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유통가의 ‘영역별 컨버전스’
소비 유통가의 ‘영역별 컨버전스’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8.1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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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경기대 관광전문대학원 교수·(사)한국식생활교육학회 회장
▲ 김기영 경기대 관광전문대학원 교수·(사)한국식생활교육학회 회장

1997년 국가 최대위기였던 IMF를 겪으면서 ‘가격 파괴’라는 움직임이 소비 유통가를 거세게 뒤덮은 적이 있다. 말 그대로 소비시장은 혹한의 한파를 맞았다. 그러다 점차 국내경기가 회복되면서 많은 기업들은 앞다퉈 상품의 다양성과 품질의 우수성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했다.

소비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됐다 싶더니 국제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부딪쳤다. 국내기업들은 정체된 경제영역을 돌파하지 못하고 장기간의 경기침체 늪에 빠져 오늘날까지도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래전 조용호의 저서 ‘당신이 알던 모든 경제가 사라진다’에 담고 있는 ‘경계 허물기’가 요즘 같은 시장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생산과 유통섹터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소비자들의 기호에 바싹 다가선 유통 혁신이 우리 사회 곳곳에 시그널처럼 나타나고 있다.

설사 중간 유통업자나 대형 마트가 모두 사라진다 해도 굳건히 경제 주체로서 그 경계를 유지할 양대 버팀목이 바로 생산자와 소비자다. 이처럼 양대 카테고리 안에서 동시다발적인 블러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즉 유통가의 영역별 컨버전스 현상이 현실적으로 소비 유통가를 흔들고 있다. 

수퍼마켓에서 홈쇼핑의 대표 상품 중의 하나인 안마의자를 렌탈 판매에 나서고, 홈쇼핑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처럼 다양한 장르의 문화강좌를 마련하고 있다. 메이저급 백화점은 패션장에서만 볼 수 있는 거리패션 기획전을 여는 등 최근 들어 소비 유통업체간 영역 허물기 현상이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더 나아가 마케팅 벽까지 허물어지고 있다. 

한편 인터넷의 대중화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정보기술(IT) 기기 확산으로 모바일 쇼핑까지 붐이 일자 온・오프라인 소비 유통업체들마다 이종(異種)결합을 통한 새로운 전자상거래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닷컴을 비롯한 국내 굴지의 백화점들이 계열별 온라인 몰을 21세기형으로 만들어 오픈마켓과 손잡고 수 백개의 브랜드와 수 십 만개의 상품을 온라인 소비자들에게 유통하면서 온라인 집객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초 잠시 고개를 들었던 경기 회복의 기대감이 다시 기약 없이 수그러들면서 장기적인 불황이 지속되자 각 유통업체들은 기업 이미지를 바꾸고 새로운 매출원을 찾기 위해 타 업태의 강점을 상호 벤치마킹하는 모습들이 역력히 나타나고 있다.

알뜰폰이나 보험, 여행상품 등은 전문매장에 가지 않아도 가까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손쉽게 구입하거나 계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보험 상품의 경우에는 마트(Mart)와 보험(Insurance)의 합성어인 ‘마트슈랑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소비 유통업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각종 영업에 대한 규제강화와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유통업계의 현실을 다시 한 번 직시해보면 지속적으로 영업환경은 나아질지 모르고 있는데다 오픈마켓의 다양한 영업방식을 도입해 품질과 가격비교가 쉬워지고 있는 이 때, 지금까지 상품 판매에만 집중해 왔다면 앞으로는 ‘컨버전스형 쇼핑공간’으로 자리매김을 시도해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계들은 산지 직거래 등 유통단계를 축소해 지속적으로 제품 가격을 낮추고 금융과 통신, 여행 등 각종 생활 편의 서비스를 강화해 소비자들의 복합 쇼핑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간의 영역 파괴 현상도 판매상품영역 뿐 만 아니라, 전략적 마케팅 분야에서 점점 심화되고 있다. 해외 수입화장품이 대형마트에 등장하고 백화점에서는 중저가 브랜드를 판매하는 등 소비영역과 유통영역의 벽 허물기 또한 지속되고 있다. 

긍극적으로 볼 때 이러한 현상은 소비 흐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새로운 기업생존전략과 지속적 공존의 의미라고 볼 수밖에 없다. 즉 불황에 굳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다각적인 전략의 한 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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