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사는’ 가구의 전성 시대
‘나 혼자 사는’ 가구의 전성 시대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6.09.09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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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통계청이 공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결과를 보면 1인가구 비중은 27.2%(520만 가구)로 가장 많았다. 2인가구는 499만(26.1%), 3인가구 410만(21.5%), 4인가구 359만(18.8%) 가구로 나타났다. 5인이상은 122만 가구(6.4%)에 그쳤다.

통계청과 학계 등에서는 머지않아 1인가구가 주된 가구유형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은 했지만 당초 예상보다 약 5년 앞당겨진 결과다. 그만큼 증가 속도가 빠르다.  

1인가구 비중은 지난 1990년 9.0%에서 2000년 15.5%로 늘었고 2010년 20%를 넘어 23.9%를 기록했다. 반면 4인가구 비중은 1995년(31.7%) 정점을 찍은 뒤 계속(2005년 27.0%, 2010년 22.5%) 하락하고 있다. 낮은 출산률로 정부가 부랴부랴 저출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실한 대책과 경제 구조 변화로 인구 감소 추세는 돌리기 어려워 보인다. 

이렇게 인구 얘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인구 구조 변화가 외식·식품업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일례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나 빕스, T.G.I프라이데이스 등 패밀리레스토랑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는 4인가구의 전성기와 일치한다. 반대로 패밀리레스토랑의 쇠퇴기는 4인가구가 줄어드는 시기와 겹친다.  

반면 나 혼자 사는 가구는 소포장, 간편식품, 편의점 시장을 부쩍 키워놨다. 대형마트에서는 수박 한 통, 무 한 개도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위해 반쪽·4분의 1쪽짜리도 쉽게 볼 수 있다.

기존 큰 과실을 얻는 게 과제였던 과일 농업계는 ‘1인용 과일’ 생산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소포장 김치 제품도 인기다. 배달 업계에서도 1인용 메뉴를 내놓은지 오래다. 1인분 치킨이 등장했고 ‘짜장면 1인분 배달돼요?’는 묻지 않아도 된다. 기본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낯설지만 외식업소에서도 혼자 식사하는 모습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과거 일본인들의 혼자 식사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 걸 두고 개인주의가 강한 탓이라는 분석은 잘못된 풀이일 가능성이 높다. 경기 침체와 비싼 물가, 빠듯한 시간 탓으로 보는 게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경제 사회적 구조가 닮아있고 그 영향을 답습해 가는 한국 사회에서도 이제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될 것이다.  

최대 수혜자는 편의점 업계다. HMR과 도시락 등을 쉽게 구할 수 있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나혼자 사는 가구가 주로 이용한다. 최근 편의점 업계 매출은 불경기에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고 시골 면소재지까지 들어갈 정도로 매장도 늘어났다. 주식업계에서는 편의점주를 성장주로 관심 있게 보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이미 1인가구가 대세임을 알고 몇 년 전부터 일본 벤치마킹으로 대비해 왔다.  

식품·외식업계도 나 혼자 사는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에 이미 돌입했다. 늘어나는 HMR과 도시락 제품, 배달서비스가 팽창하고 있다. 식품 분야에서 약했던 신세계는 최근 ‘올반’이라는 종합 식품 브랜드를 론칭하고 식품산업 경쟁에 뛰어 들었다.

발빠른 식품 업계에 비해 외식업계는 대응이 늦는 듯하다. 주점은 소량의 메뉴와 술 등 간편한 구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아직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편의점을 찾는 고객의 발길을 돌려 놓아야 한다. 

지난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주도했던 집밥 열풍은 혼자 밥 먹고, 집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의 로망이 담긴 슬픈 현상이다. 집밥 메뉴가 외식업소의 히트 아이템이 된 것은 역설적이다. 나 혼자 사는 고객을 위한 마케팅은 더는 늦추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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