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넘어 세계 제일의 크래프트 비어 만들겠다”

플래티넘맥주, 불모지 크래프트 비어 개척 1세대 이원배 기자l승인2016.09.23l수정2016.09.23 13:09l9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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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자(프론티어Frontier)는 정치나 역사, 예술뿐 아니라 산업 분야에서도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산업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요즘에는 산업에서 프론티어의 면면이 두드러진다. 전구 등으로 전기산업의 토대를 마련한 에디슨과 증기기관을 발전시킨 와트, 전화를 발명한 벨 등 많은 프론티어들이 있었다. 후대는 프론티어가 쌓아놓은 성과위에 더 발전, 변화시켰다.

맥주는 수천년의 역사를 갖고 있어 특정한 인물을 프론티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크래프트 비어(수제맥주)에서는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은 맥주가 다양하지 못했고 신규 진입 장벽이 무척 높아 크래프트 비어의 불모지였다. 2000년대 초만해도 맥주하면 기존 대형 양조사의 라거가 맥주의 전부라고 알던 시절이었고 주세와 유통, 시설 기준 등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크래프트 비어는 더욱 낯설었고 초창기 사업자들은 험난한 길을 가야했다. 현재는 어느 정도 인지도도 올라가고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국내 크래프트 비어의 프론티어라고 불린다. 플래티넘맥주주식회사는 국내 크래프트 비어 프론티어인 배문탁 대표이사의 열정으로 불모지에서 시작, 최고의 맥주에 대한 고집으로 현재 국내 1위의 크래프트 비어 제조사로 성장했다.

플래티넘맥주의 역사는 지난 2002년 서울 강남구에 크래프트 비어 펍 플래티넘 마이크로 브루어리 압구정점을 열면서 시작됐다. 당시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소규모 양조 시설에서도 맥주의 생산·판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 반출 및 유통은 허용되지 않아 펍 안에서만 소화가 가능했다.

배문탁 플래티넘맥주㈜ 대표이사는 “펍이 있어야 맥주 양조가 가능했기에 펍 사업부터 시작했다”고 밝혔다. 오픈 초기 선보인 플래티넘 페일 에일은 색다른 맥주 맛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현재도 인기를 얻고 있다. 압구정점의 성공에 힘입어 2004년 강남역점을 열고 플래티넘맥주만의 다양한 고품격 맥주를 제공했다.

중국 양조장에 이어 올해 증평에 2공장

펍 사업은 호조를 이어갔으나 소규모 펍으로는 한계가 명확했고 수익이 개선되기 어려웠다. 또 배 대표의 꿈은 펍이 아닌 크래프트 비어의 대량 양조·유통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주세법 개정은 언제 이뤄질지 몰랐다. 2000년대 초 의욕적으로 크래프트 비어 시장에 뛰어들었던 많은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중간에 손을 뗐다.

플래티넘맥주는 중국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중국 산둥성 엔타이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한국보다 외국인에게 더 까다로운 절차와 규제에도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3년 11월 허가를 받아냈다. 배 대표는 “외국 자본에게 상당히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해 어려움이 많았다”며 “합자가 아닌 순수 한국자본으로는 아마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엔타이 공장 완공으로 플래티넘맥주는 성장세에 날개를 달았다. 본격적인 대량 생산과 공급이 가능해져 적극적인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엔타이 공장은 연간 240만ℓ 맥주의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 와라와라와 와바 등 유명 주점 프랜차이즈는 물론 소규모 매장, 고깃집까지 총 1600여 곳에 맥주를 제공하고 있다. 반응은 선풍적이다.

와라와라 서초 본점의 경우 판매 첫 한 달 만에 케그 100통을 소화하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서울의 한 카페는 매출이 반등하는 성과를 냈다. 이 카페는 기존 기네스와 하이네켄 등의 수입맥주를 판매했지만 매출이 부진했다. 하지만 플래티넘 맥주를 메뉴에 추가한 뒤 거짓말처럼 매출이 올랐다. 현재는 기존 맥주는 빼고 플래티넘맥주만 제공하고 있다.

배 대표는 “기네스나 하이네켄 등 외국 맥주가 맛이 없거나 품질이 안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플래티넘맥주가 수입맥주 못지않은 맛에 가격도 저렴해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플래티넘맥주 충북 증평공장. 사진=플래티넘맥주주식회사 제공

높은 인기로 많은 주문 상담이 이어지지만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진행하려는 생각이다. 아직은 공급량이 수요만큼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올 10월 완공을 목표로 충북 증평에 제2공장을 건설 중이다. 증평공장 생산량은 연간 1300만ℓ 규모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규모가 커져 일반사업자로 분류돼 소규모 양조사업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받지 못하지만 더 맛있는 맥주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싶어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 증평 공장도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면 충분한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세계 최고 크래프트 비어를 위한 도전

플래티넘맥주의 이같은 인기는 품질 좋은 맛이 바탕이 됐다. 배 대표는 맥주가 좋아 사업을 시작했지만 목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맛 달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맥주 양조 전문가와 100% 프리미엄 몰트와 호프, 효모 사용으로 최상의 맛을 내고 있다. 초창기부터 배 대표와 함께 해온 브루마스터 윤정훈 이사는 자타공인 크래프트비어 전문가다.

