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현 정부 출범 후 첫 개각을 하면서 김재수 장관 내정자<사진>에 대한 식품·외식업계의 기대가 높다.
식품·외식업계의 기대는 앞으로 농식품부가 식품산업과 외식산업진흥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란 전망에 맞춰진다. 농식품부는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후 3년 6개월 동안 농업 관련 정책 수립과 집행에만 주력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농식품부 장관 소관 법안인 식품산업진흥법과 외식산업진흥법의 시행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올해 농식품부 예산편성에서 외식산업진흥법에 의거한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담당 부서인 외식산업진흥과의 존폐 문제까지 거론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농식품부의 2016년 예산 및 기금은 14조3681억 원으로 2015년에 비해 3251억 원(2.3%)이 증액됐다. 하지만 농식품부 외식산업진흥과 소관 예산은 우수외식업지구 2차년도 사업비 6억 원만 배정돼 ‘식품 및 외식산업 주무부처로서 직무유기에 가깝다’는 지적이 외식업계에서 터져 나왔다.
이를 두고 식품·외식업계 일각에서는 이동필 전임 장관이 농업전문가로서 농업·농촌 정책에 편향됐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에이토랑·에이스튜디오 아이디어 눈길
식품·외식업계는 김 내정자가 지난 2011년부터 5년 동안 농수산식품 유통과 수출, 식품산업 및 외식산업 지원사업을 이끌어온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최장수 CEO로서 관련 분야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말 서울 양재동 aT센터 지하에 청년 외식창업자 인큐베이팅 사업장인 에이토랑(aTorang)을 개설해 눈길을 끌었다. 에이토랑은 외식조리전공 대학 등에서 3주 단위로 직접 운영하며 외식창업의 전 과정을 체득하는 산 교육장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식품외식업체의 홍보를 위한 사진과 영상물제작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에이스튜디오도 업계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에이스튜디오와 에이토랑은 김 내정자의 외식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이해에서 나온 대표적인 아이디어로 꼽힌다.
그는 1977년 행정고시로 관계에 입문해 농식품부 요직을 두루 거친 뒤 농촌진흥청장과 농식품부 차관까지 지낸 정통관료다. 하지만 김 내정자는 aT 사장 시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상유지에 급급하는 관료주의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관의 틀에서 벗어나 민간의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aT 농수산물 사이버거래소 거래액 2조 원 달성, 농식품 수출 80억 달러 달성, 한국춘란 최초 경매, 농식품창업교육 실시, 전국 대학생 네트워크 농식품 미래기획단(YAFF) 발족・운영 등이 김 내정자의 성과로 꼽힌다.
이같은 업무 스타일은 그동안 농식품부가 민간기업 영역이라며 정책지원에 소극적이었던 외식산업 활성화에 시너지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농식품부 식품·외식정책의 실질적인 시행기관인 aT 사장으로 장기간 근무, 직원 한 사람 한 사람까지 파악하고 있어 역대 농식품부 장관과 다른 면모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타 부처와의 적극적인 업무조율 기대
정의당은 지난 17일 논평을 통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내정자의 이력을 보면 아마도 농식품부에서 가장 많은 부서의 과장을 역임하면서 가장 많은 농정현안을 다루고 농정을 가장 폭 넓게 잘 아는 관료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농업과 농촌, 농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꾸준히 언론에 기고를 한 부분은 어느 농업정책 연구자들이 가지는 전문성 보다 감각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농식품부 장관으로 충분한 자질을 갖추었다고 평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장관은 자신의 소신만 가지고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을 넘어설 수 없고 다른 분야 산업 정책과 충돌하고, 힘 있는 부처장관에 눌려 자신의 소신을 피력조차 할 수 없는 관료정치의 끝자리 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올해 농식품부 예산편성 과정에서 외식산업진흥 관련 예산이 대폭 축소된 이유는 기획재정부가 진행한 보조예산 평가 결과를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김 내정자가 타 부처와의 업무 조율에서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외식산업협회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aT 사장 재직 중인 지난해 1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세미나 ‘외식은 산업이다’를 적극 지원하는 등 외식산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누구보다 높다”며 “강한 추진력 등으로 타 부처와의 정책조율에서도 지금까지와 다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내정자 약력 |
▲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2011~2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