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더위속 업장서비스의 두 장면
찜통 더위속 업장서비스의 두 장면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6.08.2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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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 전주대 객원교수·(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 최종문 전주대 객원교수 ·(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무척 더운 올 여름이다. 산과 바다가 있는 강원도 강릉 출신이라 더위와 추위에 강하다며 큰 소리 뻥뻥 치던 필자마저 얼마나 더위를 많이 먹었으면 ‘폭력 또는 가학고문加虐拷問 수준의 찜통더위’라 엄살 피우며 시원한 곳만 찾아다녔을까.

찜통더위의 8월 중순의 어느 날, 평소에 자주 만나는 친구들 세 사람은 점심 식사 후 얼핏 시원해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다. 우리 일행은 모두 공군장교 동기생으로 대학의 명예교수와 대기업의 최고경영자 출신이었으니 점잖다면 점잖은 대로 한 몫 거들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커피와 디저트용 케이크 2개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홀에는 남녀 젊은 직원 2명이 일하고 있었다. 청년은 카운터에서 여직원은 접시를 비롯한 집기들을 물에 헹구고 있었다. 디저트는 카운터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유리장에 진열돼 있었다. 물건을 고른 친구가 유리진열장 앞에서 주문했다.

‘아메리카노 석 잔에 여기 진열장속에 있는 디저트 2개’. 그런데 청년의 대답이 의외였다. ‘그냥 디저트라고 하면 우리가 알 수 없으니 케이크 이름 불러 주세요. 그 물건 앞에 이름표가 있거든요.’ 심기가 살짝 불편해진 친구, ‘카드에 이름이 뭐라 적혀 있는지 알아볼 수 없으니 직원이 와서 적으면 안돼요?’ 거기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매우 퉁명스런 어투의 청년의 대답이 돌아온 것이다. ‘저 지금 일하고 있어서 바쁘기도 하지만요, 손님이 상품 이름을 말씀해 주셔야 하거든요.’ 이 말 한 마디가 불편한 심기에 불을 질러 꾹 참고 있던 우리 일행을 화나게 하고야 말았다.

‘이래 가지고 어떻게 서비스 사업을 할 수 있어요? 손님이 물건 고를 때 얼른 다가와서 주문을 도와 줘야 되는 거 아니요? 딱 버티고 서서 상품명 이름 대라. 그게 규칙이라고? 손님들이 당신들 내부 근무수칙까지 알아야 돼요? 아니면 물건 안 팔 거요? 10여 개에 이르는 글자를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 놓은 상품명을 노인들이 무슨 수로 읽어내나.’ 나지막하지만 친구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청년은 입을 꽉 다물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친구의 힐난을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제법 요란하게 들려왔다. 청년과 함께 근무하고 있던 여직원이었다. 물로 헹군 그릇들을 제자리에 놓으며 내는 소음이었는데 궁지에 몰린 동료 청년직원을 위한 응원 또는 우리들에 대한 항의의 의사표시로 읽혔다. 
 
두 젊은 직원의 이해하기 힘든 언행에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꾹 눌러 참았다. 그리고 여직원 상대로 훈시할 기세인 친구들의 팔을 끌어 당기며 말렸는데 이럴 때 꼭 발동되기 마련인 못마땅한 직원에 대한 일종의 동업자 의식이랄까? 동병상련의 자격지심 때문이 아닐는지. 명색이 호텔과 외식기업의 CEO출신으로 대학교수와 학장까지 지낸 사람이 젊은이들을 위한 기본교육과 직무교육에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자괴감일 수도 있다.

그에 비해 며칠 뒤 겪은 어느 도넛전문점에서의 경험은 앞의 사례와 전혀 다른 유쾌한 서비스라 할 만하다. 그날도 무지막지 더웠다. 점심식사 후 우리 친구 일행 6명은 근처의 어느 도넛전문점에서 커피와 도넛 3개를 샀는데 카운터 여직원이 우리 일행을 쓱 한 번 돌아보더니 쟁반위의 도너스 3개를 한 개당 6등분 모두 18조각으로 잘라서 스푼까지 6개를 얹어주는 게 아닌가.

직원의 말씨와 태도는 매우 공손했고 웅숭깊게 느껴졌다. 별다른 말도 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챙겨주니 직원의 서비스에 고맙지 않을 손님이 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친구들 모두가 오랜만에 좋은 서비스를 받았다며 기분 좋게 먹는 바람에 결국 아이스크림과 도넛을 더 주문했다. 손님 중심의 매끄럽고 따스한 서비스가 더 많은 추가오더를 이끈 셈이었다. 업소 이미지의 업그레이드는 말할 것도 없고.
  
레스토랑의 오너나 경영자 입장에서 주문을 많이 받아 오는 직원은 참 예쁘고 갸륵하다. 하지만 손님입장은 다르다. 그 반대다. 자리값도 안 되는 하찮은 주문에도 감사하고 떠받드는 직원이 좋다. 어떻게 해서든 주문을 많이 받으려 바싹 달라붙는 직원은 별로다.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른지 정답은 없다.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손님을 기분 좋게 해야 그의 지갑이 쉽게 열린다는 사실, 가학고문 수준의 찜통더위 속에서 재확인한 귀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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