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가 나는 정책과 음식
사람 냄새가 나는 정책과 음식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8.1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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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훈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경영국장·행정학박사
▲ 신훈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경영국장·행정학박사

작년만 해도 집에서 여름을 나기에는 선풍기로 족했다. 선풍기를 하루 종일 틀어 놓고 찬물 샤워를 반복해도 올해의 폭염은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에어컨이 있어 그나마 다행인 가운데 눈으로만 봐야 할지, 맘껏 틀어 놓아야 할지는 온전히 정부 관료의 손에 달렸다.

전기료 누진세는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정부에 의해 결정된 행동 방침’을 정책이라고 할 때, 1970년대 오일 쇼크 상황에서 만들어진 전기요금 누진제는 당시의 상황이 반영된 최선의 가치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그 때와는 다르다.  여건이 바뀌면 그에 따라 정책도 변동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누진제를 개편하면, 결국 전기를 적게 쓰는 사람에게서 요금을 많이 걷어 전력 소비가 많은 사람의 요금을 깎아주는 부자 감세 구조가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그야말로 폭염에 뜨거워진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얼마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 돼지” 망언에서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실장의 “누진세를 개편하면 부자 감세”라는 발언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무엇이 문제이기에 목표 관리와 조직 경영을 업으로 삼는 관료들에게서 이러한 발언들이 솔솔이 나오는 것일까.

마치 이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국민 행복의 가치를 전혀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아마도 ‘인풋(input)과 아웃풋(output)의 능률성’과 ‘비용과 편익 분석의 합리성’이라는 이성(理性)을 중시하고, 감성(感性)은 멀리하는 정책의 속성이 관료들을 그렇게 만든 탓일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기업의 경영을 지원하고 특혜를 주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조차도 그러한 책무에 대해서는 자본주의 국가 못지않음을 통찰해야 한다. 모름지기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 국가는 기업과 가계 정책 수립에 있어서 존중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존중과 조화는 이성 정책보다는 감성 정책에서 찾아야 한다.

자로 잰 듯한 규격과 이성적 레시피로는 음식 최고의 맛을 구현할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의 혀를 녹이는 최고의 맛은 ‘정성(精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정성은 사람의 마음을 녹게 하는 맛이다. 정책의 경우도 능률과 합리성만으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녹게 할 수 없다.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최고의 정책을 만드는 데는 차가운 두뇌보다 ‘따뜻한 마음이 담긴 가슴’이 가장 맛있는 양념일 수 있다. 진정한 요리사는 음식을 빚기 전에 마음을 먼저 빚는다고 한다. 이처럼 정책을 만드는 사람은 정책을 만들기 전에 먼저 공직자로서의 아름다운 정신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기업과 사업이 성공하려면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는 세상의 흐름 파악에 있고, 둘째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것에 있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세상 돌아가는 현실을 폭넓게 이해하고, 국민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국민들이 어디에서 행복을 느끼는지를 파악해야  정책의 성공을 부를 수 있다.

‘정부 3.0(소통의 정부)’이라는 유행적이고, 일회적인 구호보다 밑바닥 국민의 정서를 진정성으로 공감하는 정부와 관료의 자세가 필요하다. 정책 내용에 관한 지식, 실증적 처방, 정책 효과와 성과 관리보다는 사람 냄새가 나는 정책이 그립다.

그래서 나는 이 더운 날에 인간보다 브랜드를, 혹은 넉넉한 인심보다 규격화된 레시피를 중시하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오래된 설렁탕 독립점으로 향한다. 선풍기와 에어컨 바람에 지친 몸을 달래는 데는 오랜 시간 정성스럽게 고아낸 한우 뼈와 양지머리 국물 설렁탕이 최고다. 그 집에서 가장 훌륭한 양념은 마음씨 좋은 주인양반의 사람 냄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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