해 농가형 발효식품 제조실태 조사를 위해 경남의 한 농산업체를 방문해 살펴본 결과 막걸리 발효과정 중에 생긴 해로운 미생물을 유용 발효종균으로 알고 막걸리를 제조하고 있었다”며 “알코올을 만들지 않고 달콤한 향기만 뿜어내는 종균 미사용(누룩만 사용)의 문제점을 깨닫지 못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결국 막걸리 고유의 향과 맛을 담아내지 못하고 ‘막걸리는 맛이 없다’는 소비자들의 오해만 불러일으키게 된다. 막걸리 제조·판매를 통한 농가수익 증대의 꿈도 이루기 어렵다. 잘못된 종균 사용으로 6차산업화의 길이 막혀버린 셈이다.

여 연구사는 “이번에 막걸리에 적합한 종균을 발굴해 소규모 업체들이 균일한 품질과 안전한 막걸리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향과 산 생성능력, 당화력이 뛰어난 막걸리용 곰팡이 및 효모 종균을 사용해 프리미엄 막걸리를 생산하면 새로운 소득원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풍부한 과일 향 내는 발효종균

이번에 여 연구사가 막걸리용으로 개발한 곰팡이 종균은 독소(아플라톡신)가 생성되지 않는 안전한 균주로 산 생성능력과 당화력이 높다. 특히 발효종균 보존 기간이 수입종균에 비해 3~10배나 길어 국내 막걸리 제조업체에 보급하는데 유리하다.

또 효모 종균은 생육도와 알코올 생성능력이 높고 풍부한 과일 향을 내는 등 술맛을 내는데도 적합하다. 농진청은 이번에 발굴한 종균은 고알코올 내성균주로 종균제조의 안정성과 위해(危害) 미생물 억제력이 뛰어난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밖에 종균 발효장치도 국산화돼 안정적인 종균제조가 가능해졌다.

종균 발효장치가 국산화되면서 고체종균은 3분의 1, 액체종균은 10분의 1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질 전망이다. 이를 활용할 경우 발효장치의 국산화를 통한 기업형 대량생산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농진청은 앞으로 종균 수입국에서 수출 주도국에 진입하면서 생물자원의 주권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막걸리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내놓은 발효종균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따르면 생산유발효과만 23억7400만 원에 이른다. 또 나고야의정서가 비준되면 5천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종균 로열티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수입대체 효과 200여억 원 기대

농진청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약 40%의 수입종균을 대체해 200여억 원의 수입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막걸리를 제조하는 농산업체의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수입 종균 가격이 1㎏당 21만 원선인 데 비해 토착 발효종균은 2만5천 원대로 1/10 가까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농진청은 이번 국산 발효종균의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발효종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국립농업과학원은 이를 위해 중국 시장에서 일본 종균업체와 경쟁하기 위한 국외적응 시험을 올해 진행할 계획이다.

여 연구사는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나고야의정서 같은 국제협약들이 잇따라 체결되면서 우리의 토착 자원 개발·발굴과 자원화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발효종균 연구개발을 지속해 종균 수입국에서 수출 주도국으로 진입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인 브랜드 육성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