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피커(cherry picker)와 디마케팅(demarketing)
체리 피커(cherry picker)와 디마케팅(demarketing)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8.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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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체리 피커(cherry picker)는 원래의 뜻과 달리 근래에 와서 비유적으로 자신의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로 자주 쓰인다. 한 그릇에 신포도와 함께 담긴 체리만 골라먹거나 케이크 위에 올린 체리만 쏙쏙 빼먹는 사람을 빗대어 말하기도 한다.

심리학적으로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하는데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초기에는 금융업계에서 활용되던 말로 신용카드 회사에서 제공하는 특별하고 부가적인 서비스 혜택만 누리고 정작 카드는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요즘에는 상품 구매 실적은 낮으면서 기업이 제공하는 각종 부가 서비스만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소비자를 통틀어 말한다.

이들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 ‘불황형 소비의 징조’라고 할 정도로 소비경제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심지어 이들은 기업의 서비스나 유통체계의 약점을 이용, 잠시 동안 사용하기 위해 상품을 구매했다가 반품하는 등 기업경영에 적지 않은 피해를 주기도 한다.

동전에 양면이 있듯이 사실 체리 피커에 대한 평가에도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기업의 입장에는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명 ‘얌체’ 고객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속을 챙길 수 있는 ‘벤치마킹’ 대상이 된다.

기업에서 판매 촉진을 위해 제시하는 각종 혜택과 이벤트 등의 프로모션 전략들이 자칫하다가는 오히려 비용만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체리 피커들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SNS와 같이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순식간에 정보가 확산되는 오늘날의 소비환경에서 체리 피커들의 정보공유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고 적극적이라는 평가다. 거기에 경기불황으로 인해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에게 알뜰한 정보를 스마트하게 제공해 주는 요즘이야말로 체리 피커들의 전성시대라 하겠다.

사실 체리 피커들의 확산은 주로 금융이나 유통서비스, 자동차와 같은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들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면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위 미끼상품이라고 하는 혜택들을 내놓으면서 더 많은 소비를 유도하는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이 과도한 경쟁시대를 맞이하면서 소비자에게 더욱 달콤한 체리를 맛보게 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금융이나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외식산업에도 점차 확산돼 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드회사와 제휴해 메뉴가격을 인하해주고 통신사와 제휴해 무료 음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가격인하 사이트와 제휴한 업소에서는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프로모션해 고객을 유인하고 있지만 달랑 해당 메뉴만 주문하고 가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 부가매출로 이어지는 파급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패스트푸드업체에서는 아이스크림을 거의 무료처럼 싼 가격에 팔고 있는데 그로 인해 더운 여름철에는 매장에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고객들로 붐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테이블마다 달랑 아이스크림만 사들고 앉은 체리 피커들로 인해 정작 일반 고객들은 발길을 돌리기 일쑤이다.

또는 마음먹고 커피를 단돈 천 원에 판매하게 된 동네 카페에서는 오직 천 원짜리 커피만을 찾는 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벙어리 냉가슴을 앓기도 한다. 고객을 더 유치하려고 내놓은 전략을 더 알뜰하게 챙겨가는 체리 피커를 기업이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인 제공을 해 놓고 결과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점점 늘어나는 체리 피커들의 알뜰함을 당해 내기 위해 기업은 결국 디마케팅(demarketing)을 펼치게 된다. 카드사에서는 VIP고객과 대비해 블랙리스트까지 만들거나 혜택과 서비스를 제한하는 등 나름대로 손실 최소화 전략을 구사한다. 어제까지 공짜로 주던 물건이나 서비스를 오늘부터는 유료화한다거나 물건을 사야만 주는 등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디마케팅은 우리나라 정서를 볼 때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주고도 욕먹는다는 속담처럼 처음부터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마치 고객과의 잔머리 싸움이 될 법한 프로모션들은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

특히 외식사업의 경우 음식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괜히 주고 뺏는 것처럼 치사스러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프로모션을 한다면 혜택을 받는 대상을 명확히 구분해 생색을 최대한으로 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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