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영 고집이 부른 학교 부실급식 두고만 볼 것인가?
직영 고집이 부른 학교 부실급식 두고만 볼 것인가?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7.0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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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뜨겁게 달군 대전 봉산초등학교의 급식 사진을 보면 과연 성장하는 어린이들에게 먹일 수 있는 음식인지 의심스럽다. 스테인리스 식판에 한 움큼이나 될까 싶은 우동과 단무지 한쪽, 꼬치 하나, 후식으로 수박 한 조각이 전부다.

또 다른 급식은 누군가 먹다 남긴 듯 한 밥과 소고기 무국에 서너조각의 깍두기, 감자 1개와 작은 멸치볶음 서너 마리, 스파게티로 보이는 푸석한 면이 고작이다. 부실한 급식뿐만이 아니다. 위생관리 역시 형편없었다. 한 달간 이물질 검출 빈도가 무려 71%나 됐다는 것이다.

10번을 조사하면 7번이 넘게 이물질이 나왔다는 결론이다. 이물질 종류도 다양했다. 머리카락, 철 수세미, 돌, 벌레 등이 나왔고 이로 인해 아이들은 복통과 장염에 자주 시달렸다고 한다.

교내 급식시설과 조리기구 등에서는 기준치를 웃도는 세균이 검출됐고 심지어 배식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하면 “주는 대로 쳐 먹으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밖에 영양사와 조리원의 갈등이 심해 학생들의 급식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말도 들려온다.

이런 부실한 급식이 1년 이상 지속돼 왔다니 이 역시 놀라울 뿐이다. SNS에 올린 급식사진을 보고 경악하지 않을 부모는 없을게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이런 형편없는 급식을 먹고 있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해당 학교 학부모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아이들이 단순한 음식 투정을 하는 줄 알았는데 실체를 알고 보니 어처구니가 없었다는 학부모도 있다.

고교 급식단가로 일반음식점 8천 원짜리 가능

강원도 춘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감자탕에는 뼈다귀 한 개뿐이었으며 삼계탕에는 닭은 없고 닭다리 뼈만 있다’ ‘양이 너무 적어 먹고 나면 배가 고프다’는 대자보를 교내에 붙인 사실이 알려지는 등 최근 부실한 학교급식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대전 봉산초등학교의 급식단가는 2300원, 춘천 고등학교의 급식비는 3300~3500원이라는데 이정도의 급식이 나온다니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급식단가가 2300원이라면 일반 식당에서 6천 원 상당의 음식이, 3500원이라면 8천 원 상당의 음식이 제공돼야 한다.

편의점에서 파는 3500원 상당의 도시락도 성인들이 먹을 만해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지금의 부실한 급식은 이미 위탁급식에서 직영급식으로 전환할 당시부터 예견된 일이다. 지난 2006년 정부가 식중독 사고방지 등 학교급식의 위생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직영급식을 추진해 2010년부터 전면직영으로 전환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따라 2015년 기준 전국 1만1619개 초·중·고교 중 98%인 1만1385개교가 직영급식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학교급식에서 식중독 사건은 매년 증가추세인데다 직영급식체제에서 벌어지는 온갖 비리가 속출하고 있다.

학교 위탁급식 허용 미룰 일 아니다

반면 위탁급식은 직영급식과는 달리 식재료의 구매와 관리는 물론이고 메뉴 운영, 조리 관리, 위생 및 안전관리, 인력관리 및 각종 업무에 대한 책임소재, 시설물의 관리와 직원들의 서비스 관리·교육 등 전문기업으로서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에도 직영과 위탁이 공존하는 시스템으로 학교급식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우리나라만 직영을 고집하고 있다.(본보 제932호. 2016년 6월 7일자 6~7면 참조) 

가깝게는 대전 봉산초등학교의 부실한 급식에서부터 멀게는 서울 충암고 급식 비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직영급식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정부는 직영급식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위탁급식을 허용, 각 학교의 형편에 따라 직영과 위탁급식을 자유롭게 시행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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