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의 햄릿 증후군(Hamlet Syndrome) 대처법
외식업계의 햄릿 증후군(Hamlet Syndrome) 대처법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7.1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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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여러 선택의 갈림길에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뒤로 미루거나 타인에게 결정을 맡겨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생활 습관들이 현대사회에 와서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선택 장애 또는 결정 장애라고까지 부른다. 단순히 불편한 생활 습관에서 자칫 심각한 증후군으로 시달리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햄릿 증후군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에서 나오는 유명한 대사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와 같이 주인공 햄릿이 결정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데에서 착안한 신조어다. 단기간에 고도산업화 과정을 거친 현대사회에서 두드러지는 개인적인 성향과 자아 정체성의 상실, 부모의 선택과 결정에 의존하는 수동적인 유년기의 경험이나 스마트시대를 맞이하며 생겨난 과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이 결정하지 못하고 미루거나 제3자의 의견을 좇아 따라하는 시대적 변화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외식산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자장이냐 짬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농담도 현실에서는 수긍이 갈 정도로 메뉴 선택에서 애를 먹는다. 그래서 햄릿증후군을 외식산업에서는 ‘아무거나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직장인들 점심 메뉴에 뭘 먹을까하는 고민이나 주부들이 저녁메뉴 뭘 만들까하는 고민이나 어쩌면 인류에게 가장 오래되고 풀리지 않는 선택의 고민이 바로 뭘 먹지?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고민만큼이나 많은 대답이 바로 ‘아무거나’다. 뭘 먹을까하고 물어보는 사람이나 아무거나 라고 대답하는 사람이나 피차 선택을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셈이다. 요즘에는 맛이 있건 없던 간에 밥 사주는 사람보다 메뉴를 정해주는 사람이 더 멋진 사람이라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이다.   

사실 소비자가 상품에 대한 선택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상품에 대한 필요성이 모호하거나 기대치를 가늠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즉 중국음식점에 와서 자장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고민하고 선택을 하지 못한다는 말은 배가 고프지 않거나 혹은 자장과 짬뽕의 맛에 대해 기대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 상태의 손님이 결국 ‘아무거나’를 선택해서 식사를 했다면 그 식사에 대한 만족도는 과연 어땠을지 짐작이 가는 상황이다. 식욕이 없는 손님을 억지로 배고프게 만들 수는 없겠지만 먹음직한 옆 테이블의 음식이나 주방에서 솔솔 풍기는 음식냄새와 달그락 달그락 조리하는 소리 등으로도 식욕은 되살아날 수 있다. 식욕이 문제가 아니라면 테이블이나 벽 등에 게시된 판촉 메뉴 등을 통해서도 특정 메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
스마트사회가 돼가면서 이제 소비자들은 점점 더 선택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소비자의 요구와 욕구를 기초로 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더 이상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도 모르게 되는 세상에서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기업에게 있어 큰 손실이 될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이 이미 산업계에서는 햄릿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상품은 물론 정보까지 맞춤형으로 모아주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복합형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선택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서비스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건들을 충족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오히려 소비자의 더 큰 불만을 야기하는 싸구려 상술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외식산업에서의 성공적인 큐레이션 서비스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확보돼야 한다. 외식서비스에 대한 만족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유동적인 체험적 변수들을 충족시켜야하기 때문에 그만큼 세심한 전문성을 요구한다.

또한 소비자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수익성을 우선하기 보다 소비자 입장에서의 가치 충족이 선행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로 하여금 외식소비에 대한 필요와 욕구가 생기도록 진솔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소비자와의 신뢰는 진정성에서부터 싹트기 시작하며 진솔한 소비욕구는 선택의 결과에 대한 만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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