영국 양조사 자격시험(AME)을 취득하고 미국 네바다 주립대학에서 맥주 양조를 공부했다. 한국 마이크로 브루어리 협회 기술 자문 위원과 영국 맥주길드 AME 회원, 전일본 맥주대회 경쟁부문 테이스팅 심사위원을 역임하는 등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배 대표의 집념과 실력있는 브루마스터가 만나 플래티넘맥주는 고품질의 크래프트 비어를 생산하고 있다.

주요 주종은 에일과 스타우트 등이다. 페일 에일(알코올 도수 5.0%)은 플래티넘맥주의 대표 제품이다. 2002년 펍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입맛을 돋우는 가벼운 쓴맛과 다양한 열대 과일, 꽃향기 등이 풍부해 인기가 좋다. I.P.A(인디안 페일 에일, 6.8%)는 대회 수상 제품으로 플래티넘맥주의 높은 양조기술을 느낄 수 있다. 페일 에일 보다 더 강렬한 호프로 쓴 맛이 강한 특징이 있다.

오트밀 스타우트(4.5%)도 또 다른 자랑거리다. 진한 다크 초콜릿과 갓 볶아 추출한 커피와 견과류향이 어우러진 전통 오트밀 스타우트다. 특히 풍부한 향과 맛을 위해 프리미엄 몰트와 오트를 사용해 깊은 향과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화이트 에일(5.3%)은 벨기에 밀 맥주 스타일로 필터처리를 하지 않아 하얀색을 띈다. 거르지 않아 탁해 보이지만 풍부한 거품과 오렌지·밀향이 조화를 이룬다. 골드 에일(4.8%)은 깔끔한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맥주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20회 수상 경력 자랑

플래티넘맥주의 품질력은 홍보 브로셔안에만 갇혀있지 않다. 실제 20회가 넘는 각종 국내·외 대회 수상 경력으로 맛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대만에서 열린 2014 아시아비어컵 다크 에일 부문에서 플래티넘 오트밀 스타우트가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최된 인터내셔널비어컵 2014 아메리칸-스타일 크림 에일 부문에서 골드 에일로 동상을 받았다.

지난해 열린 2015년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는 크래프트비어 기타 부분에서 골드 에일이 대상을, 페일 에일·I.P.A 부문에서 플래티넘 I.P.A가 대상을 수상했다. 또 세계 5대 맥주 대회 중 하나인 2015년 AIBA호주 인터내셔널 바이어워즈에서는 5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플래티넘맥주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제품도 해외 수상이 쉽지 않다”며 “플래티넘맥주의 맛과 품질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펍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플래티넘은 가정용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펍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위해 캔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캔 제품은 ‘세계맥주대회 20관왕의 브루마스터가 만든 특별한 시그니처 수제맥주’를 콘셉트로 하고 있다. 기존 프리미엄 이미지와 크래프트 비어의 독창성을 디자인에 담아 ‘2030’ 젊은층을 공략할 계획이다.
플래티넘맥주는 가격을 많이 낮췄지만 앞으로 계속 낮춰 현재 기존 대형사의 생맥주 가격 수준까지 내릴 계획이다. 그래야 더 많은 소비자가 찾게 되고 시장도 성장할 것이란 판단이다.

배 대표는 “가격은 기존보다 많이 내렸지만 아직도 더 낮춰야 한다고 본다”며 “고품질의 크래프트 비어를 부담없이 즐긴다면 맥주 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배문탁 플래티넘맥주주식회사 대표이사
“와인, 위스키는 어려워도 크래프트 비어는 세계 톱 클래스 가능”

배 대표는 크래프트 비어 맛에 빠져 직접 사업에 뛰어들었다. 1990년대 중반 미국 텍사스에 있는 회사에 취업했다. 환영회 자리에서 처음 보는 다양한 크래프트 비어를 맛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는 “기존 라거만 맛보다 이렇게 맛있고 다양한 맥주가 있구나라고 놀랐다”며 “그 뒤로 크래프트 비어만 보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후 귀국해 더 맛있는 크래프트 비어를 생산해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싶어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 들었다.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지만 그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녹록치 않았다. 법 개정은 더뎠고 결과도 미흡했다. 그 사이 수입맥주는 크게 시장을 키워갔다.

“초창기 바라던 법과 제도 마련도 안되고 너무 힘들어 사실상 포기했었습니다. 나뿐 아니라 다른 많은 크래프트 비어 사업자들이 손을 뗐지요. 그러다 2002년 법 개정으로 숨통이 트이면서 사업을 재개했습니다. 엔타이 공장 완공과 증평 공장 완공을 앞두고 이제야 본 궤도에 오른 것 같지만 갈 길이 더 많이 남아있습니다.”

배 대표의 꿈은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크래프트 비어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와인와 위스키 등은 어렵지만 크래프트 비어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사실 와인과 위스키 등은 서양이 수천년 동안 노하우를 쌓아와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크래프트 비어는 본고장 미국에서도 채 30년이 되지 않은 미개척지로 한국도 충분히 경쟁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 대표는 크래프트 비어 대중화의 걸림돌 중 하나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예전보다 많이 저렴해졌지만 더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플래티넘맥주도 원가 부담에도 계속해서 가격을 낮출 계획이다. 국산 크래프트 비어의 점유율이 올라가면 수입맥주에 빼앗긴 시장도 찾아올 수 있어 국내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국내 제조사의 맥주가 맛이 없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다만 다양성이 부족했죠. 최근 나아지고 있지만 우리 같은 크래프트 비어가 더 많아지면 시장은 더 다양해 질 겁니다. 고품질의 맥주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크래프트 비어 한류도 일으켜야죠.”


이원배 기자  lwb21@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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