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맥 못추는 한국 치킨
일본서 맥 못추는 한국 치킨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6.09.2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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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치킨, 롯폰기 1호점 폐점
▲ 지난해 12월 문을 연 교촌치킨 롯폰기 1호점 전경. 사진=교촌치킨 제공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한국 ‘치맥’이지만 유독 일본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매출 1위의 치킨 브랜드 교촌치킨이 지난 19일 일본 롯폰기 1호점의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교촌 롯폰기 1호점은 일본 기업 푸드플래닛(Food Planet)과 지난해 6월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12월 오픈한 일본 첫 매장이다. 초창기 언론의 관심과 대기 고객을 불러 모으는 등 인기를 얻었지만 호황이 지속되지 못하고 개점 10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수익성 악화가 원인

업계에서는 현지 매장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결정이라는 시각이다. 롯폰기는 도쿄 최대의 번화가로 대기업과 고급식당, 글로벌 패션 브랜드 등이 입점해 서울 명동이나 강남역과 비슷한 핵심 상권으로 불린다. 입지 여건은 좋지만 그 만큼 매장 임대료도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롯폰기 1호점은 264㎡(80평) 규모의 대형 매장이다. 매장 오픈 기념식에는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 표주영 사장, 이근갑 국내사업부문 대표와 앤드류 푸드플래닛 대표와 카트리나 이사 등 주요 임원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교촌 측은 일본 사업 철수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롯폰기 1호점은 현지에 교촌치킨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핵심 상권에 안테나숍으로 운영해 수익성 보다는 홍보에 초점을 맞췄다”며 “브랜드 홍보 효과를 낸 만큼 수익성을 고려해 타 지역 이전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 사업 철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촌치킨은 올해 안에 도쿄 하라주쿠나 시부야 지역으로 매장을 이전해 오픈할 계획이다. 교촌치킨의 일본 사업 고전은 파트너사의 부실한 경영 상태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푸드플래닛은 음반과 태양광 사업 등이 주요 사업으로 외식 프랜차이즈 경험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계속된 실적 악화로 상장폐지 심사를 받는 등 재정 상황이 불안하다.

일본 소비자 ‘치킨은 별로’, 성장 하향세

하지만 일본 소비자의 치킨에 대한 낮은 선호도도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 모 업체도 낮은 실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 관계자는 “현지 매출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다”며 “해외 진출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특히 일본에서 성과를 내기가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업체의 중국(홍콩)이나 타 국가 매장은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한국 치킨의 ‘무덤’으로 불리고 있다.

일본 외식 시장에서 치킨 산업은 하향세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 패스트푸드 시장(2014년)에서 치킨 성장률은 전년에 비해 -6.7% 떨어졌다. 버거(-4.6%)보다 하락폭이 더 컸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치킨·버거 전문 패스트푸드 업체의 경우 지난 1990년대 디플레이션 시기에 높은 매출 성장률을 보였으나 2013년부터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한식재단이 지난해 4월 발표한 ‘글로벌 외식 및 한식산업 조사’를 보면 일본 소비자의 치킨 선호도도 극히 낮았다.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상위 13개) 가운데 치킨은 도쿄와 오사카 지역에서 0%대로 의미 있는 수치를 기록하지 못했다. 반면 삼겹살은 각각 14%, 10%를 전은 14%, 12%를 나타냈다.

또 치킨은 앞으로 먹고 싶은 메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여기에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과 다르게 K-pop 등 한류 영향이 적고 최근 정치·외교적으로 관계가 껄끄러워지면서 전반적으로 한국 식문화에 대한 선호도도 하락했다.

더 철저한 준비 필요

일본 시장은 치킨 선호도가 낮아 글로벌 진출의 기피 지역으로 꼽힌다. 네네치킨과 굽네치킨, 페리카나, 치르치르, 야들리애 치킨 등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업체들은 대부분 중국과 홍콩, 동남아 등을 적극 공략하지만 일본에는 매장이 없다. 중견 T 치킨 브랜드는 지난 5월 해외 진출을 위해 여러 국가의 시장 상황을 검토했지만 일본은 아예 검토 대상에서도 제외했을 정도다.

T 브랜드 관계자는 “일본은 치킨을 포함한 패스트푸드 시장이 활성화 돼 있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시장성이 낮아 검토 대상에서도 제외했고 앞으로도 진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타 국가보다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특유의 장인정신과 프랜차이즈 산업의 선진국으로 미국보다 진출하기가 더 어렵다”며 “다른 국가보다 더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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